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가 5종목 모두 유통주식비율 50% 이하…자사주가 30% 넘기도
품절주 투자자들 “엮인 종목 같다”며 불안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지난 4월 이후 약 두달만에 다시 한번 이유 없이 무더기로 종목들이 하한가를 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타깃이 된 종목들은 낮은 시가총액에 유통주식수가 적은 편에 속하는 품절주들이었다.

이로 인해 다른 품절주에 대한 공포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개인들은 품절주들이 적은 거래에도 쉽게 올라 투자에 나서는 성향이 있었다. 또 무상증자를 할 가능성도 있어 이에 따른 주가 폭등을 노리기도 했다.

◆금융당국 거래정지 조치…상장사들 “불공정거래 무관”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당국은 동일산업·동일금속·만호제강·대한방직·방림 등 5개의 종목에 대한 거래정지를 조치했다. 해당 종목들은 지난 14일 아무런 이유 없이 주가가 폭락해 오후 12시께를 일제히 하한가로 직행했다.

지난 4월에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때와 유사해 당국이 빠르게 제지에 나선 것이다. 4월 하한가를 기록했던 8개 종목과 같이 5개 종목도 아무런 호재 없이 장기간 주가 상승이 나타난 바 있다.

거래정지가 되자 상장사들은 불공정거래 관련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해명했다. 전날 대한방직, 만호제강, 동일산업은 “불공정거래 풍문 등과 관련해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바가 없다”고 공시했다.

동일금속은 “불공정거래 풍문 등의 사실여부와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 당사가 인지하고 있는 사항은 없으며, 각종 매체에 보도된 내용들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방림 역시 구체적인 확인 내용이 없다면서 “주가의 급격한 하락과 관련한 원인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당사도 언론의 보도내용을 더 상세히 파악하기 위해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모두 품절주…자사주가 30% 넘는 곳도 있어

이번 사태는 주식 투자 카페 ‘바른투자연구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투자연구소는 증시에서 저평가된 종목들을 중심으로 배당 확대와 경영 참여 등 소액주주운동을 표방하는 곳으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종목을 추천하고 매매를 진행하는 투자 커뮤니티로 알려졌다. 해당 카페에서는 14일 하한가를 기록한 5개 종목이 꾸준히 추천 종목으로 거론돼 왔다.

해당 종목들을 추천한 배경으로는 유통주식수가 꼽힌다. 동일산업과 동일금속은 최대주주의 지분이 50%가 넘는 곳이다.

동일산업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6.38%로 나타났다. 여기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비율이 10.69%에 달하며 특정 기업이 10.24%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총 발행주식수의 22.65%만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동일금속의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58.67%에 달한다. 자사주 비율도 7.04%다. 이에 따른 유통주식수 비율은 34.29%다.

만호제강과 대한방직은 자사주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호제강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19.32%이나 자사주 비율이 30.29%에 달한다. 여기에 주요주주들이 18.48%를 갖고 있어 실제 유통주식비율은 26.89%에 불과하다.

대한방직은 대주주 비율 25.95%, 자사주 비율 31.84%로 유통주식 비율은 42.21%로 집계됐다. 방림의 경우, 대주주 비율 38.8%, 자사주 비율 13.98%로 유통주식 비율이 47.22%로 다른 종목들 대비 양호한 수준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수익이 나면서 유통주식 비율이 점차 높은 종목으로 투자 추천이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제3의 종목 나올까…품절주 투자자 ‘불안’

이번 주가 폭락으로 다른 품절주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그간 개인투자자들은 품절주의 경우, 적은 거래에도 쉽게 올라 수익을 내기 쉽다며 투자에 나선 바 있다. 대표적으로 과거 우선주 급등 현상도 품절주 현상에서 비롯됐다. 스팩주에 대한 투자도 품절주 현상 중 하나였다.

또 향후 무상증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 때문에 품절주에 투자하는 경우도 대다수였다. 특히 무상증자 이후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같은 현상이 커졌다.

이번 사태를 살펴보면 한 종목을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하한가 직행이 이뤄졌다. 지난 14일 기준 방림이 오전 11시46분 처음으로 하한가를 기록했고 이어 동일금속이 11시57분에 하한가로 떨어졌다.

이후 오후 12시6분 만호제강이 세 번째로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오후 12시8분에 동일산업이, 오후 12시13분에 대한방직이 거래제한선까지 내려갔다. 첫 하한가 이후 약 27분만에 일어난 일이다.

개인투자자들은 품절주로 유명한 종목들의 토론방에서 “일정 금액 이하로 내려가면 비슷한 사태가 또 터지는 것 아니냐”, “여기도 K씨가 엮인 그 종목 같다” 등의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속보는 블록미디어 텔레그램으로(클릭)
전문 기자가 요약 정리한 핫뉴스, 블록미디어 카카오 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