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가상자산 2인자 이더리움이 미국에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승인받았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중에서는 최초로 세계 금융 중심인 뉴욕 증시에 입성하는 것이다. 2인자의 제도권 데뷔가 시장 전체 수혜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반에크와 블랙록, 피델리티 등 총 8곳의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를 승인했다는 내용의 서류를 공개했다.

◆비트코인 배턴 받은 이더리움…가격 폭발은 예견된 일?

이는 가상자산 1인자 비트코인에 이어 4개월여만이다. 앞서 비트코인은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SEC로부터 현물 ETF 상장을 승인받았다. 전체 가상자산 중에서는 첫 번째 주자다.

배턴을 이어받은 이더리움의 승인 소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미 증명된 현물 ETF 효과 때문이다.

ETF는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의 현물 ETF에 투자하면 해당 가상자산이 포함된 펀드의 주식을 갖게 되는 셈이다. 즉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현물 ETF를 통해 간접투자가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기관 등의 신규 자금이 해당 가상자산에 대거 유입되는 수급 효과가 발생한다. 접근성 제고로 수요가 몰린 대체 자산의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연출되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지난 3월 보인 장세가 대표적이다. 비트코인은 당시 현물 ETF로 유입된 자금 증가에 따라 ‘꿈’의 가격이었던 1억원을 돌파했다. 이더리움 역시 이번 승인으로 같은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을 받는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발생한 효과가 이더리움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이 현물 ETF를 바탕으로 상승장에서 시가총액 점유율(도미너스)을 유지해 온 것처럼 이더리움도 현물 ETF에 따라 수급이 개선되는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는 투기 자금이 몰리면 무엇이든 급등시킬 수 있을 만큼 여전히 돈이 많다”며 “현물 ETF에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면서 비트코인이 신고가를 돌파한 것처럼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도 매력적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알트코인들, 대장주 따라갈까

알트코인 전체 방향성도 관전 포인트다. 알트코인 대장주인 이더리움이 통상 알트코인 방향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알트코인들은 이더리움이 오르면 다 같이 상승하고, 떨어지면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연출해 왔다.

현재까지는 알트장(알트코인 강세장) 도래에 힘이 실린다. 이더리움이 승인된 현물 ETF에 따라 수급 효과를 누릴 것이란 관측에서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더리움의 상대적 약세에 따라 덩달아 주춤했던 알트코인들이 이번 ETF 승인으로 전성기를 다시 맞을 것이란 분석이다.

홍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등장으로 비트코인 관련 프로젝트들이 주목받은 바 있다”며 “이더리움 역시 현물 ETF 등장으로 수급 개선 시 이더리움 생태계 관련 자산에 전반적으로 수혜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중에서도 이더리움 기반 밈코인과 레이어2 코인, 탈중앙화금융(디파이), 대체불가토큰(NFT) 등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이더리움 기반 밈코인은 이미 현물 ETF 승인 기대감만으로 랠리를 펼친 상황이다. ▲페페(PEPE) ▲도지코인(DOGE) ▲시바이누(SHIB) ▲플로키(FLOKI) 등은 지난 20일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낙관론이 나온 이후부터 20% 이상씩 급등했다.

레이어2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레이어2 블록체인은 이더리움 고질적 한계로 꼽혔던 확장성을 개선하기 위해 탄생했다. 대표 코인으로는 ▲폴리곤(MATIC) ▲아비트럼(ARB) ▲옵티미즘(OP)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아비트럼은 이번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전후로 10% 넘게 급등했다.

시장은 이더리움 생태계가 커지면 레이어2 블록체인 역시 덩달아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인베이스 산하 코인베이스벤처스는 지난 1월 “올해는 이더리움 확장성을 높여주는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반면에 이더리움 경쟁자들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띨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모든 알트코인의 강세가 예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더리움 킬러로 불리는 솔라나(SOL)를 비롯해 아발란체(AVAX)와 니어프로토콜(NEAR)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해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바 있다. 이더리움이 강세일 때 주춤하거나, 이더리움이 부진하면 상승하는 장세를 보인 것이다.

◆’하락 변수’ 스테이킹 부재 논란도

다만 시장 전체를 가라앉힐 하락 변수도 있다. 이번에 승인된 현물 ETF에 이더리움 스테이킹(예치) 기능이 모두 제외되면서 기대보다 수요가 적을 것이란 시나리오다. 스테이킹 제외는 증권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SEC의 조치로 알려졌다.

‘스테이킹 없는 이더리움’은 팥 없는 찐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스테이킹 기능이 빠짐으로써 이더리움을 추가로 얻지 못하는 점은 치명적 단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급부로 자유롭게 스테이킹이 가능한 이더리움 현물 투자의 매력도만 높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홍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ETF를 통한 보유 자체가 투자 목적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더리움은 보유 자체보다는 활용할 때 가치가 발생한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디지털 석유’ 성격의 자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도입 당시 고문이었던 샘슨 모우는 X를 통해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되더라도 이후 성과는 비트코인보다 크게 저조할 것”이라며 “이유는 이더리움 현물 ETF는 스테이킹 보상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브라이언 루딕 GSR 마켓 소속 애널리스트도 “피델리티와 아크인베스트먼트 등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을 위해 스테이킹 기능을 제외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ETF 상품 자체의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거래가 시작된 이더리움 선물 ETF와 마찬가지로 거래량이 저조할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대표적인 가상자산 회의론자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더리움 현물 ETF에 신규 외부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은 적다”며 “이더리움 선물 ETF에 있던 자금이 현물 쪽으로 이동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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