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장중 1340원 돌파…13년4개월래 처음
코스피 1.2% 하락한 2460선 마감
코스닥 2.25% 급락…800선 아래로
외국인 국내 증시 1171억원 순매수
유로화 약세…패리티 수준 다시 위협
[서울=뉴시스] 류난영 신항섭 기자 = 유로존 경기침체 우려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1340원을 돌파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하방 압력으로 코스피도 1% 넘게 하락해 2460대로 주저 앉았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25.9원) 보다 13.9원 오른 1339.8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5일 기록한 연고점(1326.1원)을 넘어섰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종가기준 1340.7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9.6원 오른 1335.5원에 출발했다. 오후 1시 52분께 1340원을 돌파하면서 장중 한때 1340.2원까지 오르는 등 전 거래일 기록한 연고점(고가기준 1328.8원)을 다시 넘어섰다. 2거래일 연속 연고점 돌파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도 2009년 4월 29일(1357.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연준의 위원들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08선을 넘었다. 달러인덱스는 미 동부시간으로 22일 오전 2시35분 현재 전장보다 0.05% 오른 108.22선에서 거래중이다. 2002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의지에도 약세를 보였다. 달러·유로 환율은 2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1유로당 1.0036 달러로 지난달 14일 기록한 전저점(1.0018 달러) 수준에 바짝 다가선 것은 물론 ‘1달러=1유로’의 패리티(등가) 수준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 파운드화 역시 같은날 기록한 1.1824 달러와 근접한 1파운드 당 1.1819 달러로 급락했다.
달러 강세와 차익실현에 대한 욕구가 주식시장을 덮치면서 코스피도 1.2% 내린 2460선에서 마감했다. 코스닥은 2.25% 급락하며 800선 밑으로 내려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0.19포인트(1.21%) 내린 2462.50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25.31포인트(1.02%) 내린 2467.38로 출발했으나 오전까지는 약보합에서 거래되며 하락 폭을 줄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오후 1시30분 이후 하락 폭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락 원인을 몇 가지 찾아 보자면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1340원대 터치, 4주 연속 단기 랠리에 따른 피로감 및 기관을 중심으로 한 차익실현 욕구, 지난 금요일 미국 증시 조정 충격, 중국 전략난 재발에 따른 중국발 인플레와 물류대란 출현 불안, 기술적인 저항선 돌파를 둘러싼 경계심리 등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이탈은 심하지 않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이 2376억원 순매도해 증시를 압박한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1308억원, 1171억원 순매수했다. 선물시장에서도 기관이 2532계약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2624계약, 100계약 순매수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8.30포인트(2.25%) 내린 795.87에 마감했다. 코스닥이 종가 기준으로 8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28일 이후 17거래일만이다.
이날 코스닥은 0.89% 내린 806.90으로 출발해 하락 폭이 점점 확대되고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오후 들어 하락 폭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800선 밑으로 내려갔다.
투자자별로는 기관이 1854원 순매도해 코스닥지수를 압박했고, 개인은 1504억원, 외국인은 426억원 각각 순매수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미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과 이번주 예정된 잭슨홀 미팅에 주목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2%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 언급하며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도 지적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내년 말까지 4.0%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 여준 의장 역시 긴축 의지를 밝힐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 내 강성 매파 성향의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에 앞서 “9월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 연준은 오는 25~27일(현지시간) 열리는 잭슨혼 미팅을 연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을 비롯해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향후 통화 정책에 대한 세미나를 연다. 전 세계적인 통화정책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이 회의에서 미 연준이 앞으로 남아 있는 세 차례의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 폭과 속도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윤곽이 나온다.
여기에 중국이 7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해 원화 약세를 키운 점도 달러 강세, 증시 하락으로 이끌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2일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70%에서 연 3.65%로 0.0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따라 홍콩 역외 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0.15 오른 1달러당 6.828 위안에 거래됐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 18일 2020년 9월 이후 2년 만에 6.8위안대로 올랐다.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자 원·달러 환율도 추가 상승 압력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가 유로존에 대한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된 여파라는 점에서 당분간 원화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많은 연준 위원들의 공격적인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가 좀더 확대되고 있고, 여기에 중국의 실물 경제지표가 예상을 크게 하회하자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점도 원화 약세 요인”이라며 “비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약화될 수 밖에 없어 한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초강세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우려도 있지만, 유로화와 파운드화 등 비달러 약세 압력이 커진 영향이 더 크다”며 “달러 강세를 막을 만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분간 달러 초강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 환율 상단을 1400원까지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hangseob@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