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박현재] 비트코인(BTC))이 10만 달러 선에서 장기 횡보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매파적 동결’ 기조가 시장의 방향성을 가로막고 있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고 점도표와 경제전망을 통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트코인이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독자적인 모멘텀을 형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전통적으로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왔다. 저금리는 위험자산의 상승을 부추기고, 고금리는 자산시장의 유동성을 압박한다. 2020년~2021년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시기 비트코인은 1만 달러 미만에서 6만9000달러까지 급등했다. 반대로 2022년부터 시작된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비트코인을 1만5000달러까지 끌어내렸다.
하지만 단순한 금리와의 역상관 공식은 한계가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나 은행 파산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비트코인이 오히려 안전자산처럼 기능했다. 2024년 초 현물 ETF 승인처럼 강력한 암호화폐 고유의 호재는 금리 영향을 넘어서기도 했다. 시장은 이제 연준의 실제 정책보다 기대 심리에 반응하고 있으며, 금리 인하 여부보다는 그 ‘이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장 압력을 높인 연준의 ‘매파적 동결’
2025년 6월 FOMC 회의는 연준의 고민을 드러냈다. 경제 성장률과 고용은 둔화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점도표상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 수가 줄어들었고, 금리 동결을 선호하는 목소리는 강해졌다. 이는 ‘더 높게, 더 오래’라는 기조가 시장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같은 기조 속에서 비트코인은 장기 횡보세를 보이며 10만 달러 선을 방어 중이다. 파생상품 시장의 레버리지 정리, ETF 자금의 지속 유입은 하방 지지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기술적 지표와 시장 심리를 분석하면, 단기적으로는 가격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ETF를 중심으로 한 기관 수요는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떠받치고 있으며, 이는 과거의 고점보다 높은 바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파생상품 미결제약정은 감소하고 있으나 현물 ETF 순유입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투기 수요가 줄고 실질적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ETF의 지속적인 유입 외에도 온체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장기 투자자들의 축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비트코인 보유 기간이 길어진 지갑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거래소 보유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는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상승을 기대하며 장기 보유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거와는 달리, 시장의 주도권이 단기 투기에서 장기 확신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트코인, 구조적 확신의 자산으로
최근 몇 년간 비트코인의 수익률은 주식, 금, 부동산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반감기 이후 12~18개월 동안의 퍼포먼스는 다른 자산군과 차별화된 흐름을 보여준다. 이는 장기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이자 안전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비트코인의 희소성과 네트워크 효과, 제도권 채택 속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장기 수요 기반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금리와 비트코인의 단순 상관관계를 넘어서, 복잡한 거시 경제의 흐름과 자산 내부의 펀더멘털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장기 투자자는 비트코인의 희소성과 제도권 수용이라는 구조적 강점에 집중하고, 단기 트레이더는 연준의 일정과 정치·지정학 리스크를 주시하며 민첩한 대응이 필요하다. 연준의 손끝에 시장이 출렁이는 시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이중 사이클’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도 있다. 연준의 통화 정책 사이클(약 5년 주기)과 비트코인의 반감기 사이클(약 4년 주기)을 겹쳐보며, 두 사이클이 동시에 강세 국면에 접어들 때 강한 상승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반감기 이후이지만 연준의 긴축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이므로, 변동성이 크면서도 중장기적 축적 기회가 공존하는 구간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장기적 확신은 점점 더 제도적, 구조적 근거를 바탕으로 쌓여가고 있다. 2025년 현재,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디지털 화폐(CBDC)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는 탈중앙화 자산과 중앙집중형 디지털 자산의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정치적 독립성과 투명성이라는 상징 자산으로 자리 잡으며, 법정화폐와는 다른 위상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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