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박현재] 탈중앙화 금융(DeFi)의 등장 이래로 유동성 공급자(LP)들은 풀리지 않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바로 ‘비영구적 손실(Impermanent Loss, IL)’이다. 이는 자동화된 시장 메이커(AMM)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되는 고질적인 특성이다.
유동성 풀에 예치된 기초자산이 가격 변동에 따라 단순히 보유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을 뜻한다. 이는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이 디파이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인 AMM 기반 프로토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이를 위해 마이클 이고로프(Michael Egorov) 커브 파이낸스(Curve Finance)의 창업자가 이 오랜 난제를 해결할 ‘일드베이시스(YieldBasis)’를 들고나왔다. 그는 “토큰 트릭이나 외부 옵션 없이, 진짜로 비영구적 손실을 없앨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비영구적 손실(IL)의 발생원리
비영구적 손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AMM의 근본적인 설계 특징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비영구적 손실은 유동성 풀에 예치한 자산의 가격이 예치 시점과 달라졌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으로 볼 수 있다.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신 자산을 그대로 보유했을 경우와 비교했을 때 발생하는 가치의 차이다.
이 문제는 유니스왑(Uniswap) V2와 같은 전통적인 AMM이 사용하는 ‘불변 공식(Constant Product Formula)’인 x∗y=k 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x와 y는 풀에 있는 두 자산의 수량을, k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상수 값을 의미한다.
이 공식에 따라 누군가 풀에서 한 자산(예: ETH)을 구매하면, 다른 자산(예: USDC)의 양이 늘어나 풀의 균형이 맞춰진다. 이 과정에서 차익거래자들은 외부 시장 가격과 풀 내부 가격의 차이를 이용해 아비트라지 이익을 얻고 그 결과 풀의 자산 비율은 항상 시장 가격을 반영하도록 조정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유동성 공급자가 필연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자산을 팔고 가격이 내리는 자산을 사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앨리스가 1 ETH와 100 USDC(당시 1 ETH = $100)를 풀에 예치했다고 가정하자. 이후 ETH 가격이 $400로 상승하면 차익거래자들은 풀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ETH를 USDC로 구매한다.
가격이 상승하고 난 후 앨리스가 풀에서 예치금액을 인출하면 처음 예치했던 1 ETH보다 적은 양의 ETH(0.5 ETH)와 더 많은 양의 USDC(200 USDC)를 돌려받게 된다. 이때 그녀의 자산 가치는 $400($200 + $200)가 된다. 만약 그녀가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고 단순히 1 ETH와 100 USDC를 보유했다면, 자산 가치는 $500($400 + $100)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발생한 $100의 차이가 바로 비영구적 손실이다.

이것이 마이클 이고로프가 지적한 ‘제곱근 문제’의 핵심이다. x∗y=k 공식 하에서 유동성 공급자의 포지션 가치는 자산 가격에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 가격의 제곱근에 비례하게 된다. 이 손실은 다음 공식으로 정량화할 수 있다: 비영구적손실= 2√P / 1+P – 1
여기서 가격 비율(P)은 예치 시점 대비 현재 시점의 토큰 가격 비율을 의미한다. 이 공식에 따르면 자산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기회비용 손실이 발생한다. 가격 변동폭이 클수록 손실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표 1: 자산 가격 변화에 따른 비영구적 손실률
| 가격 변화 배수 | HODL 대비 손실률 |
| 1.25배 | -0.6% |
| 1.5배 | -2.0% |
| 2배 | -5.7% |
| 3배 | -13.4% |
| 5배 | -25.5% |
결국 비영구적 손실은 유동성 공급자가 변동성 시장에서 유동성을 제공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일종의 ‘변동성 세금(Volatility Tax)’과 같다. 유동성 공급자가 얻는 거래 수수료는 이 변동성 세금을 감당하기 위한 보상인 셈이다. 일드베이시스의 목표는 근본적인 비용 구조 자체를 제거하여 유동성 공급의 수익 방정식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제곱으로 제곱근을 지우는’ 복리 레버리지 설계
일드베이시스는 비영구적 손실의 수학적으로 해결한다. 마이클 이고로프는 “비영구적 손실은 제곱근 의존성 때문에 발생한다. 제곱근을 없애는 가장 좋은 수학적 방법은 그것을 제곱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아이디어를 구현한 것이 바로 항시 복리 레버리지를 유지하는 설계다.
crvUSD를 활용한 항시 200% 담보 유지 전략
일드베이시스의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작동한다. 유동성 공급자(LP)가 1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BTC)을 예치하는 과정을 예로 들어 본다.
– BTC 예치: 사용자는 1 BTC(현재 가치 10만 달러)를 예치하며 시작한다.
– crvUSD 대출: 프로토콜은 사용자가 예치한 BTC와 곧 대출될 crvUSD로 생성될 LP 토큰을 담보로 10만 달러 상당의 crvUSD를 대출한다.
– 레버리지 LP 형성: 예치된 BTC와 대출된 10만 달러의 crvUSD는 BTC/crvUSD 커브 풀에 예치되어 20만 달러 규모의 LP 포지션(50:50 비율)을 형성한다.
– 복리 레버리지: 이렇게 생성된 20만 달러 가치의 LP 토큰이 10만 달러의 crvUSD 부채를 담보하게 되어, 2:1의 담보 대 부채 비율을 형성한다.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유지되며 복리 레버리지 효과를 낸다.
– 자동 리밸런싱: 비트코인 가격이 변동하면, 프로토콜은 LP 포지션 가치의 정확히 50%로 부채를 유지하기 위해 대출 규모를 동적으로 조정한다. 이는 2배의 복리 레버리지를 유지하고 사용자의 포지션 가치가 BTC 가격을 선형적으로 추종하도록 보장한다.
이 끊임없는 복리 레버리지 과정이 바로 포지션을 ‘제곱’하는 행위이다. 그 결과, LP 포지션의 가치는 비트코인 가격의 제곱근이 아닌 가격 자체에 선형적으로 연동되어 전통적인 AMM의 비영구적 손실 발생 원인을 수학적으로 제거한다.
이러한 2배 레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해 일드베이시스는 자체적인 전용 리레버리지 AMM을 사용한다. 한편, 대출에 사용되는 crvUSD의 안정성은 LLAMMA(Lending-Liquidating AMM Algorithm) 매커니즘을 통해 강화된다.
LLAMMA는 담보 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 담보물을 한 번에 청산하는 대신 점진적으로 crvUSD로 전환하는 ‘소프트 청산’ 기능을 수행하여 급격한 가격 변동에도 시스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동화된 리밸런싱과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
가격에 따른 상시적인 레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드베이시스는 이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교한 자체 자금 조달 경제 모델을 설계했다.
일드베이시스는 차입 비용을 시장 유동성(Market Depth)으로 전환하는 독특한 자기 강화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프로토콜은 crvUSD를 대출하지만, 이때 발생하는 이자는 시스템 밖으로 나가지 않고 100% 재활용된다.
– 일드베이시스 포지션은 crvUSD 부채에 대한 이자를 발생시킨다.
– 이 이자는 시스템 내에 포착되어 풀의 리밸런싱 작업 재원으로 사용된다.
– 리밸런싱은 현재 가격 주변에 깊은 유동성을 확보하여 스프레드를 좁힌다.
– 좁아진 스프레드는 더 많은 거래량을 유치한다.
– 증가된 거래량은 LP에게 더 많은 수수료 수익을 창출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이자 비용은 단순한 지출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 공급자의 수익률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리밸런싱 비용은 이 재활용된 이자와 AMM 풀에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의 절반으로 충당된다.
거래 수수료의 나머지 절반은 유동성 공급자의 수익과 프로토콜 관리 수수료(admin fee)로 분배된다. 이 관리 수수료는 유동성 공급(LP) 토큰의 스테이킹 비율에 따라 동적으로 결정된다. 이를 통해 프로토콜은 외부 자금 지원 없이 자체 활동만으로 유지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 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BTC와 YB 토큰 보상 선택 가능… 비트코인 축적하는 온체인 금고로
일드베이시스 토크노믹스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유동성 공급자에게 주어지는 보상 선택권이다. 공급자는 자신의 수익을 두 가지 형태 중 하나로 받을 수 있다. 하나는 거래 수수료에서 발생하는 토큰화된 비트코인, 즉 ‘실질 수익(Real Yield)’이다. 다른 하나는 이 비트코인 수익을 포기하는 대가로 받는 프로토콜의 네이티브 토큰, 즉 ‘YB 토큰 보상’이다.
이 이중 보상 시스템은 토큰 발행을 시장 논리에 맡기는 방식이다. 강세장에서는 투자자들이 YB 토큰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YB 보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들이 포기한 비트코인 수익은 프로토콜의 재무부(Treasury)에 축적된다.
반면 약세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비트코인 수익을 선호하게 되어 YB 토큰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이러한 설계는 모든 YB 토큰이 ‘포기된 비트코인 수익’이라는 기회비용을 대가로 채굴됨을 의미한다. 이는 토큰에 발행 초기부터 내재적 가치를 부여하는 효과를 가진다. 이 메커니즘은 일드베이시스를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을 축적하는 온체인 금고로 기능하게 만든다.
실제 데이터 기반 실험 결과 최대 연 20% 수익률 기록
일드베이시스 측이 공개한 백테스팅 결과에 따르면, 기존의 레버리지 AMM이 약 5.8%의 손실을 기록하는 조건에서, 커브의 크립토스왑(CryptoSwap) AMM을 변형하여 적용한 일드베이시스는 오히려 연 10.5%의 수익률(APR)을 달성했다. 마이클 이고로프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약세장에서 연 9%, 강세장에서는 최대 20%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익률의 근거는 다음 공식으로 설명된다: APR=2rpool−(rborrow+rloss)
2rpool: 2배 레버리지를 통해 두 배로 증폭된 풀의 거래 수수료 수익
rborrow: crvUSD 대출에 따른 이자 비용
rloss: 자동 리밸런싱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리피지 등의 손실 비용
이 공식에 따르면, 프로토콜의 수익성은 증폭된 거래 수수료(2rpool)가 대출 이자와 리밸런싱 비용의 합(rborrow+rloss)을 초과할 때 달성된다. 일드베이시스는 커브의 고효율 AMM과 수수료 보조 메커니즘을 통해 이 조건을 충족시킴으로써 비영구적 손실을 제거하고도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트코인 블랙홀’의 가능성
일드베이시스는 유니스왑의 AMM 모델부터 이어져 오던 비영구적 손실이라는 디파이의 오랜 난제를 수학적 설계로 정면 돌파하려는 새로운 시도다. 만약 백테스팅 결과와 같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실제로 구현해낸다면, 이는 비영구적 손실을 우려해 디파이 시장을 관망하던 거대 자본과 기관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강력한 유인이 될 것이다.
마이클 이고로프는 일드베이시스를 통해 시장에 존재하는 막대한 비트코인 유동성을 흡수하는 ‘블랙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이처럼 일드베이시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단순히 하나의 디파이 프로토콜을 넘어 중앙화 거래소와 기존 디파이의 유동성 지형까지 재편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잠재력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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