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 임하은 용윤신 기자] =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2.2%로, 물가 상승률은 2.6%로 전망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관측했는데, 그 훈풍이 내수와 소비에 이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 밝혔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중심 수출 이외에 균형 있는 성장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수출회복세가 내수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사실상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정부가 제시한 정책의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올해 경기 ‘상고하저’ 전망…”2.2%는 낙관적”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경기를 지난해의 기저효과로 ‘상고하저(上高下低)’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29일 사전브리핑에서 올해 경기를 ‘상중하중(上中下中)’이라고 표현한 것과 사뭇 다른 관측이다.

정부는 올해 분기별 성장 전망을 0.5%대 수준으로 고르게 내다봤다. 회복 속도에 차이는 있지만 상반기에 수출 중심의 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난 후, 하반기에 물가 부담이 완화하고 내수가 회복되면 좀 더 균형 잡힌 성장이 가능할 거라는 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의 성장률 전망이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PF와 내수의 어려움으로 2.2% 달성은 힘들 거라는 관측이다. 또 상반기 물가상승률을 3%대로 내다보면서 재정의 65%를 조기집행하는 수순도 물가 안정 기조에 맞지 않다고 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물가 전망에는 동의하지만 성장률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침체할 거라고 보고 있는 내수소비는 우리나라 GDP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고금리로 내수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수출 하나만으로 2.2%를 달성하기엔 쉽지 않을 거로 본다”고 말했다.

석병훈 교수는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상고하저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우리 경제는 엘자(L)형으로 가는 상고하저로 전망한다. 상반기에는 물가 안정에 대응하는 게, 하반기에는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게 관건이 될 거로 보인다”며 “이런 측면에서 상반기에 재정 65% 조기집행은 물가를 더 상승시킬 요인으로 시기상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은 반도체 이외 다른 분야에 어려움이 많아서 달성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부동산 PF와 내수에 어려움이 있어서 2.2%보다는 낮을 거로 관측한다”고 언급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성장률은 2% 이하로 전망한다. 좋은 소식은 반도체 수출이 늘고 있다는 건데, 예전만큼 좋은 사이클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물가 전망을 3%대로 전망하면서, 이때 재정을 조기집행하는 건 총선이 물가관리보다 앞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다른 기관보다 조금 높다. 작년보다 높아지는 기저효과는 있겠지만 조금 낙관적이다”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희망이 들어간 전망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는 기저효과가 있어 조금 높게 나올 수 있지만 하반기에는 상당히 불확실하다. 대외여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상고하저의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수출 낙수효과는 제한적…내수회복 어려워”

전문가들은 수출로 인한 내수의 회복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경제와 내수 경제가 양극화돼 낙수효과가 충분하지 않고,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한 내수침체는 연말까지 지속될 거라는 거다.

석병훈 교수는 “내수회복은 실상 어려울 거다. 고금리·고물가가 상반기에 지속되고 한국은행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2% 물가 안정이 달성될 거로 봐서, 그전에는 중립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내수침체는 올해 연말까지 내내 지속되는 거다. 내수시장 회복하겠다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을 한다고 해서 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준경 교수는 “수출의 내수에 대한 낙수효과가 충분히 일어나지 않는 걸 우리는 많이 경험했다. 반도체 경기가 회복된다고 내수나 소비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이 계속되고 실질소득이 감소한 상황이고 가계부채도 소비를 제약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기본적으로 긴축적인 상태로 재정을 운용하고 있어 큰 적극적인 정책이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우석진 교수는 “정부가 지출을 많이 줄여 내수를 떠받칠 힘이 많지 않다. 국민의 소득이 늘어야 하는데 이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반기 중으로 내수가 개선되기는 어렵고, 하반기에 금리가 좀 내려가면 조금 회복될 여지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수는 상당히 힘들게 진행될 거 같다”고 말했다.

정세은 교수는 “수출 경제와 내수 경제가 양극화돼있다. 내수가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긴축재정이라고 생각한다. 민생경제 카테고리의 다수는 규제완화, R&D 세액공제 확대 등이 차지했다. 민생경제를 가장 앞세워놓고 실제로는 수출 기업 위주의 규제완화가 많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양극화 문제, 민생경제 악화에 대한 해결책이 안 보이는 대응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PF 살리기’ 필요하지만…실효성은 글쎄”

석 교수는 “부동산 PF 부실화가 제일 많이 일어나는 곳이 지방 사업장이다. 모든 지방 PF 사업장을 정리할 수는 없으니 부동산 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려주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데, 그러면 지방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야 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대책이 포함돼 있다. 인구소멸지역에 세컨홈을 사고, 지방에 소규모 관광단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지방 부동산 PF 사업장의 수익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지방 PF 살리기 대책으로 보여서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미니관광단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개발될지와 인구감소지역 산정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거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건설경기 부담 완화를 위한 한시적 규제 유예들은 정책효과가 작용할 텐데, 수요가 문제다. 건설사들끼리도 재편을 해야 하는데, 특정 건설사가 빠지면 다른 건설사가 떠맡아야 하는 부차적인 영향이 발생한다. 이런 가정하에서 건설업에 인센티브를 많이 주는 건 적절하다”고 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제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하 교수는 “10년 전 부동산을 띄우려 부담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을 풀어서 이후 부동산값 폭등에 단초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세제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어놓으면 이를 활용하기 위한 여러 왜곡, 즉 부수적인 규제차익을 노리는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근본적으로 내수 경제 활성화를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이끌려고 한다. 위험을 해소하려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해야 하는데, 대출을 계속 주거나 집을 계속 사게 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세컨드 홈 대책 등 집을 또 사라는 거다. 민생이 양극화되고 자산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세지원, 형평성 불충분…세수결손 재현 우려”

이번 정책에는 역전세난 해소, 지역 경제활성화, 건설 경기 지원, R&D 투자 등과 관련한 세제지원 및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R&D 관련 세액공제 확대는 필요하다면서도 세수결손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석 교수는 “연구개발과 관련해 세액공제를 늘려주는 건 바람직하다. 기업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춰주면 기업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로 경기가 살아나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세수결손은 불가피할 거라고 본다. 부가가치세·소득세·교통환경에너지세 등 모든 면에서 지난 세수전망 자체가 너무 낙관적이었다. 여기에다 온갖 세수를 깎아주는 정책들을 포함했으니 세수결손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감세는 기본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정책이다. 전략산업 분야에서는 필요하지만 기존에 법인세를 많이 내던 큰 기업들이 주로 혜택을 보게 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도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여러 측면에서 계층 간 형평성 제고가 충분해보이지 않는다. 세수가 줄어드는 것에 비해 정책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조세지원은 타깃이 어렵고, 타깃을 해도 소득분포상 중상위권 계층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 재정요건 달성이 힘들기 때문에 조세지출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 재정운용에 상당히 실패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정 교수는 “세수를 깎아준다는 내용이 많아서 세입기반을 줄여 놓으면 재정건전성 유지는 장기적으로 가능한 건지 의문이다. 재정지출을 줄이고, 기업친화적 대책은 늘리고 있는데, 복지에는 돈을 아끼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iny71@newsis.com, yony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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