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돈바스에 병력 증원·재배치…우크라, 대비 중”
우크라 “곧 공격 시작될 듯…가까운 미래 치열한 전투”
러, 이지움 방면으로 전투 보병대 등 실은 호송대 이동
수송망, 익숙한 지형 등 러 유리…”2차 대전 상기할 것”
젤렌스키 “돈바스 장악 시 키이우 공세 이어질 것” 우려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철군 이후 동부에 병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곧 이 지역에서 대대적인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증원하고 재배치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러시아 호송대가 도네츠크에서 북쪽으로 180㎞ 떨어진 이지움으로 향하고 있다”며 “호송대에 몇 대의 차량이 있는지, 무엇을 싣고 오는진 분명하지 않지만 장갑차뿐 아니라 대포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곧 동부에서 대대적 공격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며 대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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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통신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모투자니크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적이 동부 공격을 위한 준비를 거의 마쳤다”며 “곧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까운 미래 이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확히 언제 (공격이) 일어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출처는 서방 정보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 공세가 본격화되기 전, 동부 주민들에게 다른 지역으로 대피할 것을 촉구해왔다.

현재 러시아군은 동부 지역을 공습하며 기반시설 파괴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일 동부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민간인 사상자 최소 57명을 냈으며, 중부 도시 드니프로 공항도 공격했다. 북동부 하르키우에선 60여건의 공격이 있었다.

바딤 데니센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은 이날 국영 TV에 출연해 “내 생각에 대규모 공세는 이미 시작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출고일자 2022. 0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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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키부르루크(우크라이나)=AP/뉴시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막사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지난 8일 촬영 사진에서 러시아군 호송대가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동부 벨리키부르루크를 지나는 모습. 2022.04.12.

여기에 최근 동부 도시 이지움을 장악해 돈바스 지역 주둔 병력과 연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민간 위성영상업체 막사 테크놀로지가 지난 10일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이지움 북부 마을 벨리키 부르루크에선 13㎞ 규모 러시아군 호송대가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호송대가 전투 보병대, 공격 헬기, 지휘 부대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도네츠크 남서부에 더 많은 대포를 보내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가 돈바스에 더 많은 자산을 투입하고 싶어 한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앞서 이 관계자는 지난주 러시아가 최근 한 주간 30개였던 대대 전투 부대 규모를 40개로 늘렸으며, 병력이 3만명에서 최대 4만명으로 늘었다고 밝혔었다. 여기에 추가 병력도 이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병력 4만명을 철수시켰으며,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재정비한 뒤 몇 주 내 우크라이나 동부로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자국 주요 목표가 우크라이나 동쪽이라고 밝힌 상태로, 특히 돈바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내 친러 분리주의자 영토에 대한 지배권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동부 작전에 성공할 경우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공격을 확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출고일자 2022. 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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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2.04.12.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돈바스를 장악할 경우, 키이우에 대한 또 다른 공세가 펼쳐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러시아 공세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NN에 따르면 미국은 러시아군 신규 전략에 맞춰 기존에 제공했던 드론과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늘리는 방안을 우크라이나 측과 논의 중이다. 유럽 동맹국과 협의해 방공시스템, 탱크, 장갑차, 대포 등을 추가 제공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전문가들이 러시아의 돈바스 작전이 키이우 주변 지역 공격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키이우 등 북부 지역에서 공급망 부재로 군수품 보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돈바스에는 기차 등 수송망이 갖춰져 있다. 지형에 익숙하고,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접하고 있는 점도 러시아에 유리한 요소다.

프란츠-스테판 개디 런던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탱크와 전투 차량 수백대를 동원한 대규모 전투가 될 것”이라며 “군사 작전 범위는 이 지역에서 이전에 봤던 어떤 것과도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리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더 많은 무기 지원을 호소하면서 “동부에서 전투는 2차 세계대전을 상기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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