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 A씨가 주주로 참여한 이큐비알이 사업 주도
흔한 대출채권 유동화 모델에 ‘혁신’ 타이틀 준 금융위
금융사 끌어와 초기자금 30배 튕기고 콜옵션 팔아 개발비 확보
[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A씨가 신한투자증권 블록체인 사업 파트너사의 고문 겸 주주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 상충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금융위원회는 에이판다파트너스(이하 에이판다)가 추진하는 증권형 토큰(STO) 플랫폼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서비스의 공식 명칭은 ‘블록체인 기반의 금전채권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 서비스’다. 에이판다는 신한투자증권과 이지스자산운용, 블록체인 기술업체 이큐비알(EQBR)이 함께 설립한 핀테크 기업이다.
에이판다의 STO 플랫폼 서비스는 기관투자자들이 이미 투자한 실물자산을 담보로 하는 대출채권을 유동화하겠다는 것이다. 랜드마크 오피스타워, 호텔 같은 대형 상업용 부동산뿐만 아니라 발전시설, 항만, 공항,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 과정에서 발생한 대출 채권을 거래하는 시스템이다.
주목할 점은 이 플랫폼 서비스 개발회사로 참여한 이큐비알의 역할이다. 업계에선 이 사업의 아이디어와 사업화를 이큐비알이 제시한 것으로 본다. 신한투자증권과 에이판다는 대출채권의 확보와 리테일 재판매를 맡는 구조다.
이런 정황은 이들의 조인트벤처 에이판다의 설립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이판다는 이큐비알이 1억원(100%)을 자본금으로 대면서 시작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조건으로 이후 기업 가치를 50억원으로 추산하고 신한투자증권 10억원, 이지스자산운용이 10억원씩 투자했다. 증자 후 각 사의 지분율은 이큐비알이 60%, 이지스와 신한이 각각 20%다. 이큐비알은 초기 투자금 1억원의 가치를 30배로 인정받은 셈이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인허가 후 이지스자산운용은 이큐비알 지분 중 20%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으로 이큐비알 지분 20%가 넘어가면서 발생하는 약 10억원 규모의 차액은 기술 개발 명목으로 이큐비알로 다시 돌아간다. 여기서 이큐비알 지분의 10%는 에이판다의 경영진 스톡옵션용으로 남겨놓고, 초대 CEO에겐 3%를 주기로 합의했다.
이 방식으로 최종 지분 구조는 이지스자산운용 40%, 이큐비알 30%, 신한투자증권 20%, 기타 경영진 몫 10%가 된다. 물론, 이 합의는 STO 플랫폼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서 최종적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이 이큐비알 지분 20%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한다는 전제하에 그렇다. 현재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은 상태이고, 플랫폼 개발과 에이판다의 서비스 및 영업은 아직 시작 전이다. 본격적인 서비스와 영업은 올해 하반기로 예상한다.
과정을 종합적으로 보면, 이큐비알의 주주 겸 고문인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A씨의 역할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조인트벤처를 세우고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주주인 이큐비알의 이익을 위해 사외이사로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 때문이다. 이큐비알의 이익이 곧 본인의 이익이다.
재무 관료 출신인 A씨는 지난 2019년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선임돼 위험관리위원회 위원장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보수위원회,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 위원 등을 맡아 왔다. 조용병 회장이 임기를 1년 앞둔 상황이었다. 경영진 업무 정책과 집행을 점검하고, 자문할 만큼 입김이 작지 않다. A씨는 금융당국 산하 기관 원장을 지냈고,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전직 재무 관료인 만큼, 이번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아이뉴스24는 신한금융 사외이사 A씨에게 입장을 물으려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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