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지난 3개월 사이, 디파이 생태계에서는 총 20억 달러 규모의 실물 자산 토큰화(RWA) 펀드가 배분되는 전례 없는 자본 이동이 벌어졌다. 그 중심에는 이름은 아직 생소하지만, 급속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새로운 온체인 운용 플랫폼 ‘스파크(Spark)’가 있다. 2025년 6월 12일 기준, 스파크는 디파이라마(DefiLlama) 기준 전체 디파이 프로토콜 중 TVL(예치 자산) 8위, 렌딩 부문에서는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파크는 단순한 예치·대출 프로토콜이 아니다. 예금(Savings), 대출(Lending), 유동성 배치(Liquidity Layer)라는 세 가지 기능을 하나의 통합 스택에 구성하고, 이를 통해 거버넌스에 따라 수조 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을 전통 금융과 디파이 생태계 전반에 전략적으로 배분한다.
이렇게 분산된 자산은 고정 수익률 기반의 예치 이자, 실물 자산 투자 수익, 프로토콜 파트너십 수수료로 돌아오며, 사용자들은 이를 자동화된 구조 안에서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온체인 자본 배분 엔진’이라는 정체성이 스파크의 핵심이다.
스파크는 메이커다오(MakerDAO)의 생태계 개편 계획인 ‘엔드게임(Endgame)’의 일환으로 2023년에 출범했다. 메이커다오는 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자산 운용 수익 기반으로 자생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스카이((SKY))’라는 새 이름으로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첫 번째 실행 주체가 바로 스파크였다.
스파크는 메이커다오의 서브다오 구조인 ‘스타즈(Stars)’ 중 하나로 시작됐으며, 현재는 온체인 자산 운용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주요 역할은 디파이 생태계 전반에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을 공급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2025년 6월 기준, 스파크는 약 21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이며, 연간 추정 수익은 1억3000만 달러를 상회한다.
스카이가 보유한 대차대조표를 외부 자산시장에 능동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스파크는 세 가지 핵심 모듈—예금, 대출, 유동성 배치—를 단일 스택 안에 통합했다. 이 구조는 단순한 디파이 대출 플랫폼의 범주를 넘어, 디지털 자산과 실물 자산 간의 유동성을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핵심 허브로서 스파크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는 스파크 세이빙(Spark Savings)이다. 사용자는 USDC, USDS, DAI를 예치하면 sUSDC, sUSDS 같은 누적형 이자 토큰을 받는다. 해당 토큰은 실시간으로 복리 이자를 쌓으며, ERC-20 표준을 따르기 때문에 지갑 간 전송은 물론 담보 자산으로도 쓸 수 있다. 2025년 6월 11일 기준, SSR(Sky Savings Rate)은 연 4.98%(25년 6월 11일 기준) 수준으로, 플랫폼 수수료나 슬리피지는 없다.
누적 예치액은 38억 달러에 달하며, 이자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토큰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다. 스파크의 SSR은 중앙은행 기준금리와 유사한 역할을 하며, 거버넌스를 통해 고정된다. 이 덕분에 예치자들은 금리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스파크렌드(SparkLend)는 아베(AAVE) v3를 포크한 대출 프로토콜이지만, 시장 이용률 기반 금리 책정이 아닌 ‘거버넌스 기반 고정 금리’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사용자는 ETH, cbBTC, wstETH, rETH 등 고효율 담보를 맡기고 USDS를 차입할 수 있으며, 변동성이 낮은 고정 금리 덕분에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
실제로 월간 평균 차입 금리 변동 폭은 0.01%에 불과하다. 이는 DAO 트레저리나 기관처럼 정교한 자금 운용이 필요한 사용자에게 특히 유리하다. 현재 스파크렌드의 예치 자산(TVL)은 35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모든 차입은 스카이의 준비금에서 직접 투입되는 DDM(Direct Deposit Module) 방식으로 진행된다. 덕분에 자금 조달이 예측 가능하고, 유동성 고갈 우려도 적다.
세 번째 층은 스파크 유동성 레이어(Spark Liquidity Layer·SLL)다. 이 모듈은 스카이가 보유한 USDC, USDS 등의 스테이블코인을 자동으로 차입해 이더리움(ETH), 베이스(Base), 옵티미즘(OP), 아비트럼(ARB), 유니체인 등 다중 체인으로 전송한 후, 주요 프로토콜(에이브, 모포, 펜들(PENDLE), 에테나(ENA) 등)에 예치한다. 이는 단순 예치가 아니라, 외부 프로토콜의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수익을 발생시키는 구조다.
SLL을 통해 이동된 자금은 39억 달러 규모로, 이더리움 35억 달러, 베이스 3.8억 달러 등으로 나뉘어 배치된다. 2025년 상반기 넉 달 동안만 26억 달러 이상이 다양한 디파이 및 RWA 전략에 투입됐으며, 5월에는 블랙록(BlackRock) BUIDL, 슈퍼스테이트(Superstate), 센트리퓨지(Centrifuge) RWA 토큰 풀에만 10억 달러가 추가로 배정됐다.
이렇게 유입된 수익은 다시 예치자에게 돌아간다. 블랙록 BUIDL 펀드에만 8억 달러 이상이 예치돼 있으며, 이 펀드는 미국 국채 및 레포에 투자해 안정적 현금 흐름을 창출한다. 슈퍼스테이트와 센트리퓨지에는 각각 3억 달러, 2억 달러가 배치됐고, 최근에는 디파이 기반 RWA 플랫폼인 메이플(Maple)에도 1억 달러가 할당되며, 스파크의 자산 배치 전략은 더욱 다변화되고 있다.
스파크는 단순히 디파이 유동성을 키우는 수준을 넘어서, 실물 자산 기반의 수익을 DeFi 사용자에게 투명하고 자동화된 방식으로 분배하는 구조를 갖췄다. 예치자는 단순히 이자만 얻는 것이 아니라, 미국 T-Bill 수익률과 같은 안정적 실물 수익에도 노출된다.
보안 측면에서도 스파크는 수준 높은 시스템을 구축했다. 체인시큐리티(ChainSecurity)와 칸티나(Cantina) 등 주요 보안 업체의 감사를 받았고, 최대 500만 달러 규모의 버그 바운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모든 대규모 자금 이동은 온체인 투표와 멀티시그를 통해 승인되며, 관련 트랜잭션은 누구나 검증할 수 있다.
2025년 6월 기준, 스파크 생태계의 총 예치 자산은 54억 달러 수준이며, 30일 TVL 증가율은 95%로 디파이 상위 10개 프로토콜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환산 기준 매출은 1억 8500만 달러에 달하며, 활성 지갑 수는 17만 개를 돌파했다. 디파이라마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수치는 단기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인 성장의 결과로 해석된다.
국내 사용자에게도 스파크는 매력적이다. 달러 기반 자산 운용의 규제가 많은 한국에서, 메타마스크 하나만으로 USDC를 예치해 4.5%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더불어 OP 메인넷에서는 예치·대출 활동에 대해 200만 OP의 인센티브가 예고되어 있어 초기 참여자에게 알파 기회도 있다. 국내 DAO 입장에서도 USDC 금고를 sUSDS로 전환하면 이자 수익과 담보 활용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운용 효율이 높아진다.
스파크는 생태계 전반의 탈중앙화를 지향하며,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거버넌스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SPK 에어드롭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번 캠페인은 총 5만 명을 대상으로 하며, 스파크렌드와 상호작용한 사용자뿐 아니라 USDS, sUSDS, DAI, sDAI, xDAI 등을 주요 디파이 체인과 프로토콜(에이브(AAVE), 센트리퓨지, 모포(Morpho, $MORPHO), 펜들((Pendle)), 리도(LDO), 유니체인(Unichain), 옵티미즘(OP) 메인넷 등)에서 보유한 사용자들도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제품 이용자에 그치지 않고, 디파이 핵심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접근으로, 스파크가 탈중앙화 금융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RWA 커스터디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과 거버넌스 실행 속도는 여전히 스파크가 직면한 리스크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구조적 설계와 거버넌스 참여율, 수익 지표는 스파크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디파이 유동성 배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실험임을 시사한다.
예금, 대출, 유동성 배치를 하나의 수직 통합 시스템에서 운영하며 중앙은행적 통제 아래 자본을 배분하는 스파크의 모델은 DeFi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단일 트랜잭션으로 수억 달러를 이동시키는 이 프로토콜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디파이 제품이 아닌, 온체인 금융 인프라 그 자체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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