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윙클보스 아닙니다. 헌트 형제 얘기입니다. 아버지 헌트는 도박사였어요. 텍사스에 땅을 삽니다. 석유가 나와요. 엄청 부자가 됩니다.

돌아가시면서 아들 형제한테 이상한 생각을 심어줘요. “정부가 악의 뿌리다. 인생은 한방이다.”

형제는 아버지 말씀을 잘 들었어요. 형제는 인플레이션이 재산을 갉아먹는다고 생각합니다. 달러가 휴지가 될 것 같은 거에요. 이 모든 게 미국 정부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에요.

1974년부터 1980년까지 미국 은 선물시장에서 헌트 형제가 한 일들

형제는 은(실버)을 삽니다. 미국 정부가 개인이 금(골드) 사는 것을 금지했거든요. 은을 엄청 삽니다. 사고 또 사고 또 사고.. 자기 돈 뿐 아니라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삽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부자와 합세해서 또 삽니다.

형제는 은 선물 계약 만기에 실물 은을 받아요. 창고에 쌓아 둡니다. 제트기 빌려서 몰래 스위스로 빼내기도 합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소가 숏 스퀴즈가 나요. 은 실물을 내줘야 하는데 은이 없어요. 다른 트레이더들도 따라서 은을 삽니다. 온스당 50달러를 돌파해요. 사상 최고 가격입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개입합니다. 아버지 말씀처럼 정부는 악당이에요. 은을 살 수 없게 합니다. 팔 수만 있어요. 형제는 버텨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나섭니다. 투기성 거래를 위한 대출을 금지해요. 형제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버틸 수 없죠. 마진콜을 당합니다. 1980년 3월 27일 목요일. 은 가격은 11달러로 폭락합니다. ‘실버 떨쓰데이(Silver Thursday)’ 대폭락 사건입니다.

4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최근 금융시장 상황과 어쩐지 닮아있죠.

인플레이션, 달러에 대한 의구심, 숏 스퀴즈,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

월스트리트베츠(WSB) 게시판이 은을 다음 타깃으로 찍은 것도 우연인지 모르지만 의미심장해요. 미국 정부와 월가가 시장 통합을 내세워 거래를 제어하려는 것도요.

헌트 형제는 파산합니다. 의회 청문회에 나오고, 벌금도 내요. 무엇보다 형제가 걱정했던 달러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적어도 현재까지는.

은 선물 폭락 이후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헌트 형제. 오른쪽이 형 넬슨 벙커 헌드, 그 옆이 동생 윌리엄 허버트 헌트

1980년대 이후 전 세계 경제는 주기적으로 소용돌이에 휘말리죠. 그때마다 용케 위기를 넘겼습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은 어떨까요?

후일담. 헌트 형제는 어떻게 됐을까요.

형 벙커 헌트는 2014년 죽었습니다. 억만장자로요. 유전을 끝까지 가지고 있었거든요. 허버트 헌트는 92세입니다. 이분 재산도 20억달러나 해요.

벙커 헌트는 생전에 “은 시장을 교란할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어요. 그의 아내가 물었습니다. 그럼 그때 왜 그런거냐고.

“그냥 돈 좀 벌려고(I was just trying to make some money)”

헌트 형제를 따라 펌핑에 동참했던 다른 투자자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뭐, 돈 좀 잃고 말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