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중동전쟁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유가 폭등과 같은 패닉은 없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격화되며 중동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국제 원유시장은 1970년대와 같은 충격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며, 유가가 장기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다.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이란 핵시설 공격과 이에 대한 보복 속에서도 국제 유가는 연초 대비 큰 변동 없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자국 통화 강세 덕분에 오히려 유류 수입 비용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충돌이 과거와 같은 세계적 유가 파동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RBC의 헬리마 크로프트(Helima Croft)는 “이란이 자국 원유 수출의 90%를 처리하는 카르크섬(Kharg Island)을 공격받지 않는 한, 글로벌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혼란은 있지만 구조는 다르다”
1970년대 유가 폭등은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특히 1973년 오일쇼크, 1979년 이란 혁명은 미국의 경기침체를 초래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경제 구조는 그때와 다르다.
콜럼비아대 에너지정책센터에 따르면, 1970년대에는 원유 1배럴이 GDP 1000 달러를 창출했지만 지금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기술 발달과 셰일혁명으로 인해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으며, 유가는 수개월 내에 증산을 통해 조절 가능하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의 회복 탄력성을 높였고, 단기적 충격이 장기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높인다.
원유보다 중요한 변수는 지정학적 리스크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중국의 원유 수입에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할 경우에만 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란이 우호적인 국가들의 지지를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 충돌이 향후 에너지 가격 그래프에 “짧은 돌출부” 정도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유(WTI)도 여전히 배럴당 70~75달러 선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위기는 1979년 이란 혁명과 같은 전환점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에너지 환경에서의 또 다른 ‘시험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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