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박재형 특파원

세상에 새롭게 등장하는 대부분의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에도 여러가지 장점과 함께 반드시 고려해야 할 단점들도 많이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는 정책 결정자들은 이들 장단점 사이에서 예상할 수 있는 수익과 손실 요소들에 대한 분석부터 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수용이 본격화 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고려할 정책적 과제들로는 우선 어떤 블록체인을 선택할 것인가, 즉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특성과 차이를 이해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공공 데이터 기록이 현재의 중앙집중식 시스템에서 퍼블릭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전환될 경우 사생활, 저작권 등의 보호 문제가 중요하게 지적된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정부 등에서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의 대안으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좀 더 다양한 방식의 구현이 가능하지만 광범위한 수용을 위해서는 특수 장비가 요구되는 등 운영 비용상의 부담이 커져서 효율성의 문제가 생겨 신기술 도입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

일반 대중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들은 현재의 인터넷과 비슷하게 누구나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퍼블릭 블록체인의 특성은 누구나 기록된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시켜 준다. 그러나 퍼블릭 블록체인의 이러한 점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두 가지 고유한 특성 때문에 정보 프라이버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첫째, 블록체인 기술은 추가 전용 데이터 프로세스에 의존한다. 따라서 어떤 정보도 제거할 수 없다. 둘째로, 퍼블릭 블록체인들은 전체 노드 네트워크가 동일한 정보를 기록하는 분산 데이터 저장 시스템에 의존한다. 따라서 모든 정보의 변경은 실질적으로 전체 네트워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블록체인에서는 정보를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어렵게 된다. 따라서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핵심 이슈가 된다. 사용자가 민감한 정보나 개인 정보를 기록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정책을 모색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심지어 그 방법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인터넷상 정보의 변경 내지 삭제와 관련해 유럽에서는 1995년 일명 “잊혀질 권리”(right-to-be-forgotten)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했고,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에서는 그 범위를 정하는데 기준이 되는 판례가 나온 바 있다. 이 문제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도 사실상 같은 이슈가 될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공공 행정 등에 도입할 경우 “잊혀질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터넷과 같은 중앙집중식 시스템에서 법원은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중앙 서버에 있는 정보를 삭제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탈중앙화 된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는 복수의 노드가 동일한 정보 노드의 동일한 사본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법원의 관할권 밖에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의 정보 삭제 명령의 시행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복잡하다. 게다가 블록체인 설계의 불변성 때문에 정보가 남아 있어야 할 수도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분산적이고 영구적인 성격은 예상 못했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퍼블릭 블록체인의 모든 노드는 동일한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따라서 저작권 침해나 불법 음란물 등 불법적인 정보가 블록체인에 기록된 경우 이론적으로 모든 노드 소유자가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예상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정부 등 공공기관에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대안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경우 승인을 받은 이용자만이 기록된 정보에 접근 가능하다는 점은 기존 인터넷이나 사설 네트워크와 유사한 면이 있다. 이러한 성격은 정부에게는 보다 많은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각급 정부가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공공행정 서비스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 따라서 정부들에서는 이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에 노력 중인데, 미국의 버몬트주에서는 주정부 기록 관리 시스템에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도입하기 위한 비용-편익 분석을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는 기술 도입에 따른 이익이 소요되는 비용보다 크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

정부가 통제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는 퍼블릭 블록체인인 비트코인 네트워크만큼 대규모의 네트워크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으며, 운영 비용이 저렴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시스템의 중복성 때문에 현재의 중앙 집중식 시스템보다 운영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모든 기록 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전환하고, 많은 인구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데 필요한 수준으로 확장하는 것은 상당히 비용이 들고 에너지 소비에 따른 환경 문제도 초래할 수 있다. 정부 행정 서비스에 블록체인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효과로 기대되는 효율성에 따른 혜택,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의 재활용 가능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정부 행정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부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