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전문 분석업체 “지난 1년 가상 부동산 2조 7000만원 몰려”
구찌·나이키 등 유명 패션 브랜드 역시 전용 가상공간 선보이기도 해
메타, 수십조원대 손실에도 불구…’아직 과도기적 단계’라는 주장있어

[서울=뉴시스]정희준 인턴 기자 = 미국의 작가 어니스트 클라인의 SF 소설이자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하기도 한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작중의 메타버스로 등장하는 ‘오아시스’는 그야말로 현실과 다를 바가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 묘사된다. 인물들은 메타버스 속 재화를 가지고 현실의 재화를 얻기도 하고, 그 역을 행하기도 한다. 수많은 광고가 현실과 메타버스를 동시에 가로지르며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을 메타버스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과연 이런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한 해에만 ‘메타버스 부동산’에 약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의 돈이 몰린 것을 보면 영화는 이미 현실이 됐다. 상품을 광고·판매하고, 미술품을 전시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가상 공간에 어마어마한 투자가 이루어진 것이다.

영국 BBC는 3일(현지시간) 메타버스의 장밋빛 미래를 본 투자자들, 혹은 당장 메타버스를 즐기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이들에 대해 보도했다.

영국 브라이턴에 거주 중인 엔지 테일러는 지난 2020년 7월 1500파운드(약 238만원)을 들여 메타버스 ‘복셀'(Voxels) 한 켠의 조그만 구획을 매입했다. 메타버스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엔지는 매입한 구획에 두 개의 갤러리를 짓고 자신이 창작한 예술품들을 전시했다. 엔지는 추후 이곳에서 예술 홍보 행사를 개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출고일자 2022. 1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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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메타버스 기업 ‘복셀’은 자사가 만들어낸 가상 토지에 대한 권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출처: 복셀 홈페이지) 2022.11.04. *재판매 및 DB 금지

가상의 엔지가 살아가고 있는 복셀은 메타버스를 자칭하고 있는 수많은 가상 세계 중의 하나이다. 아직까지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오아시스처럼 하나의 지배적인 플랫폼이 등장하지 않았기에 복셀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엄청난 수의 메타버스를 만들어 가상 토지에 대한 권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댑 레이더’는 지난 1년간 19억 3000만 달러(약 2조7300만원) 상당의 암호화폐가 메타버스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사용됐다고 밝혔다. 가장 인기 있는 메타버스인 ‘디센트럴랜드’의 몇몇 구획은 수십억원 상당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 또한 지난 1월 디센트럴랜드에 가상 매장인 ‘삼성 837X’를 개점했다.

출고일자 2022. 1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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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유명 패션 브랜드 구찌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와 협업해 브랜드 전용 가상공간을 선보였다. (사진출처: 구찌 공식 유튜브 캡처) 2022.11.04. *재판매 및 DB 금지

패션업계 역시 메타버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구찌와 나이키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와 협업해 브랜드 전용 가상공간을 선보였다. ‘구찌 타운’은 출범 이후 한 해 동안 3600만 명의 방문객을, ‘나이키 타운’ 역시 25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기록했다. 해당 구역의 방문객들은 현실과 게임 속 재화를 가지고 로블록스 아바타를 위한 옷을 구매할 수 있다.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의류 기업인 ‘패브리칸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현실 의류를 전혀 취급하지 않고 메타버스 전용 의류만을 생산하고 있다. 패브리칸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앰버 재 슬루텐은 가까운 미래에 메타버스 의류가 정착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1400만 달러(약 20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받았다고 밝혔다.

물론 메타버스의 전망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기업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META)로 바꾼 마크 저커버그는 지속적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메타는 지금까지 관련 분야에서 약 12조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슬루텐은 이런 손실을 아직 메타버스가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 과도기적 손실로 판단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다.

출고일자 2022. 1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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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오른쪽)과 메타버스 의류기업 패브리칸트의 공동 설립자 앰버 재 슬루텐(왼쪽)은 기업 차원에서의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출처: 페이스북 캡처) 2022.11.04. *재판매 및 DB 금지

슬루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 모든 사람이 내게 미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가까운 미래에 디지털 의류가 필수품이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슬루텐이 설립한 ‘페브리칸트’가 가까운 미래에 메타버스를 지배하는 초거대 의류기업이 될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yiyo116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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