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먹튀(러그풀) 의혹이 불거진 국내 2위 코인 예치 업체 하루인베스트가 ‘불공정 약관’ 논란까지 휩싸였다. 입출금 중단 전 공개한 서비스 약관이 애초에 투자자에게 불리한 내용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하루인베스트가 입출금 중단 직전에 손 본 서비스 약관이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제가 된 약관 항목은 ‘손해배상제한(Limitation of Liability)’이다. 하루인베스트는 해당 항목을 통해 “회사는 통제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또는 예측 가능하더라도 약관에 따른 의무의 전부나 일부를 수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건에서 발생한 모든 손실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not liable)”고 명시했다.
법조계 및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약관 내용에 책임 회피 의도가 담겼다고 진단했다. 특히 돌연 입출금 중단과 사무실 폐쇄 등으로 먹튀 의혹을 받는 회사가 당초 약관을 통해 소비자가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고지한 것은 투자자 보호 의지 부재로 비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 정통한 변호사 A씨는 “하루인베스트 약관을 살피면 이미 투자자에게 불리한 약관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애초에 회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소비자가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면책성 조항은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 성격에 따라 약관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어떤 약관이라도 부당하게 면책을 주장하는 조항은 약관법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인 예치 업체 관계자 B씨는 “위험한 트레이딩이 필요했던 상황이라면 약관에다가 자신들이 최대한 면피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을 수 밖에 없다”며 “실제로 운용 손실 리스크가 큰 해외 업체들은 법적 회피의 목적으로 그런 조항을 포함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루인베스트 약관에 적힌 ‘예측불가능한 상황’은 그런 성격의 문구로 보인다”며 “포괄적이거나 애매한 의미의 문구를 통해 문제 발생시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해당 약관은 하루인베스트가 입출금을 중단하기 13일 전에 최종 수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홈페이지에 공지된 최종 수정일(Last revised)은 지난달 31일이다.
앞서 하루인베스트는 지난 13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최근 파트너사 중 한 곳에서 ‘특정 문제’가 발견됐다”며 “이에 따라 13일 9시 40분(한국시간)부터 입출금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문제의 파트너사는 비앤에스홀딩스로 밝혀졌다.
회사는 해당 공지 이후 현재까지 손실 규모 및 복구 방안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형수 하루인베스트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비앤에스홀딩스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피해 규모 파악 등 사실 관계도 수집 중”이라며 “신속하고 정확한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당국과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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