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신지은 앵커·문정은 기자] 비트코인에 큰 관심을 보이며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밀레니얼 세대. 실제로 그들은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을까.

비트코인 투자 붐이 한창 일었던 2017년말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서울과 6대 광역시 및 경기지역 신도시 등에 거주하는 25세~64세 25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암호화폐를 실제로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3.9%였으며 이 중 20대가 22.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었다.

이로 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20대 젊은층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환영하고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을까. 이를 알아보고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한빗코와 <블록미디어>가 ‘길거리 인터뷰’를 공동 기획하고 수원에 위치한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의 대학생 30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블록체인 몰라도 비트코인은 안다…하지만 도박 아닌가?”

지난 1월 미국 유명 ETF 전문 투자자문사 ETF스토어(ETFStore)의 네이트 제라시(Nate Geraci) 최고경영자(CEO)는 “밀레니얼 세대 투자자들 중 90%는 금과 같은 전통 자산보다 비트코인 투자를 선호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20대 젊은이들도 비트코인에 관심이 많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상은 달랐다.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국내 대학생들은 비트코인을 여전히 ‘어렵고, 모르고, 어두운’ 가상화폐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한 학생은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신소재공학을 공부 중인 한 학생은 “학기 과제 중에 인공지능(AI)와 블록체인 등 여러 기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블록체인은 어려워서 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이미지는 어떨까. 대학생들의 답변을 한 데 모으면 비트코인은 한때 이슈화된 불안하고, 어렵고, 어두운 존재였다. 소프트웨어를 전공 중인 학생들은 비트코인에 대해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어렵다’ ‘잘 모르겠다’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기전자를 전공하고 있는 한 학생은 비트코인에 대해 “‘인생 역전’이 떠오른다”며 “반대로 망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비트코인을 ‘가상화폐’라고 부르다 보니 실체 없는 불확실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주변 친구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거나, 반대로 투자금을 잃은 사례를 모두 목격하면서 리스크가 큰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은 것.

기계과에 다니는 한 학생은 비트코인에 대해 “생활에 적용이 안되고 있고 실체가  없다”며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계공학 전공 학생 또한 “어떻게 보면 도박 같다”며 “비트코인은 불특정 다수가 참여할 수 있어 변동성이 큰 것 같다”고 답했다.

◆ 부정적 인식 개선…업계·정부 모두의 과제

이처럼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은 배경에 대해 업계는 2017년 비트코인 붐, 사건·사고 등 부정적 뉴스 노출, 블록체인 실증사례 부족 등을 꼽았다. 실제 2017년 11월 처음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1000만 원을 돌파하고 다음달 바로 2000만 원을 넘어섰다. 그러다 지난해 초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서며 투자금을 잃는 사례가 나타났다. 이후 암호화폐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비트코인은 ‘한 때다’ 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또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해킹을 당하거나 블록체인 기업이 ICO(암호화폐 공개) 모집 자금을 먹튀하는 등 여러 사건 사고가 터지고, 이를 주류 언론매체가 다루면서 일반인들의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진우 스톰 한국 커뮤니티 매니저는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나 정부, 특히 주류 미디어들에서 노출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비트코인 관련 내용은 좋은 쪽보다 나쁜 쪽이 많다”며 “굳이 암호화폐 전문 채널을 구독하거나 찾아보지 않는 이상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대한 진짜 의미를 아예 접하거나 듣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20대 중반의 김희연 에어블록 사업개발담당자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무슨 일을 하는거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너도 비트코인 하는거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고 업계 내에서는 ICO 붐이 일어 투기 인식이 강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의 부정적 인식은 아쉽지만, 이러한 영향으로 블록체인 업계 내에 자금이 들어오고, 인재가 유입하는 등 기술이 발전하는 계기도 됐다”고 덧붙였다.

업계의 자성적 노력도 있다. 지난달 국내에서 처음 열린 ‘이드콘(Ethcon) 한국 2019’은 블록체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 일반 개발자들도 참여를 장려시키는 노력을 했다. 실제 이드콘 준비 과정에 참여했던 김희연 에어블록 사업개발담당자는 “블록체인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하려 해킹이나 개발자 동아리, 컴퓨터 공학 게시판 등에 컨퍼런스 홍보를 했었다”며 “하지만 대부분 컨퍼런스 참여자들은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업계 또한 부정한 방법으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안좋은 사례를 만들지 말고, 기술 개발이나 서비스, 제품으로 블록체인의 효율성을 증명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또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산업 기준을 만들어 관련 업계의 비즈니스 판단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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