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2단계 입법 하반기 발표 예정…제도화 추진 본격화
차기 금융위원장 교체 여부, 정책 속도 변수로 작용 가능성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국회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논의에 속도를 내면서, 정책 방향과 입법 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 안에 여당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복수의 법안 초안이 연이어 공개될 예정이며 정부도 하반기 중 별도 법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입법 논의가 국회와 정부 양축으로 병행되면서 향후 디지털자산 제도화의 구체적인 윤곽이 어떻게 잡힐지 주목된다. 여기에 금융위원장 교체 가능성과 같은 정치적 변수까지 겹치며, 제도화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와 함께 오는 17일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공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핀산협은 이 자리에서 법안의 핵심 조문과 주요 쟁점들을 상세히 설명할 계획 이다.
여당 내 두 갈래 법안…정무위 안 공개 임박
민주당에서는 민병덕 의원이 의장으로 있는 디지털자산위원회와 강준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무위원회를 통해 각각 별도의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을 마련 중이다. 이로써 당내에는 두 개의 기본법안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앞서 민 의원은 지난 10일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입법 논의에 불을 지폈다. 해당 법안은 디지털자산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업권별 진입·행위 규제, 발행 절차, 공시 의무, 불공정거래 금지 등 시장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자산연동형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구체적 요건을 제시하며, 산업 육성과 이용자 보호 간 균형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정무위원회도 올해 상반기 동안 강 의원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을 여러 차례 열며 입법 방향과 주요 쟁점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이 과정을 거쳐 마련된 정무위 버전의 기본법안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조마간 공개될 예정이다.
상장 심사·공시 주체 등 핵심 쟁점서 뚜렷한 입장차
정무위 안은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법안은 상장 심사 권한, 법정협회의 역할, 스테이블코인 규제 수준, 인허가 체계 등 핵심 쟁점에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덕 의원안은 새롭게 설립될 법정협회에 상장 심사 권한을 부여해 협회가 일정 수준의 공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돼 있다. 감독 기능과 심사 기능을 분리하려는 구조로 규제의 효율성과 제도적 정합성을 높이려는 취지가 담겼다.
반면 강준현 의원이 주도하는 정무위 안은 거래소의 상장 심사 권한을 유지하는 기조 아래 협회는 공시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는 기능적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측은 협회를 통해 디지털자산 관련 백서나 투자설명서 등을 하나의 공시 창구에 집약해 등록·관리하는 체계를 구상 중이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과 유사한 형태로 디지털자산 시장의 정보 접근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처럼 협회를 공시 중심의 실무 운영 기구로 설정하려는 방향은 상장 심사 등 실질 권한 부여와는 거리를 두는 구조로, 민 의원안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정부도 하반기 입법 예고…금융위 수장 교체 여부 촉각
국회 차원의 논의와 함께 정부도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디지털자산 제도화를 위한 2단계 입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위는 지난 1월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가상자산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사업자 진입 규제 정비 △스테이블코인 규율 방안 마련 △상장·공시제도 정립 등 주요 과제를 논의했으며, 올해 하반기 중 정부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 출범으로 금융당국 수장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책 추진의 속도나 방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장은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돼 있고 김병환 위원장 역시 2년 이상 남은 임기를 갖고 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와 관계없이 교체돼 온 관행이 이어져 왔다.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은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삼정KPMG경제연구원장),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현 토스인사이트 대표) 등이다. 도규상 전 부위원장은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과 금융위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지난 4월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성장과 통합’에 합류했다.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행정고시 33기 출신으로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두 인물 모두 디지털자산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손 전 이사장은 한국거래소 재직 시절 “디지털자산이 메이저 투자 자산이 됐다”며 “자본시장이 아직 준비되지 못한 만큼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어 “디지털자산을 포용할 방안을 연구해야 할 때”라고 언급하며 시장 감시·공시·청산 등에서 한국거래소가 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도 전 부위원장은 금융위 재직 시절 정무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의 불안정성과 규제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자율규제, 이용자 보호, 불공정 거래 대응 등 정책적 과제에 대해 실무적 차원의 발언을 해왔으며, 대체불가능토큰(NFT)과 같은 디지털자산에 대한 법적 해석과 규제 가능성도 검토한 바 있다.
변수는 인선 아닌 ‘대통령의 의지’
다만, 정책 기조를 누가 이끌든 간에 결국 디지털자산 제도화의 핵심은 ‘누가 되느냐’보다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차기 위원장에 누가 오르든 궁극적인 추진 동력은 청와대와 국정기획 단계에서 어떻게 방향을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자산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누구냐는 물론 중요하지만, 제도화의 성패는 결국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에 달려 있다”며 “인사가 늦더라도 대통령이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 정부 조직은 움직이게 돼 있다. 반대로 청와대가 확고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인선이 빠르더라도 현안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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