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미국 소재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공개 상장된 기업 약 228곳이 전 세계적으로 총 82만 개 비트코인(BTC)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약 20곳과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리플(XRP)를 보유한 기업 8곳만이 마이크로스트래티지(현 스트래티지)가 개척한 레버리지 자금 조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2024년 12월15일부터 시행된 암호화폐 회계기준 변화와 맞물려 있다. 그 전까지 미국의 일반회계기준(GAAP)에 따르면 기업은 암호화폐를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손실만 회계상 반영할 수 있었다. 보유 중 발생하는 이익은 자산을 매도하기 전까지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3년 12월 재정회계기준위원회(FASB)가 지침을 개정하면서 기업들은 암호화폐를 공정가치로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이전 기준은 손실만 기록하고 이익은 반영하지 못하게 해 많은 기업의 암호화폐 도입을 어렵게 했다. 개정된 기준은 암호화폐 보유 현황을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게 만들었고, 복잡한 회계 처리 부담도 줄였다. 그 결과 올해 들어 암호화폐 보유를 공개하는 기업이 늘었다.
암호화폐 보유 기업의 등장과 두 가지 시스템 리스크
초기에는 스트래티지와 테슬라 등 기존 사업을 영위하면서 투자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한 기업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기업들은 암호화폐 자체를 축적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주식이나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순자산 대비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처럼 공개 상장된 암호화폐 전용 기업(PTCV)의 증가는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암호화폐 수요 증가 △시장 시스템 리스크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먼저 ‘강제 매도 압력’이 있다. 많은 PTCV가 전환사채를 발행해 암호화폐를 매입했다. 전환사채 보유자는 주가 상승 시 이익을 얻지만, 실패 시 원금을 상환받는다. 기업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보유한 암호화폐를 매각할 수밖에 없다. 여러 기업이 동시에 이를 실행하면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급락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는 ‘자발적 매도 압력’이다. 일부 기업이 현금 흐름 관리나 사업 운영 자금 마련 목적으로 암호화폐를 매도할 경우, 시장은 이를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격이 하락하면 다른 기업들도 매도에 나서며 연쇄적인 시장 불안정성을 유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