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주혜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1회 연속 동결했다. 금리 인하 시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국내 은행권 대출금리는 금리 인하 기대 변화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에 따른 가산금리 조정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25~5.87%로 집계됐다. 변동형 금리는 연 3.80~6.808%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1회 연속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3.5%로 유지했다. 미국의 금리 불확실성과 불안한 국내 물가 등에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은행권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시장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기대 변화에 따라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 금리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지연되면서 지난달 1일 3.737%에서 지난달 25일 3.976%까지 뛰었다. 이후 인하 기대감이 살아나자 하락세로 전환해 전날에는 3.773%를 나타냈다. 이에 주담대 고정금리도 상승했다 점차 내려오고 있다.

주담대 변동금리를 산정하는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5개월 연속 하락세다. 4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54%로 지난해 12월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은행채 금리는 시장의 전망에 따라 선행해 움직이고 코픽스는 은행의 조달금리를 반영해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하며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커졌지만 연준 인사들은 매파적인 입장이다. 전날 공개된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지표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은도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예정이다. 한은 금통위는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며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미 금리 역전차는 2%포인트다.

금리인하 시기 외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기 위한 은행권의 가산금리 조정이 대출금리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국내 명목 국내총생산(GDP) 상승률 이내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관리할 계획이나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98조30억원이다. 3월에는 전월보다 감소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증가 전환하며 지난달에만 4조원 이상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대감 변화가 시장금리를 움직이지만 변동폭이 크지는 않을 것”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도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지만 시기가 구체화되지 않아 가계대출 금리는 증가세를 관리하기 위한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이 더 큰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계대출 증가가 계속된다면 은행들이 연초 목표치 수준을 맞추기 위해 신규 대출을 줄이고자 가산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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