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플래시봇(Flashbots)의 로버트 밀러(Robert Miller)는 최근 발표한 리서치에서 “MEV(Maximal Extractable Value)가 오늘날 블록체인 확장의 실질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더리움(ETH)과 솔라나(SOL)를 비롯한 주요 네트워크에서 스팸 트랜잭션이 블록공간을 대규모로 소비하며, 실제 사용자에게 돌아가는 성능 향상을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밀러는 “베이스, 옵티미즘(OP) 메인넷 등 주요 롤업에서 스팸 봇이 전체 가스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용자 수수료는 불필요하게 높게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베이스에서는 2024년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약 1천100만 가스/초의 처리량이 증가했지만, 이 중 대부분이 스팸 봇에 의해 사용됐다.
스팸 봇은 가격 차익 거래를 위해 수백 건의 트랜잭션을 전송하면서도 성공률은 극히 낮다. 예컨대 0.12달러 이익을 올린 트랜잭션 뒤에는 평균 350건의 실패한 트랜잭션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1억3200만 가스가 소비된다. 이는 일반적인 이더리움 블록 4개 분량에 해당한다.
스팸은 구조적 문제… 단 두 개 주체가 베이스 스팸 80% 차지
밀러는 △표현력이 높은 트랜잭션 △사설 멤풀(Private Mempool) △저렴한 수수료 △비효율적인 트랜잭션 순서 경쟁 구조 등을 스팸 발생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사용자의 트랜잭션이 블록에 포함되기 전까지는 외부에서 파악할 수 없어, 봇은 같은 블록 내에서 MEV 기회를 노리기 위해 무작위로 트랜잭션을 전송하게 된다.
이처럼 블록공간 경쟁이 ‘가스 소비 기반의 스팸 경매’로 흐르면서, 네트워크는 실제 가치보다 더 많은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밀러는 “OP 메인넷의 경우 스팸 봇이 전체 가스 사용량의 약 57%를 차지하지만, 수수료는 9%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분석 결과 스팸 트랜잭션의 대부분은 소수 주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베이스 체인 상에서 수익 전송 주소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두 개 주소가 전체 스팸의 80% 이상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이는 시장 경쟁이 제한적이며, 현재의 스팸 구조가 가격발견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확장을 위한 해법은 ‘프로그래머블 프라이버시’와 ‘명시적 경매’
밀러는 MEV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프로그래머블 프라이버시 △명시적 순서 경매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전자는 신뢰 실행 환경(TEE)을 활용해 검색자에게 트랜잭션 흐름을 제공하되, 이를 사전매수나 샌드위치 공격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식이다. 후자는 검색자가 블록 내 특정 위치에 트랜잭션을 포함시키기 위한 권리를 직접 입찰하는 경매 구조다.
이 두 방식은 검색자에게 필요한 정보 접근성과 순서 선택권을 제공하면서, 불필요한 스팸 트랜잭션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구조의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밀러는 “지금까지는 블록을 더 크게 만드는 기술 확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블록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며 “MEV가 체인 자원을 갉아먹는 한계를 극복하지 않으면, 진정한 확장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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