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 증시 낙관론의 대표 주자였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주식 전략가 사비타 수브라마니안(Savita Subramanian)이 최근 들어 드물게 경고음을 울렸다. 3년 전 강세장이 시작된 이후 줄곧 상승장을 지지해온 그녀가 이번에는 “S&P 500이 지나치게 비싸지고, 여러 위험 신호가 쌓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인덱스펀드 대신 개별 종목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할 것을 조언했다. 마켓워치는 21일(현지시각) 그녀가 제시한 다섯 가지 리스크를 정리했다.
사상 최고 수준의 밸류에이션
BofA는 S&P 500의 밸류에이션을 20가지 지표로 추적하는데, 이 중 거의 모든 지표가 역사적 평균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가총액 대비 GDP 비율,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운영현금흐름비율, EV/매출비율 등 네 가지 지표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9개 지표에서는 닷컴버블 정점 시기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브라마니안은 “오늘날 S&P 500은 자산 경량화와 레버리지 축소 등 질적 측면에서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리스크가 누적되면서 현재의 밸류에이션 수준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세장 전조 신호가 늘고 있다
BofA가 추적하는 10가지 ‘베어마켓 전조 지표’ 가운데 60%가 이미 경고음을 냈다. 과거 시장 고점 직전 평균치(70%)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 지표에는 소비자 신뢰지수, 주가 상승 기대 응답 비율, 애널리스트 추천지수, 인수합병(M&A) 발표 건수의 Z점수, 고PER주와 저PER주의 수익률 차이 등이 포함된다. BofA는 1990년, 2018년, 2025년 초의 조정장 등 공식적인 약세장에 이르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해 데이터를 확대 분석했으며, 결과적으로 “조심해야 할 시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 셧다운과 데이터 공백 리스크
10월 들어 미국 정부 셧다운이 현실화하고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기업들이 다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안 통과로 기대됐던 기업 투자 확대가 불확실성으로 바뀐 것이다. BofA는 “정부가 장기간 마비될 경우, 지난 몇 달간 회복 조짐을 보이던 경제 활동이 다시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모대출과 투기적 거래의 확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은행 규제로 인해 사모대출 시장이 급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사모대출 기관의 파산 사례가 나타나며 불안이 번지고 있다. 특히 사모대출기관은 대출자산 평가에 자율성이 높아 부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위험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가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면, 그 뒤에는 더 많다”고 표현한 이유다. BofA는 “이 ‘바퀴벌레들’은 은행권 안에서도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시장에서는 마진거래 등 투기적 자금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FINRA 자료에 따르면 조정 기준으로 본 마진 부채 규모는 2021년 고점 수준에 근접했다. 최근 BofA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4%)이 “AI 관련주가 버블 상태”라고 답했다.
유동성 리스크: ‘모두가 출구로 몰릴 때’
마지막으로 BofA가 지적한 가장 근본적인 위험은 유동성 부족이다. 미국의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몇 년간 액티브펀드를 줄이는 대신 인덱스펀드(S&P 500)와 사모자산에 ‘양극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왔다. 만약 사모대출 관련 손실 우려가 커질 경우, 기관들은 사모자산의 평가손을 피하기 위해 인덱스펀드를 대규모로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 수브라마니안은 “이 경우 대형주조차 매도 압력에 휩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21일(현지시각)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S&P 500은 보합, 나스닥지수는 0.16% 하락, 다우지수는 0.47% 상승하며 이달 들어 처음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수브라마니안은 “지금은 시장 전체에 투자하기보다는, 종목별 선별력이 성과를 좌우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비싸고 조용한 강세장은 언제나 균열의 전조를 품고 있다”는 말로 그녀는 보고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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