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동일하나 제품·서비스 줄여 수익 유지
비누 등 생필품, 숙박업, 음식 등에 두드러져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최근 세계적으로 나타난 물가 상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더해져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가격인상으로 대응하던 것을 넘어서 같은 가격에 제품의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오피니언란을 통해 세계적으로 나타난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에 대해 전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일부 과자 브랜드가 봉지 크기와 가격은 동일한데 내용물은 과자를 줄이고 질소를 더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최근국제사회에서는 노동력 부족, 공급망 병목 현상,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늘어난 수요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상승 현상이 두드러져 왔다.

FT의 부편집장 브룩 매스터스는 “이제 인플레이션은 어디에나 있다. 노동력 부족, 공급망 병목 현상,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늘어난 수요 등은 이미 가격 인상을 초래했다”며 “이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과 에너지 공급 압박이 추가되자 기업은 비용 증가에 따라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 크기를 줄이거나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가정용품 제조업체 ‘프록터앤드갬블'(Procter&Gamble)와 ‘유니레버’는 지난해 가격 인상으로 수익이 증가했다고 자랑하며 추가적인 인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때때로 가격 인상으로 인해 고객을 놓칠까 두려워 일종의 꼼수를 벌이는 경우가 있다.

또띠아 칩 ‘도리토스’를 생산하는 펩시 계열사, 프리토 레이는 도리토스 한 봉지의 가격은 같음에도 양을 기존보다 5개 정도 적게 넣고 있고, 화장지 브랜드 코튼엘의 메가 패키지는 종전에 비해 28장이 줄었다.

지난해 가격 인상을 한 P&G와 유니레버도 이러한 슈링크플레이션을 실천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니레버의 도브 바디워시는 용량이 기존 24온스(1온스당 28.3g)에서 22온스로 줄었지만 여전히 같은 가격에 판매된다.

지난 8일 CNN 보도에 따르면 P&G의 차밍 울트라 화장지 18롤 패키지는 용량이 264장에서 244장으로 줄었고 키블러 쿠키의 칩스 디럭스 패키지는 용량이 11.3온스에서 9.75온스로 줄었다. 스포츠 음료 게토레이도 32온스에서 28온스로 감소했다.

시장 리서치업체인 센티에오는 지난해 말 실적발표 이후 기업들의 제품 크기 변경에 대한 언급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미국 최대 육가공업체 타이슨 푸드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노엘 오마라는 “가격은 우리의 마케팅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이러한 가격 설정도 이러한 인플레이션 시대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슈링크플레이션은 제조업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힐튼이나 메리어트 같은 호텔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숙박요금에 포함됐던 하우스키핑 서비스가 이제는 ‘옵션’의 하나가 됐다. 숙박객이 이 서비스를 요청하지 않는 한 서비스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매스터스는 최근 베스트웨스턴 호텔에서 4박을 했는데 숙박 기간 동안 하우스키핑이 전혀 없다고 들었다고 했다.

호텔 조식 부페도 영향을 받았다. 대부분 호텔 조식 부페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문을 닫았다가 최근에서야 영업을 재개했는데, 이제는 조식 부페를 이용하려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식당에서는 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해 메뉴 조정 전략을 펴고 있다. 요리사들은 비싼 재료를 뺀 요리로 재구성하거나 신메뉴를 만들어 새로운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온라인 주문 및 결제 서비스도 인건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

레스토랑 컨설턴트 피터 백맨은 일부 업소에서는 ‘플레이트 커버’라는 기술을 사용한다며 메인 디쉬 접시에 장식을 더하거나 고기를 비스듬히 썰어 담는 등 양을 더 넉넉하게 보이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것은 기업들이 이러한 슈링크플레이션을 도입하면서 ‘눈 가리고 아웅’식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유명 과자 ‘오레오’를 판매하는 몬델리즈의 경우 자사의 캐드버리 위스파 초코바 크기를 줄이면서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포장했고, 게토레이는 스포츠 음료수 병 크기를 이전보다 14% 가량 줄이면서 “공기역학적으로 잡기 쉽게 하기 위한 재설계의 일환”이라고 포장했다.

하얏트 등 호텔 체인은 탄소 배출량 감소의 일환으로 작은 병에 든 편의 시설을 없앴고 수건 재사용 캠페인을 장려하고 있다.

매스터스는 “이러한 모든 것이 설명대로인 것으로 보이지만, 상식적으로 비용 절감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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