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안드레아 윤 에디터] 세계적으로 규제가 엄격한 것으로 평가받는 호주의 4조3000억호주달러(약 2조8000억달러) 규모 은퇴제도에 디지털자산(가상자산)이 점진적으로 편입되고 있다. 코인베이스와 OKX 등 글로벌 거래소들이 자가관리퇴직연금(SMSF·Self-Managed Super Fund) 전용 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선 영향이다.
1일(현지시각) 크립토타임스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최근 호주 은퇴자금 내 가상자산 편입이 주로 SMSF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SMSF는 가입자가 직접 연금 자금을 운용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구조로, 전체 은퇴자금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전통적으로 위험 자산을 제한적으로 담아온 대형 연금 펀드와는 대비되는 영역이다.
SMSF 협회의 파비안 부솔레티 기술 매니저는 “자가관리퇴직연금 부문에서 디지털자산에 대한 관심이 먼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자율성이 높은 구조상 새로운 자산군에 대한 접근이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의미다.
코인베이스·OKX, SMSF 전용 서비스 경쟁
글로벌 거래소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SMSF 투자자를 위한 전용 서비스를 곧 출시할 예정이며, 아시아·태평양 총괄 이사 존 오로플렌(John O’Loghlen)에 따르면 대기자 명단에 500명 이상이 등록했다.
OKX는 지난 6월부터 유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호주 지역 CEO 케이트 쿠퍼(Kate Cooper)는 “초기 예상치를 웃도는 수요를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SMSF 내 가상자산 투자 규모는 아직 제한적이다. 호주 국세청(ATO)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SMSF가 보유한 디지털자산은 약 17억호주달러로, 2021년 대비 7배 증가했다. 절대 규모는 전체 은퇴자금 대비 미미하지만,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는 평가다. 주요 연금 사업자 중 가상자산 노출을 공식화한 곳은 AMP가 사실상 유일하다.
코인베이스가 대기자 명단 등록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80%가 신규 SMSF 설립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으며, 77%는 최대 10만호주달러를 가상자산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은퇴 포트폴리오 내 가상자산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세대별 수요 차이…“자녀 권유 vs 조기 투자”
오로플렌은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두 세대에서 동시에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자녀의 권유로 관심을 갖게 된 기성세대와, 이른 나이에 SMSF를 개설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으로 디지털 코인을 편입하는 젊은 투자자들이다. 전통적 자산군과 디지털자산을 병행하는 ‘혼합형 은퇴 포트폴리오’가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비트코인은 약 20% 상승했고, 지난달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은퇴펀드의 디지털자산 투자 접근성을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나타난 흐름과 맞물린다. 시장에서는 호주가 가상자산의 ‘은퇴자금 편입’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규제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호주 국세청은 “퇴직연금의 목적은 저축을 보존해 품위 있는 노후 소득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고위험 자산 투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이 장기 안정성을 중시하는 연금 자산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이 틈새 투자에서 제도권 은퇴 포트폴리오로 이동하려면 규제 명확성, 수탁 안전성, 변동성 관리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호주 사례가 글로벌 연금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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