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여성 목소리가 미국 영화배우 스칼릿 조핸슨을 도용했다는 논란 속에 해당 목소리의 주인공인 성우가 나타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일단 조핸슨의 목소리를 기술적으로 재가공하거나 성우를 통해 모방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논란이 그대로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챗GPT의 5개 음성 서비스 중 하나인 스카이(Sky)가 내는 여자 음성의 원 데이터를 제공한 성우는 에이전트를 통한 성명에서 성대모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성우는 “그냥 내 자연스러운 목소리이고 나를 가까이서 아는 이들이 내 목소리를 그(조핸슨)와 비교한 적도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스카이 성우의 발언은 일단 조핸슨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해명과 일치한다.

오픈AI는 “스카이 목소리가 조핸슨 모방이 아니라 자신의 자연스러운 말투를 쓰는 다른 전문 배우의 목소리”라고 반박했다. 또 스카이를 비롯한 챗GPT의 5개 목소리는 5개월에 걸친 섭외, 녹음을 거쳐 약 400개 가운데 선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핸슨은 자신의 목소리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제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픈AI가 거절에도 불구하고 자기 목소리를 모방해 챗GPT에 장착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은 올트먼이 자신의 트위터에 ‘her'(그녀)라는 단어 하나를 수수께끼처럼 게시하면서 더 큰 논란이 됐다. 조핸슨은 2013년 여성 목소리를 지닌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한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her’에서 목소리 연기를 했다.

스카이 성우의 에이전트는 오픈AI가 조핸슨이나 ‘her’를 한 차례도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을 해당 성우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WP는 성우의 테스트용 기본 목소리가 담긴 녹음물을 검토해보니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스카이와 똑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매체는 다수 인터뷰, 문건 분석 결과 오픈AI가 25∼45세의 따뜻하고 상냥하며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를 요구했지만 조핸슨과 똑같은 목소리를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소송이 제기되면 조핸슨의 주장이 설득력을 지닐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법정 공방에선 일단 성대모사 같은 지시가 있었는지, 조핸슨을 염두에 두고 성우를 골랐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1980년대에 여가수 베트 밀러에게 광고 제의를 거절당한 뒤 성대모사로 광고를 제작했다가 패소한 적이 있다. 특허·지식재산 변호사인 마크 험프리는 올트먼이 조핸슨에게 한 제의, 트윗에 게시한 ‘her’ 등이 오픈AI에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험프리는 “다른 사람을 쓸 것이고 조핸슨 같은 목소리를 낼 의도가 전혀 없었다면 왜 연락을 했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속보는 블록미디어 텔레그램으로(클릭)

같이 보면 좋은 기사

오픈AI, GPT-4o 음성모방 논란에 일시중단…Her의 요한슨 “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