[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파장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중국발 경기 침체 리스크가 국내 경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맞부딪치고 있다.

◆중국 침체 리스크 부각…증시·환율 ‘출렁’

16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이날 오전 한때 1.5% 가량 하락세를 나타냈다. 코스닥지수 역시 장중 2% 가까이 급락세를 연출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역시 장중 1340원대로 올라섰다. 전일 대비 9.1원 오른 1340.0원으로 개장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32분께 134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5월17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 및 경기 둔화 우려가 금융시장 불안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중국 경기 위축은 우리나라 수출 회복 지연으로 작용하며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로 나타난다.

실제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인 액면가 10억달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를 갚지 못한 상태로, 30일간의 유예기간에도 채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비구이위안은 지난해까지 중국 내 6년 연속 신규 주택 판매액 1위를 기록한 기업이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를 겪으면서 이 회사도 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가 진행될 경우 지난 2021년 디폴트를 선언했던 헝다그룹 등으로 어려운 중국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사태를 놓고 중국 부동산·금융에 대한 신뢰가 되돌리기가 어려운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中경기 침체 위기…국내 전이 가능성↑

문제는 중국 경기 침체의 확산이다. 특히 중국의 경제 불안은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금융·증권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부채 리스크가 국내로 전이되면서 국내 부채 리스크를 자칫 자극할 위험이 있다”며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불황 진입 시 디플레이션 충격에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이 크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하반기 대중국 수출 개선을 통해 국내 수출 경기 개선과 경기 회복 가속화를 기대했지만 중국 경기 불안으로 하반기 국내 경기에 커다란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국내 증시 부진과 원화 약세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풀이된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제 불안은 궁극적으로 국내 경기로 전이될 공산이 높다”며 “중국의 침체 리스크로 하반기 국내 경기의 반등 동력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커진 동시에 원화 가치 약세 압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채 리스크를 중국 정부가 얼마나 통제하면서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해소할지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의 신용 위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지만 부동산 기업의 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통한 대응은 한계가 있다”며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부재 시 부동산 디폴트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으로 실물 경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지 못하면 경기의 추가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새로 등장한 악재 아냐…영향 제한적

반면 시장에서는 중국이 더 이상 나빠질 여지가 적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중국 경기 선행지표의 성격을 띠는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는 지난 7월17일 마이너스(-)93포인트 대로 역대급 저점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달 15일 기준 -54포인트대로 반등했다. 특히 중국 경기 침체 요인 자체도 새로 등장한 악재는 아니라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기업 관련 구조조정은 새로울 것이 없는 해묵은 이슈”로 “비구이위안의 부도 가능성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긴 하지만 실질적인 파급효과는 헝다 사태와 비교해볼 때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이는 중국 정부가 3~4년 전부터 진행해온 부동산 디레버리징(부채 감소)의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으로 그간 헝다 처리 과정을 통해 채무 조정과 같은 기술적인 처리 노하우도 쌓여 있을 것”이라며 “딱히 좋을 만한 요인은 크지 않지만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단기적으로 현 시장 흐름을 교란할 만한 요소는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중국 정부의 추가 부양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경험들이 다수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추가 부양을 통한 빠르고 탄력적인 경기 반등에 자금을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면서도 “그 대신 최악의 상황은 막아낼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대응 의지가 높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rk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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