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신문 “내년 일본은행 총재 임기 만료시, 더욱 수정 전망”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의 중앙은행 일본은행이 약 10년 만에 대규모 금융완화 축소를 결정했다. 극비리에 추진된 결정에 시장은 당황한 모습이다. 내년까지인 현 일본은행 총재 임기 만료를 앞두고 그의 후임, 정책 전환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2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일본은행이 전날 2013년부터 시작한 대규모 완화 정책을 사실상 축소 결정하면서 “주택담보 대출 금리와 기업대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 서프라이즈를 기대하며 엔화 매수, 채권 매도를 가속화한다면” 금융시장에는 큰 변동을 앞둔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태풍의 눈’을 앞두고 있다는 셈이다.

앞서 일본은행은 19~20일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장기 금리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며, 변동 허용폭을 기존 ‘± 0.25% 정도’에서 ‘± 0.5% 정도’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20일부터 즉각 적용됐다.

이번 정책 수정은 일본은행 내에서도 극비리에 검토가 진행됐다.

특히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총재 등 일본은행 간부들이 최근까지 장기 금리 변동 허용폭 상한선 인상은 “사실상 금리 인상”이라며 부정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에 “시장은 기습을 받게 됐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구로다 총재는 정책 수정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완화 정책의 출구전략도 아니라고 부정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금융 긴축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로다 총재는 수정 이유를 시장 왜곡으로 들었다. 닛케이는 “그러나 결정 배경에는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미국과의 금치 차 확대로 역사적인 수준까지 엔화 약세가 진행된 사실이 있다”고 꼬집었다.

올해 엔화는 기록적인 수준까지 추락하며 정부, 일본은행이 24년 만에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 탓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엔화 약세는 수입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며 고물가에 불을 붙였다. 비판의 화살은 대규모 금융완화를 고집하는 일본은행으로 향했다.

1달러 당 151엔대까지 엔화가 떨어지자 지난 10월 하순 총리 관저에서도 대규모 금융완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강해졌다.

엔화 약세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문제, 물가 상승으로 내각 지지율이 하락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주변에서는 “고물가에 재정 출연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영속적이지 않다”며 일본은행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10일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총리와 회담했다. 구로다 총재는 구체적인 방법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금융정책을 기존보다 기동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20일 회의에서 금융 축소를 결정한 후 기시다 총리에게 전화로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했다.

이제 시장은 구로다 총재 후임에게서 앞으로 금융 정책 수정의 단서를 찾으려 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2013년 3월 취임 직후부터 대규모 금융 완화를 추진한 인물이다. 그의 임기는 내년 4월 8일 만료된다.

아사히 신문은 이번 정책 수정 결정에 “기시다 정권의 의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봄 구로다 총재 임기 만료로 금융 정책이 더욱 수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분석했다.

출고일자 2022.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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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AP/뉴시스]지난달 1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차 태국 방콕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을 가지고 발언하고 있다. 2022.12.21.

금융 정책에 정통한 한 여당 국회의원은 신문에 “일본은행이 정권으로부터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행) 총재 인사에 주목이 높아지는 연초 이후에는 (금융 완화) 정책 수정이 정치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 시기가 (정책 수정) 마지막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런 견해는 시장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미즈호 증권의 한 채권전략가는 이번 정책 수정이 “(일본은행) 총재 교체 후 금융 완화 수정을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략가는 새로운 총재 아래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검증을 한 뒤, 내년 6월에는 마이너스 금리가 해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수정은 정책 변경 제 1탄이다. 시장은 준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번 수정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다. 20일 일본은행이 수정을 발표하자 “서프라이즈로 받아들인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게다가 일본은행이 그간 부인해왔던 장기 금리 상한선 인상을 갑자기 내세워 “시장에서는 일본은행과의 신뢰 관계가 깨졌다는 불신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신문은 짚었다.

시장의 불신 해소 과제까지 떠안아야 할 유력한 차기 일본은행 총재로서는 아마미야 마사요시(雨宮正佳) 현 부총재, 전 부총재인 나카소 히로시(中曽宏)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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