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신지은 기자] # 고향길로 가는 A의 이야기
이제 거의 다 왔다. 부모님이 계신 고향 집으로 가는 길목의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는 중이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난다. 톨게이트비를 내기 위해 길게 늘어서야 했던 시절. ‘하이패스‘를 장착하면 그나마 빠르게 후불 결제 하던 때가 있었다. 이젠 톨게이트임을 상징하는 ’지명‘ 표지판만이 톨게이트를 지난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요즘 나오는 자동차들은 각자의 ID를 가지고 있다. 이 ID를 통해 모든 요금을 해결한다. 아 물론, 운전도 내가 하지 않는다. 자율주행 기능 덕분에 이번 명절에 읽으려고 했던 소설책 1권을 오는 내내 다 읽었다. 집에 가는 길 ’드라이브-스루 편의점‘ 에 들러 맥주와 과자를 좀 사서 가족들과 함께 즐겨야겠다. 굳이 편의점에 들어갈 필요도 없다. 결제는 ’자동차 ID‘ 로 자동 인식된다.
# 하늘에서 달리는 S의 이야기
내가 사는 곳은 서울 외곽의 수도권 신도시. 직장이 있는 강남까지 출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플라잉카’ 덕분이다. 주차장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실제 하늘을 나는 시간은 20분 정도. 오늘은 이웃집 아저씨의 플라잉카가 바로 옆을 날고 있다. 나의 운전 실력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블록체인과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나 하늘에서 메이크업 중이다. 아침마다 지하철에 끼여, 밀리는 버스에 갇혀 출퇴근 전쟁을 벌이던 나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1940년, 포드 자동차의 창립자가 이런 말을 했단다. ‘우리는 곧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게 될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포드를 비웃었다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정말로 하늘을 ‘날아서’ 출근 하고 있다.
# 중고차를 사려는 사회 초년생 C의 이야기
플라잉카를 살까 승용차를 살까 고민하다가 승용차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아직은 사회 초년생이라 중고차가 나을 것 같아 중고차를 알아보는 중이다. 굳이 차량 실물을 볼 필요는 없다.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차종을 고른 뒤 이력을 점검한다. 주행거리가 짧은 새 차 같은 중고차를 사는 게 내 목표다. 요즘은 모든 자동차에 개별 ID가 있어 ‘주행거리 조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행거리부터 사고 이력, 정비 이력 등이 자동으로 인식되어 화면에 뜬다. ‘그래 너로 골랐어. 앞으로 잘해보자.’ 차주의 월렛으로 암호화폐를 송금하자 자동으로 차량 ID 명의가 내 앞으로 변경됐다. 복잡하게 신분증을 보낼 필요도 없다. 차는 1시간 뒤 집 앞으로 배달해주기로 했다.
제네럴 모터스(GM), 포드, 혼다(HMC), 르노, 그리고 BMW 등이 블록체인 자동차 식별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장에서 출고되는 모든 자동차에 개별 디지털 ID(신분 확인서)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이 시스템은 모빌리티 오픈 블록체인 이니셔티브(Mobility Open Blockchain Initiative)로 불린다. 자동차가 만들어져 폐차될 때까지 전체 기간에 걸쳐 자동차의 모든 이력이 블록체인에 저장된다. 거짓말을 할 수도 조작할 수도 없다. 제 2의 신분증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정부가 2025년까지 ‘플라잉카’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2027년엔 완전자율주행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도전한다. 2024년까지 제도와 인프라를 마련할 계획이다. 어쩌면 A와 S, C의 이야기가 더 빨리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