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경 칼럼니스트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두고 수많은 이슈가 집중되고 있다. 각국 블록체인협회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국제표준을 마련하기 위해 V20(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s Summit)이 개최되고, 암호화폐 및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정의와 관리‧감독방안이 담긴 내용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G20에 참여한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들 앞에서 발표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은 다음 달 FATF 현지 실사를 앞두고 있어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간 국내 미디어에는 벌집계좌 운영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들이 많이 나왔다. 그리고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운영하는 곳을 제외한 거래소들은 부정적인 프레임이 덧입혀져 왔는데 우리는 그 본질을 알아야 한다.

벌집계좌를 운영하는 거래소들은 기업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차선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가 법의 테두리를 최대한 활용하여 기획 파산을 생각한 것처럼 비춰진 정황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하지만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는 기업들이 더 많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소 입출금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 주목해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입출금 지연 문제는 고객의 불편함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소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다. 이것을 그냥 방치하는 것처럼 비치는 이유가 앞서 언급한 자금세탁방지의무와 관련이 있다. 은행과 암호화폐 거래소는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은 의심되는 자금이 입금된 거래소의 계좌를 일시적으로 닫아버린다.

이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이 일시적으로 마비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입출금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렇다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금융위원회가 시행하고 있는 비대면 실명확인을 강화하기 위해 고객에게 요구하는 정보가 늘어나고, 입금과 출금 절차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포통장이라고 불리는 차명계좌를 이용할 경우 암호화폐 거래소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불법 자금으로 의심되는 금액이 실명확인 가상계좌로 들어오거나 법인계좌로 들어오거나 똑같이 일시적으로 계좌가 닫힌다’는 점이다. 최근 4대 거래소 가운데 한 곳이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좌가 막혀 일시적으로 입출금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법자금으로 의심되는 자금이 계좌에 입금되는 이상금융거래를 인지하고 바로 조치한다면 입출금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07년 7월 2일 자금세탁 혐의가 있는 모든 금융거래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합연계분석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리고 금융권들은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AML) 부정거래탐지(Fraud Detection System, FDS)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엄격하게 금융 산업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통합연계분석시스템에 자료를 제공하고 리스크 관리를 위해 주요 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업계는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피싱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 인터넷뱅킹 해킹으로 인한 이상전자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2014년에 금융권 FDS 고도화 1.0과 2016년까지의 로드맵을 공개했으며, 금융보안연구원은 이에 발맞춰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과 같은 부분에 대한 기술가이드를 배포했다.

암호화폐 산업도 규제를 내세워 엄격한 잣대를 내세우는 것보다 이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으로 뒷받침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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