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21일(현지시간) 급락하며 장중 7주간 최저치로 떨어졌다. 불법 거래 의혹으로 은행주가 약세를 보이고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또 다른 봉쇄 우려가 이날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미국 대선에 새로운 쟁점이 더해진 점 역시 불확실성을 더했다.

이달 들어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매도세로 뉴욕 증시는 약 18년간 최악의 9월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09.72포인트(1.84%) 하락한 2만7147.70에 거래를 마쳤고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8.41포인트(1.16%) 낮아진 3281.06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4.48포인트(0.13%) 내린 1만778.80에 마감했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봉쇄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힘이 실렸다. 영국에서는 조만간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5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밀러 타박의 맷 멀리 수석 시장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 주식시장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유럽의 코로나19 급증에 따른 제재 강화 우려”라고 진단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의 사망으로 워싱턴 정가의 초점이 코로나19 부양안에서 새로운 대법관 임명과 관련한 싸움으로 옮겨가며 대선 전에 코로나19 부양안을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도 시장을 압박했다.

코웬의 크리스 크루거 전략가는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부양안은 11월 3일 이후까지 어려울 것 같다”며 “긴즈버그 대법관의 공석을 둘러싼 싸움은 워싱턴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이킨 애널리틱스의 마크 차이킨 최고경영자(CEO)는 보고서에서 “시장이 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수자들이 앞으로 10일간 기술업종으로 진입해야 한다”면서 “대형기술주를 극도의 밸류에이션으로 이끌었던 콜옵션 매수자들의 자극 없이 다음 랠리가 9월 고점을 뚫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의 불법 거래 관여 의혹은 은행주의 폭락으로 이어졌다. 버즈피드(Buzzfeed) 등 주요 외신은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망(FinCEN)에 제출한 ‘의심활동보고서'(SARs) 2100여 건을 입수해 주요 은행들이 약 20년간 불법으로 의심되는 거액의 자금 송금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HSBC와 JP모건체이스, 도이체방크, SC, 뱅크오브뉴욕멜론 등 주요 은행들이 보고서에 가장 많이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JP모건체이스의 주가는 이날 30.9% 급락했고 도이체방크도 8.20% 폭락했다.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이날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9% 넘게 급등했다.

장중 900포인트가량 내리던 다우지수는 장 후반 일부 매수세가 유입하면서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나스닥지수 역시 하락 폭을 크게 줄여 거래를 마쳤다.

니콜라의 주가는 트레버 밀튼 창업자가 물러났다는 소식에 19.33% 급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가는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의 인수 소식 이후 하락하다가 1.07% 상승 전환해 마감했다. 애플은 3.03% 올랐고 테슬라도 1.64%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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