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미선 이코노미스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전략적인 관점에서 사들이는 기업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로 비트코인만이 기업의 매입 대상이 됐지만 7월 미국 의회에서 지니어스 법안이 통과된 이후부터는 매집 대상이 이더리움까지 확장됐다.
비트코인을 보유한 상장기업 현황
비트코인트레저리넷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160개의 상장 기업들이 총 92만3000여개의 비트코인(150조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발행량의 약 4.4%를 차지한다. 미국과 캐나다 기업 수가 가장 많았고 일본, 중국, 싱가폴 등 아시아 기업도 적지 않다. 마이클 세일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스트래티지(Strategy)사가 60만7770개를 보유해 가장 많다. 1000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은 37개로 이들이 보유한 비트코인 수는 전체 상장기업 보유분의 약 97%를 차지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비트맥스(377030), 위메이드(112040), 네오위즈홀딩스(042420)가 비트코인을 보유한 상장기업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디지털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등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자체 보유한 비트코인이 1만6839개에 달해 미국 상장사 코인베이스보다 많지만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이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도 매입하기 시작
최근에는 기업들이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매입에도 나서면서 이더리움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이더리움 보유를 공식화한 기업들은 현재까지 약 12조원의 이더리움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시가총액의 약 1.9%에 해당한다. 특히 7월 한 달 동안 기업이 매입한 이더리움 규모는 전체 이더리움 공급량의 0.9%에 해당했다. 7월 한 달간 이더리움 가격은 6월 말 종가 대비 54% 상승했다. 동 기간 비트코인 가격은 11.5% 상승에 그쳤는데 비트코인을 앞지른 이더리움의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대규모 매집에 기인한 결과였다.
이더리움을 보유한 주요 기업
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 (BMNR)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채굴기업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는 2025년 7월23일 기준 56만 6776개의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다. 약 2조 9,400억원 규모다. 비트마인 이사회 의장 토마스 리는 자금조달 후 단 16일만에 20억 달러 상당의 이더리움을 확보했으며 전체 이더리움 공급량의 5%를 확보하고 스테이킹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러한 전략은 스트래터지의 비트코인 전략과도 유사하다.
비트마인은 라스베거스에 본사를 둔 블록체인 인프라 회사로, 비트코인 채굴 사이트를 운영하고 채굴장비 호스팅, 하드웨어 판매 등을 하고 있다.
Sharplink Gaming (SBET)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에 이어 가장 많은 이더리움을 보유한 기업은 샤프링크 게이밍(Sharplink Gaming, SBET)사로 2025년 7월 20일 기준 SBET는 총 360,807개의 이더리움을 보유중이다. 약 1조8천억원 규모다. 이 기업은 스포츠 베팅, 게임 등을 제공하는 온라인 기술 기업이며 2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샤프링크 게이밍 경영진은 이더리움을 축적하기 시작한 배경으로 ‘이더리움이 프로그래밍 가능한 수익 창출형 자산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샤프링크는 주로 유상증자를 통해 이더리움을 매입해왔고 최근에는 일주일만에 약 8만개의 이더리움을 추가 매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기업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매입하는 배경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부수적인 투자 대상이 아닌, 주요 기업 자산으로서 전략적으로 매입, 축적하고 있다. 먼저 비트코인을 재무적 관점에서 보유하려는 기업들의 동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경제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을 들 수 있다. 2022년 이후 대부분의 G7 국가들이 3~5%에 달하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며 현금자산의 실질가치는 떨어지고 있고, 안전자산인 국채의 실질수익률도 0%에 가깝게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2,100만개의 고정된 공급량과 발행 일정이 투명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어 점점 더 많은 기업과 연기금들은 통화 실질가치 하락에 대한 헷지 수단으로 비트코인 보유를 고려하고 있다.
두 번째는 높아진 지정학적 분쟁에 대비하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면서 경영진들은 금융거래 제재, 자본 통제로 인해 하룻밤 사이에 자본에 접근할 수 없는 일들이 언제든 가능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다.
비트코인을 보유할 경우 은행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도 24시간 언제든 국경을 넘어 자본을 이동시킬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시작된 바 있다. 미국은 국가 전략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매집하겠다고 공표했고 독일, 홍콩, 스위스 등은 외환보유고에 비트코인을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세 번째는 암호화폐 보유를 통한 비지니스의 기회와 수익 창출이다. 이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에 해당되는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담보로 한 대출, 파생상품 차익거래, 라이트닝 네트워크 결제 서비스 등을 통한 서비스의 확장과 수익 창출 등에 활용될 수 있다. JP모건은 7월 22일 FT 등 보도에 따르면 2026년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담보로 직접 대출해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라 밝혔다. 기업이 보유한 암호화폐가 담보자산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열렸다.
6월 말 미국 연방정부는 주택금융 공기업 패니매(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이 주택대출 심사에서 암호화폐를 현금화하지 않고도 가계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최근 기업들이 이더리움을 대량 매집한 이유
최근 이더리움을 매집하는 기업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는 미국에서 통과된 지니어스 법안이 수익을 제공하는 스테이블코인을 금지시킨 점과 연관될 수 있다.
이자지급 금지된 스테이블코인, 대안을 찾는 기관투자자
지니어스 법안에 따르면 발행자는 준비금으로 국채를 보유하고 이자 수익을 얻지만 이 이자는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전달될 수 없다. 이는 현재의 상황에서 달라진 것은 아니나 ETF 출시 등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암호화폐 투자가 법적으로 가능해진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자지급은 금지된 것이기 때문에 수익 추구의 신탁 의무를 가진 기관 투자자들은 이자에 준하는 수익을 제공하는 안정적인 암호화폐로 눈길을 돌릴 수 있다. 이더리움이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생산적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보다 많은 기업들이 매입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의 경우 스테이킹을 통해 3~4%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고 DeFi를 활용할 경우 8~10% 이상의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실제로 Sharplink Gaming 기업은 보유중인 이더리움을 100% 스테이킹하고 있으며 2025년 6월 이후 스테이킹을 통해 획득한 이더리움 보상은 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거래 증가에 대비한 축적
두 번째는 지니어스 법안 통과로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사용하려는 기업들에게는 이더리움 보유가 실질적으로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달러 스테이블코인(USDC, USDT)은 대부분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 운용되고 있으며 이더리움 네트워크 거래를 위해서는 수수료를 이더리움으로 지불해야 한다. 또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사용이 늘어날수록 이더리움 유통량 중 일부가 자동 소각됨에 따라 보유한 이더리움의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의 전망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단순한 투자 목적이 아닌 재무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암호화폐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으로 실제 결제와 송금에 암호화폐가 활용되고 담보 자산 등으로 활용됨에 따라 기업이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고 암호화폐 산업과 기존 산업과의 경계도 점차 옅어질 것이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매입하겠다고 공언하고 제도화에 앞장서며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듯 기업 간에도 이러한 주도권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샤프링크 게이밍사는 이더리움 집중도 지표(ETH Concentration)를 처음 개발해 이더리움을 보유한 상장 기업들의 노출도를 비교하여 공표하고 있다.
이 지표는 기업이 잠재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주식 1천주 당 이더리움의 총량을 나타낸다(The amount of ETH held or to be held per 1000 diluted shares). 이 지표에 따르면 샤프링크 게이밍사(SBET)는 가장 높은 이더리움 집중도를 기록하고 있다. 사전에 공격적으로 이더리움을 매집한 후 자신에게 유리한 지표를 만들어 후발주자들에게도 적용하는 모습인데, 새 판을 깐 선두주자는 그 판의 규칙을 정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리트를 갖게 된다.

이제 시장은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을 보유한 이더리움 가치를 나눈 비율도 비교하기 시작했다. 보유한 이더리움 장부가치를 회사의 시가총액으로 나눈 배수로, 배수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ETH 가치를 훨씬 넘어서는 미래 수익률을 주가에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더리움이 기업의 재무적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이더리움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가 기업 가치평가 기준의 하나가 되고 있다. 아직은 이더리움 보유 기업이 채굴기업, 게임사 등에 한정되어 있지만 비트코인 사례와 같이 이더리움도 보유 기업의 저변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재무 관리 패러다임의 전환
물론 암호화폐를 보유한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위험 요소들은 여전히 있다. 해킹의 위험과 가격 변동에 따라 기업 수익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점, 스테이킹 언락킹이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서 수일 지연될 위험 등은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기술 변화의 속도와 산업 구조의 변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아무런 리스크를 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현재의 미국 암호화폐 정책은 기업들이 암호화폐 보유로 인해 발생할 위험과 불이익은 줄여주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넓혀주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2023년 9월 기업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공정가치로 평가할 수 있도록 승인했고 이는 2025년 올해부터 시행되었다. 그 전까지 기업이 보유한 암호화폐는 최초 매입가 대비 가격이 하락하면 손상차손을 재무제표에 기록해야 했고 이후 가치가 회복되더라도 매각하지 않는 한 이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공정가치 회계 적용으로 기업들이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보유하는데 있어 큰 걸림돌이 제거되었고 기업의 편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현금성 자산, 국채 중심으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 구성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더해진 구조로 변화되면서 기업의 스테이킹, DeFi 생태계 참여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기업들은 디지털자산 기반의 비지니스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미래 비지니스를 설계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매입에 나서면서 공급 대비 높아진 수요는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시장 참여는 장기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안정성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이미선 블록미디어 이코노미스트 약력

· ING자산운용 채권트레이더
·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입사
· 빗썸코리아 리서치센터 센터장
· 위메이드 마켓인사이트 팀장
· 해시드오픈리서치 리서치팀장
이미선 이코노미스트는 ING자산운용에서 채권트레이더, 애널리스트로 3년간 근무했다. KAIST 금융전문대학원 졸업 후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 입사해 2018~2022년 채권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스마트 콘트랙트가 금융을 바꿀 것이라고 확신해 블록체인 산업으로 전직했다. 해시드오픈리서치 리서치팀, 빗썸코리아 리서치센터 센터장, 위메이드 마켓인사이트 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블록미디어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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