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지난해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상반기 대비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가격과 거래량이 크게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투자심리도 회복되면서 시가총액 뿐만 아니라 일평균 거래규모와 원화예치금, 가상자산 거래 이용자수도 모두 증가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1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금융당국에 신고된 37개 가상자산사업자 가운데 22개 가상자산거래소와 7개 지갑·보관사업자 등 29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나머지 8개 사업자 중 4개 사업자는 영업종료를 했으며 4개 사업자는 자료 미제출로 포함되지 않았다.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은 43조6000억원으로 6월말(28조4000억원) 대비 15조2000억원(53%) 증가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소식과 국내 코인 사업자의 수수료 무료 정책 등 국내외 호재에 힘입어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가격과 거래량 상승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실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4만2265달러로 6월말 3만477달러 대비 39% 상승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코인마켓캡 기준)도 같은 기간 1540조원에서 2143조원으로 39% 증가했다.
다만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크립토윈터(가상자산 혹한기)가 있기 전인 2021년 말 기준 55조2000억원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을 살펴보면 비트코인(BTC)이 27.5%(11조970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리플(XRP)과 이더리움(ETH)이 각각 15.4%(6조6900억원), 8.4%(3조6600억원)로 뒤를 이었다.
이어 도지코인(DOGE) 2.9%(1조2600억원), 이더리움클래식(ETC) 2.8%(1조2300억원), 솔라나(SOL) 2.1%(9200억원), 에이다(ADA) 1.9%(8400억원), 비트코인캐시(BCH) 1.3%(5800억원), 비트토렌트(BTT) 1.1%(4700억원), 샌드박스(SAND) 1.1%(4700억원) 등의 순이다.
FIU는 “시가총액 국내 상위 10대 가상자산 중 BTC, XRP, ETH, DOGE, SOL, ADA 등 6개 종목은 글로벌 상위 10대 가상자산에도 포함됐다”며 “이들 6개 종목을 포함한 글로벌 상위 10대 가상자산의 시가총액 비중이 62%에 달하는 등 글로벌 상위자산에 대한 선호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평균 거래금액 3.6조로 24%↑…원화예치금도 21% 증가
가상자산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시장의 거래규모는 649조원으로 상반기(525조원) 대비 24% 증가했다. 일평균 거래금액은 같은 기간 2조9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일평균 거래금액은 원화마켓의 경우 3조5800억원으로 상반기(2조9000억원) 대비 24% 증가했으며 코인마켓은 41억원으로 상반기(74억원) 대비 44% 감소했다.
가상자산 매매 평균 수수료율은 0.15%로 상반기와 동일했다. 원화마켓 평균 수수료율은 0.18%, 코인마켓 평균 수수료율은 0.14%였다.
지난해 하반기 중에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실시한 거래소는 7개였다. 이들의 거래대금은 148조원으로 전체 사업자 대비 23% 수준이며 수수료 매출은 952억원이다. 상반기와 비교하면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실시한 거래소의 수수료 매출은 32% 감소한 반면 거래금액은 86% 늘어 전체 사업자 대비 거래금액 비중(23%)이 8%포인트 증가한 점이 눈에 띄었다.
22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매출은 5800억원으로 상반기(5747억원) 대비 1%(53억원)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693억원으로 상반기(2280억원) 대비 18%(413억원) 증가했다.
원화마켓은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2280억원에서 2693억원으로 늘었고 코인마켓은 영업적자폭이 320억원에서 275억원으로 줄었다.
가상자산거래소 가운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임을 뜻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거래소는 지난해 말 기준 15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가 하반기 중에 영업을 중단한 거래소는 2곳이 있었다.
대기성 거래자금인 이용자 원화예치금은 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이후 지속 증가하면서 6월말 대비 21%(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종사자수는 총 1665명으로 6월말 대비 13%(250명) 감소했다. 자금세탁방지(AML) 업무 관련 인원은 총 199명으로 6월말 대비 26%(70명) 줄었다.
◆국내 유통 중인 가상자산 600종…김치코인 27% 줄어
국내에 유통중인 가상자산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총 1333개(중복 포함)로 6월말(1399개) 대비 4.7%(66개) 감소했다. 거래소 간 중복상장을 제외한 국내 유통 가상자산 종목은 600종으로 상반기 대비 3.5%(22종) 감소했다.
국내 유통 가상자산 600종 중 국내 거래소 1곳에서만 거래되는 ‘단독상장’ 가상자산은 332종으로 상반기(366종) 대비 34종 줄었다.
단독상장 가상자산 중에서 한국인이 발행한 가상자산 또는 국내 거래소에서 80% 이상 거래되는 가상자산을 뜻하는 ‘김치코인(한국산 가상자산)’은 133종(40%)으로 추정됐다. 이는 상반기 27%(50종) 줄어든 것이다.
단독상장 가상자산 중 107종(32%)은 시가총액이 1억원도 안되는 소규모 코인이어서 급격한 가격변동, 유동성 부족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FIU는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상장(신규 거래지원)된 가상자산은 총 169건(중복 포함)으로 상반기와 동일했다.
상장폐지(거래중단)는 138건(중복 포함)으로 상반기(115건) 대비 20% 증가했다. 상장폐지 사유는 프로젝트 위험(52%), 시장 위험(39%), 기타(5%), 투자자 보호 위험(2%), 기술 위험(1%) 등의 순이었다.
유의종목 지정 건수는 173건(중복 포함)으로 상반기(154건) 대비 12% 증가했다.
◆가격 변동성 소폭 줄었지만 61.5% 달해…”신중한 투자판단 필요”
최고점 대비 가격하락률을 의미하는 가격 변동성(MDD)은 지난해 하반기 61.5%로 집계됐다. 상반기(62.4%) 대비 0.9%포인트 감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고 FIU는 당부했다.
같은 기간 주식시장(장중가 기준)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가격 변동성이 각각 14.8%, 23.2%였던 것과 비교하면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폭은 매우 큰 수준이다.
국내 거래소의 가상자산 외부 이전(출고) 금액은 총 38조1000억원으로 상반기(29조7000억원) 대비 28% 증가했다. ‘트래블룰'(신고사업자에 100만원 이상 이전)이 적용된 금액은 10조4000억원으로 상반기(6조6000억원) 대비 57% 급증했다.
FIU는 “일부 원화마켓 사업자의 가상자산 거래 무료 수수료 이벤트 등에 따라 신고사업자 간 가상자산 이전이 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전 등록(화이트리스트)된 해외사업자 또는 개인지갑 주소로 건당 100만원 이상 이전된 규모는 총 26조9000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22%(4조8000억원) 늘었다. 차익거래 등을 위해 가상자산을 해외로 이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자산 이용자 645만명…30·40대가 58.2% 차지
가상자산 계정은 지난해 말 기준 1816만개로 6월말 대비 867만개나 급증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인정보 파기에 대한 특례 조항이 폐지되면서 다수의 휴면계정이 일반 등록계정으로 전환돼 계정수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객확인의무를 완료한 실제 가상자산거래소 개인·법인 이용자수는 645만명(중복 포함)으로 상반기 대비 6%(39만명) 증가했다. 개인 이용자가 645만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으며 법인은 177개사로 비중이 극히 미미했다.
개인 이용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가 29.3%(189만명)로 가장 많았으며 40대도 186만명(28.9%)로 비슷한 규모였다. 이어 20대 이하 118만명(18.2%), 50대 17.7%(114만명), 60대 이상 5.9%(38만명) 등의 순이었다.
이용자의 65%(416만명)는 50만원 미만의 소액 보유자였다. 반면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 보유자 비중은 10%(67만명)로 상반기 대비 2%포인트 증가했으며 1억원 이상 보유자 비중은 1.3%(8만1000명)였다.
이밖에 가상자산 지갑·보관 사업자 7개사의 총 수탁고는 10조9000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255%(7조8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들 사업자의 매출은 36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82%(159억원)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61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영업이익이 86억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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