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세계 금융 중심 미국에서 가상자산 2인자 ‘이더리움’도 쉽게 살 수 있게 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승인하면서다. 이번 승인으로 이더리움이 개당 1000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EC는 2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이더리움 기반 거래 상품 신속 승인 명령 서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해당 서류에는 반에크와 블랙록, 피델리티 등 총 8곳의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가 승인된 것으로 명시돼 있다.

이로써 알트코인 대장주 이더리움은 알트코인 중에서 처음으로 미국 증시에 입성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1인자인 ‘비트코인’이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현물 ETF 상장을 승인받은 지 4개월여만이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가상자산을 말한다.

◆61조 유입된 이더리움…1000만원 돌파하나

코인러들이 현물 ETF에 열광하는 이유는 가격 폭발을 촉발하는 대형 호재이기 때문이다. 이는 상장된 ETF를 통해 가상자산에 신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수급 효과가 발생하는 원리다.

이는 두 달 전에 이미 목격된 현상이다. 첫 번째 주자 비트코인이 현물 ETF 상장 이후 ‘꿈’의 가격대인 1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더리움에겐 1000만원대가 그러하다. 현재 가격(530만원대) 대비 약 2배인 수치다. 미국 월가에서는 2000만원돌파도 가능하다고 봤다.

‘비트코인 1억 돌파’를 예견했던 영국계 투자은행(IB)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하면 이더리움은 올해 연말 8000달러(1092만원)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물 ETF 승인 이후 첫 1년 동안 약 150억~450억달러(61조4700억원) 상당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이더리움은 내년 1만4000달러(1912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글로벌 IB 번스타인도 ‘이더리움 1000만원설’에 공감했다. 번스타인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더리움은 현물 ETF 승인 이후 6600달러(901만원)까지 급등할 것”이라며 “비트코인이 현물 ETF 승인 이후 몇 주 동안 75% 상승한 것과 같이 이더리움도 비슷한 상승 폭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더리움이 알트코인 대장주란 점에서 알트코인 강세장(알트장)도 점쳐진다. 통상 이더리움은 알트코인 가격 방향성을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더리움이 오르면 다 같이 상승하고, 떨어지면 동반 하락하는 셈이다.

특이 이더리움 기반 밈코인들을 중심으로 폭등이 점쳐진다. 실제로 ▲페페(PEPE) ▲도지코인(DOGE) ▲시바이누(SHIB) ▲플로키(FLOKI) 등은 지난 20일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한 낙관론이 나온 이후부터 20% 이상씩 급등했다.

이더리움 다음 주자로 꼽히는 코인들의 강세도 예상된다. 앞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당시 다음 주자로 유력했던 이더리움이 가장 가파르게 올랐던 원리와 동일하다. 전문가들은 솔라나가 다음 ETF 주자로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더리움 킬러로 불리는 솔라나는 이더리움과 같은 레이어1 코인이다.

거텀 추가니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은 비(非) 비트코인 자산이 상품으로 간주되는 최초의 사례”라며 “솔라나를 포함해 이더리움과 같은 자산들이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는 이날 X를 통해 “미국 하원 양당 의원들이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에게 이더리움과 다른 가상자산의 ETF를 승인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며 “ETF 업계는 경계를 허물기로 유명하다. 의원들이 이더리움뿐 아니라 다른 가상자산을 언급한 것이 흥미롭다”고 밝혔다.

◆ETF 효과 속단하기는 일러…”거래 시작 8월 전망”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효과가 시장에 바로 나타나길 기대하는 것은 속단이란 의견도 나온다. 승인 직후 거래가 바로 시작됐던 비트코인 ETF와 달리 이더리움 ETF는 실제 거래까지 시간이 몇 달 소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종 거래 시작까지 아직 한 단계가 남은 탓이다. S-1(증권신고서)에 대한 승인이다. SEC가 이날 승인한 서류는 S-1 제출 전 단계인 19b-4(심사 요청서)다. ETF가 공식 출시되려면 19b-4와 S-1 등이 모두 승인돼야 한다. 앞서 비트코인 현물 ETF도 ’19b-4 승인→S-1 승인→현물 ETF 승인’ 순서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오는 8월에야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가 가능하다고 봤다. 통상적으로 S-1 승인에 3개월 이상 소요됐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더블록은 “이번에 승인된 것은 19b-4 서류뿐이다. 거래 시작을 위해서는 S-1에 대한 승인도 필요하다”며 “SEC는 최근 발행사들과 S-1 관련 대화를 시작했다. 이 과정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갤럭시디지털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는 규제기관과 발행사 간 의사결정 조정에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릴 것이다. 오는 7-8월에 거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더리움 네트워크상에 구축된 다수의 탈중앙화앱(DApp)으로 인해 비트코인 대비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 ETF 전문 애널리스트 역시 “S-1 승인 과정은 몇 주 안에 완료될 수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3개월 이상 소요된 사례가 많다”고 진단했다.

◆’8500만 코인러’ 무서웠던 바이든

이번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은 극적인 반전을 이룬 결과다.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비관론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까지 ETF 불발을 예측했던 SC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인터뷰를 통해 승인 확률 90%로 입장을 갑자기 바꿨다.

이같은 선회는 백악관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가상자산에 강경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親)가상자산 행보를 의식한 행동이란 분석이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 스쿼스 박스에 출연해 “미국 현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이제야 가상자산 보유자의 표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에 따라) 가상자산 관련 입장을 바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미국 내 가상자산 보유자 수는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인 8500만명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크립토브리핑 닷컴은 “이더리움 ETF 승인은 가상자산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 변화를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가상자산 규제 완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던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국회와 협력하겠다며 바뀐 입장을 시사했다.

백악관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하루 전날인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정부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개발하기 위해 의회와 지속해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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