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다음 타자로 스위스 대형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이 지목되는 등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등 미 중소은행의 파산 사태 이후 진정되는 듯 했던 금융시장 공포가 유럽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모양새다.

1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CS 파산 우려 불안심리로 유럽 지역 은행 전체 줄도산 공포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이 재점화 하면서 미 국채 금리가 급락했고, 금 가격도 6주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미 증시의 변동성지수(VIX)도 한 때 30 턱 밑 까지 오르는 등 불안심리를 키우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2021년과 2022년 회계연도 재무 보고에 대한 그룹 내부 통제에서 ‘중대한 결함’을 발견해 고객 자금 유출을 막지 못했다”고 밝혀 불안감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국립은행(SNB)가 추가 유동성 공급을 거부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SNB는 “추가적인 투자는 규제로 인해 불가능하다”며 “추가적인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전날 스위스 취리히 증권거래소에서 CS 주가가 장중 30% 가까이 폭락했고,  BNP파리바, 코메르츠방크, 유니크레디트 등 다른 유럽 주요 은행들의 주가도 10%가량 하락하는 등 시장 전반에 공포감이 커졌다.

CS 위기설은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CS는 2021년부터 대규모 투자실패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는 등 5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지난해 4분기에만 13억2000만 프랑의 손실을 기록했고, 1000억 달러 이상의 고객 자금이 유출됐다.

CS는 지난해 11월 사우디국립은행에서 자금을 지원 받아 위기를 모면했다. 사우디국립은행은 CS 지분 9.9%를 15억 스위스프랑에 인수한 후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시장에서는 SVB 파산에 이어 무너질 가능성이 큰 은행으로 CS를 지목해 왔다.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S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은 전날 835.9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UBS그룹의 18배, 도이치뱅크의 9배 수준이다.

시장 불안이 커지자, 스위스 국립은행(SNB)과 금융감독청(FINMA)은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 특정은행 문제가 스위스 금융 시장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스위스 중앙은행도 “필요할 경우 CS에 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럽 은행들을 접촉해 CS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확인하고 있고, 미국 재무부도 미국 은행들의 CS에 대한 익스포저를 확인하고 있다.

SVB 사태로 촉발된 금융불안이 유럽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VIX 지수는 15일(현지시간) 전날 보다 10.16% 오른 26.14를 기록했다. 장중 한 때 29.91까지 오르며 공포 기준인 30을 위협했다. 이 지수는 SVB 사태가 불거진 지난 13일에는 26.52로 마감했고, 장중 30.81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VIX는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거래되는 S&P500 지수 옵션의 향후 30일간 지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지수는 S&P500 지수옵션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질 수록 올라간다. 변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흔히 ‘공포지수’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30을 넘으면 불확실성, 리스크, 투자자의 공포로 변동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미 국채 금리는 35bp(1bp=0.01%포인트) 넘게 폭락 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시장의 벤치마크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0.223%포인트 하락한 3.462%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0일(-0.288%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0.354%포인트 하락한 3.891%에 마감했다.

국채 금리와 국채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금리가 하락한 것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국채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가격이 큰 폭 올랐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가 하루 새 30bp 넘게 움직이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그만큼 불안 심리가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미 국채 금리는 2월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 장기화 전망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나 지난주 SVB 사태 이후 급락했다. 14일(현지시간)에는 예상에 부합하는 CPI 발표로 소폭 반등했으나 전날 CS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다시 급락했다.

같은 날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상승했다. 4월 인도분 기준 금 선물 은 온스당 0.78% 오른 1925.8 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 1일(1927.8원) 이후 6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 한때 1942.45 달러까지 올랐다.

반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가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물 가격은 4.4% 급락한 배럴당 68.19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2월 3일(66.26 달러) 이후 1년 3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중 한때 배럴당 65.7 달러까지 내려갔다. 영국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5월물 브렌트유도 4.09% 급락한 배럴당 74.28 달러에서 마감했다. 장중에는 71.67 달러까지 내려가면서 70 달러 하향 이탈을 시도했다. 2021년 12월 21일(73.98 달러)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 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미국발 위기가 유럽 대형은행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에 경기침체 공포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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