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저트머라이언, 밀크티·코피와 함께
바삭한 카야잼 토스트 즐길 수 있어
코코넛 가득한 커피…진한 남국 느낌
[블록미디어 권은중 전문기자] 싱가포르는 물가가 꽤 비싼 편이다. 도시국가라는 제한된 환경 탓에 집값, 기름값이 비싼 탓도 있지만 가난한 주변 국가에 견줘 소득이 높아서 상대적으로 물가가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 아침식사로 나오는 카야 토스트와 계란 반숙 요리는 싱가포르 물가를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하게 느껴진다. 이 세트에는 아주 진한 코피(Kopi: 싱가포르에서 커피를 부르는 말)가 추가된다. 내가 10년 전 싱가포르 여행을 갔을 때 이 세트가 3000원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도 찾아보니 싱가포르의 관문인 창이국제공항에서 카야토스트 뷔페세트(카야토스트+커피+계란 반숙)가 싱가포르 달러로 6.3달러(우리돈 6800원)다. 우리나라 물가와 비교해도 여전히 착한 가격이다.
보통 관광객들이 이 싱가포르식 조찬메뉴를 주로 먹는 식당은 야쿤(Ya Kun)이라는 프랜차이즈 식당이다. 1944년에 중국 하이난성 출신 이민자가 싱가로프 차이나타운에서 노점상으로 시작한 이 식당은 이 아침 식사 메뉴를 최초로 고안해냈다.
카야잼은 ‘판단(pandan)’이라는 동남아 아열대 자생 식물의 잎으로 만든 잼이다. 이탈리아 바질이나 우리나라 깻잎같은 판단 잎에 설탕, 코코넛 등을 넣어서 맛을 냈다. 싱가포르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등 주변 국가에서도 즐긴다. 열매가 아닌 잎으로 만들어서, 잼인데도 달콤 쌉쌀한 묘한 맛이 난다. 그래서 싱가포르에 간 관광객들이 기념품으로 사온다. 가격이 저렴해 나도 사와서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줬던 기억이 있다.
카야잼을 바른 토스트와 계란 반숙으로 구성된 이 싱가포르 조찬 메뉴는 어떻게 보면 참 단촐한데 묘하게 균형이 맞는다. 얇게 구운 빵에 발라진 카야잼의 쌉싸름하면서 달콤한 풍미와 부드러운 반숙 계란, 그리고 진한 싱가포르식 커피까지 아침부터 식욕을 자극한다.
서울 홍대 앞 디저트머라이언은 이 카야잼 샌드위치를 맛있게 하는 카페다. 바삭한 빵구움 정도와 맛난 카야잼은 싱가포르 현지 맛 그대로다. 그런데 내가 이 집을 가게 된 것은 카야 샌드위치 때문이 아니라 밀크티 때문이었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주변 국가들은 봄 가을철은 물론 겨울인 11~12월에도 날씨가 매우 무덥다. 싱가포르 12월 평균기온도 30도가 넘는다. 그래서 항상 오후 4시쯤에 아예 티 브레이크가 있다. 쉬면서 우유와 설탕을 듬뿍 넣은 홍차를 마신다. 밀크티에는 우유와 설탕을 잔뜩 넣어 서울같은 중위도 지역에서는 다소 과하게 느껴지지만 인도나 싱가포르 같이 적도와 가까운 지역에서 마셔보면 상당히 원기를 북돋아준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나는 글을 쓰는 게 일이다보니 아침부터 커피를 많이 마시다. 그러다보면 오후부터는 커피가 잘 받지 않는다. 홍차는 다소 밍밍하고 해서 대안으로 찾았던 게 밀크티였다. 디저트머라이언이 밀크티를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래서 찾아가 봤던 것이다.

머라이언(Merlion)은 싱가포르의 상징으로 상반신은 사자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인 상상의 동물이다. 그러니까 디저트머라이언이라는 이름만 봐도 이 카페가 싱가포르식 디저트를 표방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남자 사장님 두분이 운영하는데 모두 싱가포르인이다. 두 분 모두 표정도 밝고 매우 친절하다.
이 카페는 차뿐 아니라 판단케이크나 카야토스트 같은 싱가포르식 디저트를 내놓는다. 아기자기한 실내에 싱가포르 라디오 방송이 계속 나와 싱가포르 현지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고객의 절반은 외국인인 것 같다.
밀크티와 코코넛커피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면 그때부터 조리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약간 걸렸다. 하지만 차와 코피, 그리고 디저트는 모두 수준급이었다. 특히 따뜻한 밀크티가 맛이 있었다. 일단 홍차와 우유가 모두 두터웠다. 뭔가 오리지널의 중후함을 알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메뉴판을 보면 이 집만의 방식으로 진하게 우려낸 차가 핵심이라고 한다.
두번째 갔을 때는 싱가포르에서 하듯이 카야 샌드위치도 시켜봤다. 정성껏 얇게 잘 구운 빵만으로도 이미 합격점이었는데 여기에 달콤한 카야잼이 인상적이었다. 싱가포르 현지의 맛 그대로였다. 메뉴판을 보니, 사장님들이 카야잼을 매일 직접 무방부제로 신선하게 만든다고 한다. 1인분에 4조각이 나오는데 한사람이 다 먹지 못할 만큼 양이 많았다.
코피도 일반적인 드립커피처럼 종이필터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천에 내리는 융드립이었다. 융드립은 종이 커피필터와 달리 커피의 오일을 거르지 않아 맛과 향이 진하다. 여러 커피 가운데 코코넛커피가 맛났다. 특히 이 커피는 코코넛을 듬뿍 넣어줘 이국적인 남국의 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뜨거운 코코넛 커피보다 차가운 코코넛 커피가 더 이국적이었다. 이 카페는 싱가포르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꼭 찾아가볼만한 집이다. 이런 싱가포르 느낌 덕에 2024년에는 방한한 싱가포르 수상이 디저트 머라이언을 직접 방문할 정도였다. 2층에 있어서 홍대 메인거리를 굽어보는 전망도 꽤 괜찮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7길 75 오복빌딩 2층
■메뉴: 블랙코피(4500원), 코코넛코피(6000원), 떼따레밀크티(6000원), 카야토스트(4300원)
* 권은중 전문기자는 기자로 20여 년 일하다 50세에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의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학교(ICIF)’에 유학을 다녀왔다. 귀국 후 경향신문과 연합뉴스 등에 음식과 와인 칼럼을 써왔고, 관련 강연을 해왔다. 『와인은 참치 마요』, 『파스타에서 이탈리아를 맛보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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