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사는 고액 자산가들이 고금리 시대에 매매차익을 노리고 국고채 매수에 나서고 있다.

지난 2년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멀어졌으나 올 들어 국내 증시가 부진하고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채권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8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1~5월 삼성증권을 통한 국고채, 회사채 등 채권 판매 금액은 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000억원) 대비 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 한 명당 평균 투자 금액도 1억9732만원으로 지난해 1억351만원 보다 약 2배 가량 늘었다.

최근 고액 자산가들의 채권 매입 문의가 많아졌다는 게 삼성증권 측의 설명이다. 전체 채권 판매 규모 중 전통적 부촌인 강남3구에 거주하는 고액 자산가들의 채권 매수 비중은 40.6%를 차지했다.

특히 강남3구 거주자들의 채권 매수액 중 국고채가 56.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고채는 정부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원리금이 보장되며 회사채 보다 높은 안정성을 가지고 있어 안정형 자산으로 간주된다.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져 ‘하이브리드 채권’이라고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삼성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신종자본증권 400억원이 판매돼 지난해 판매규모(350억원)를 넘어섰다. 회사채, 신종자본증권 이율은 4~5%대에 달한다. 채권투자도 온라인 채널 성장세가 뚜렷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은 “최근 고액자산가들이 국고채와 이율이 높은 신종자본증권을 많이 찾는다. 국채는 ‘나라가 부도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어 금리가 오를 때 확보하는 것”이라며 “채권은 가입시 예·적금처럼 금액 제한이나 조건이 없다”고 설명했다.

고액 자산가들이 국고채를 매수하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상품의 이율이 높아지고 비과세 수익인 매매차익을 기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 1% 초반대였던 국고채 금리 3년물은 9년여 만에 3.2%를 넘어섰다.

또 채권에 투자하면 이자수익과 채권매매차익 두 가지 형태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이자수익은 15.4%의 이자·배당소득세율이 적용되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다. 그러나 개인이 얻은 채권 매매차익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도 아니다.

김 상품지원담당은 “성장성 중심의 투자형 자산에만 몰리던 자금이 금리인상 등으로 확정금리형 상품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난 10여년간은 채권과 주식 배분 비중을 맞춰서 4% 수익을 추구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냥 채권만 잘 사도 4% 수익이 나오는 시기”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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