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내일 회사에 사표 던지고 나올까 말까 갈등 생깁니다.” “두 달 전에 50만원대였는데 그때 살 걸 후회가 됩니다.”

2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가 한 주당 110만원을 돌파해 ‘황제주’로 등극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개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의 새로운 역사라며 200만원까지 갈 것이란 기대감을 높이는 한편 비정상적인 투자 열풍에 일각에선 ‘광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주식시장에선 에코프로 그룹주를 보유한 ‘승리자’와 사지 못한 ‘패배자’로 나뉜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온다. 에코프로는 전날 코스닥시장에서 전일 대비 5.54% 상승한 114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가다. 주가는 지난 18일 11.91% 상승한 111만8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종가 기준 100만원을 넘어섰다. 코스닥 시장에서 황제주가 나온 건 2007년 동일철강 이후 16년 만으로, 다섯 번째로 종가 기준 100만원을 넘어선 황제주가 됐다.

에코프로 질주에 올라탄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을 이겼다’며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 잇달아 수익률을 인증하는 등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올 초 에코프로 주식 6000주를 매수해 3056% 수익률을 거둬 58억원을 벌고 떠난다는 한 주주의 사연은 온라인에 화제가 되며 투자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수익을 낸 주주들은 커뮤니티에 ‘일하는데 왜 혼자 웃냐고 회사 동료들이 물어보네요’, ’70만원일 때 떨면서 들어왔는데 더 많이 담아둘 걸 그랬어요. 그래도 좋습니다’, ‘배터리 아저씨, 에코프로 형제여 고맙습니다’, ‘에코프로는 한국자본경제의 역사다’, ‘매도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 보유할 것입니다.’ , ‘2차전지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은 포모(FOMO·상승장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현상으로 잠 못 이룰 것이다”, ‘2008년 기준으로 1000배, 2020년 기준으로 100배가 올랐다. 200만 가즈아~’ 등의 글을 올리며 자축하고 있다.

반면 에코프로 상승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벼락거지가 됐다’며 박탈감을 호소하는가 하면, 주가 과열로 폭락할 것이란 질투 섞인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50만원 할때 사고 싶었는데 못 산게 두고 두고 후회됩니다’, ‘월급날 다가오는 데 지금 1주라도 살까요’, ‘계속 오르기만 하는 주식은 없다. 언젠가 폭탄이 터진다. 불구경 하자’, ‘목표주가 이탈한 지 오래 전인데 멈추면 폭락한다’ 등의 푸념의 글이 종목 토론방에 게재됐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11만원으로 장을 종료했던 에코프로는 올 들어서만 10배 넘게 폭등했다. 수 년 전 비코인 폭등 당시와 비슷한 ‘신드롬’ 장세를 연상케한다. ‘에코프로 형제’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도 올 들어서만 각각 288%, 91.8%나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를 한국판 ‘밈주식(Meme)’으로 평가하고 목표주가를 아득히 넘어선 상황이라 주가 예측을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특히 고점 논란에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70만원대 머물렀던 에코프로는 이달 3일 20%대 급등으로 90만원을 넘어섰고, 지난 10일에는 장중 100만원을 처음으로 터치했다. 최근 외국인들이 에코프로를 순매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 급등을 버티지 못한 공매도 투자자들이 ‘쇼트 스퀴즈’ 나서면서 주가가 상승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식이 계속 상승하면 공매도 투자자는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 되갚아야(쇼트커버링)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가가 더욱 폭등하는 쇼트 스퀴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외국인투자자들이 3824억원 규모의 에코프로를 대거 매수하며 주가가 20.42% 급등했다. 이달 들어 13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종목은 에코프로비엠(7413억원)이었고 에코프로(3610억원)가 2위를 차지했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는 “주가가 비싸다”며 삼성전자처럼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춰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코프로가 액면분할을 실시한다면 액면가 500원짜리 1주를 액면가 100원짜리 5주로 나누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 경우 주식수는 지금보다 5배 증가한 1억3315만주까지 늘릴 수 있다.

주가가 100만원대를 넘나들자 40대 이하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에코프로에 대한 소수점 투자도 늘었다. KB증권에 따르면 에코프로 소수단위 주주는 ▲10대 5.87% ▲20대 3.10% ▲30대 14.68% ▲40대 31.48% ▲50대 33.79% ▲60대 이상 11.74%로 40대 이하의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투자자들은 다음 달 발표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구성종목 편입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의 편입을 점치며 편입 결정 시 주가 탄력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는 시가총액과 유동시가총액이 편입 기준점을 크게 상회해 편입이 확실시된다”며 “종목 편출입에 사용되는 주가 기준일은 7월의 마지막 10영업일인 이달 18~31일 중 하루다. 과거 주가 기준일은 대체로 1~3영업일에 정해져 이번에도 18~20일 중 하나로 주가 기준일이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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