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회복지 예산 법안 연내 통과가 사실상 무산된 것은 미국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일시적이나마 승리로 해석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거의 2조달러 규모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BBB)’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지만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의 반대로 현 상태에서의 상원 통과가 어려워졌다. 보수세가 강한 웨스트 버지니아를 지역구로 둔 맨친 의원은 전날 성명을 통해 예산 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이유로 BBB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상원 의석을 50 대 50으로 반분한 상황에서 상원 의장인 민주당 소속 부통령이 찬성표를 던지는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더라도 민주당에서 단 1표의 이탈표가 나올 경우 법안 통과는 어려워진다.

암호화폐업계가 BBB를 주목해온 것은 법안 통과시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자본소득세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원을 통과한 BBB에는 암호화폐 자본 이득과 관련된 두 가지 새로운 조항이 포함돼 있다. 하나는 투자자들이 디지털 자산에서의 숏포지션과 롱포지션을 상쇄시킬 경우 자본 이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암호화폐 투자 손실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 조정이다. 미국의 세법은 자산 매각시 손실에 대해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주식과 채권 등 전통 자산의 경우 손실을 입은 자산 매각 후 30일 이내 해당 자산 또는 “상당히 동일한” 자산을 다시 매입할 경우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현재 암호화폐에는 이런 제약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보유한 암호화폐 가격 하락시 해당 자산을 매각해 투자 손실분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은 뒤 빠른 시일 내 매도 가격과 비슷한 수준, 또는 그 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재매입하는 전략을 활용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BBB는 암호화폐의 경우도 주식 등 전통 자산과 마찬가지로 손실이 발생한 자산 매도 후 30일 이내 재매입시 세금 공제 혜택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법안의 상원 통과가 일단 저지되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당분간 기존 방식 대로 세금 공제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게 됐다.

로펌 스텝토 & 존슨의 파트너 리사 잘렌가는 “법안 지연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단 법률적 언어가 만들어지는 경우 정말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겨냥한 이 조항이 나중에 다시 등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블룸버그는 민주당이 내년에 규모가 축소된 BBB 법안을 다시 상정할 가능성은 있지만 여기 암호화폐 관련 조항이 포함될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는 맨친 의원의 반대에도 일단 내년 1월 BBB 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CNBC가 20일 전했다. 민주당이 상원에서 규모가 축소된 BBB를 표결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은 불분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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