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으로 뜨거웠던 한 해가 지났다. 지난 12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개시됐지만 투기 양상이 확대되면서 거래 지연, 거래소 서버 먹통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2017년 비트코인에 대한 명암은 엇갈렸다.

 

지금까지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에 집중했다면 2018년은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에 주목할 때다

 

◆ 산업 전반에 활용 가능한 블록체인

 

글로벌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지난 12월 발간한 보고서 ‘기술 트렌트 2018’에서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 블록체인에 집중했다. 딜로이트는 블록체인이 IT(정보통신) 업계를 비롯해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를 재정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오스트리아 에너지회사 빈 에너지(Wien Energie)는 캐나다 블록체인 업체 BTL그룹과 제휴를 맺고 에너지 거래에 블록체인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실험중이며 독일의 전력회사 이노지(Innogy)는 전기 자동차의 요금 청구서를 블록체인 상에서 관리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행중이다.

 

유럽 최대 항구도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은 지난해 9월 연구소 블록랩(Blocklab)을 설립해 물류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금융계뿐만 아니라 사회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술 중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지난 8월 블록체인의 비즈니스 가치가 2025년 1760억달러(한화 약 18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 가상화폐를 넘어 계약서, 애플리케이션까지

 

이더리움(Ethereum)이 주요 알트코인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한 것도 블록체인을 활용해서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처럼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면

서도 더 나아가서 개발자들이 이더리움의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목받았다.

 

비트코인이 분권화된 거래원장 블록체인 상에 화폐의 거래 내역만을 기록하는 데 그친다면 이더리움은 C++, 자바, 파이썬 등 주요 프로그래밍 언어를 지원해 사용자들이 직접 애플리케이션의 프론트엔드(Front End)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이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상에서 운영되는 분산형 애플리케이션 댑(DApp·Decentralized Application)을 제작할 수 있다. 예컨대 특정한 날짜에 특정 금액의 이더(Ether)를 송금한다는 내용의 스마트계약서(Smart Contract)를 만들어 거래를 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는 캐나다 게임업체 아시옴 젠이 이더리움 플랫폼을 활용한 게임이다. 성격과 생김새가 서로 다른 고양이를 수집해 교배·판매하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최초의 블록체인 게임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출시 한 달 후 약 18만명의 사람들이 가입했으며 10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10만달러(약 1억690만원) 이상에 판매됐다.

 

제즈 산 펀페어(FunFair) CEO(최고경영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각각 도스(DOS·디스크 운영체제)와 윈도우·맥 운영체제에 비유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도스처럼 (접근이) 어렵고 사용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의 수가 적었던 반면 이더리움은 윈도우나 맥처럼 사용자 친화적이고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떤 (블록체인 기반) 프로그램은 블록체인 세대의 아마존이나 이베이, 혹은 구글이 될지도 모른다”며 “(블록체인은) 발전하며 다음 세대의 기술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