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 간 실명계좌 제휴를 제한하는 ‘1거래소-1은행’ 정책 완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 일정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업비트와 독점 제휴를 맺고 급성장한 케이뱅크는 해당 정책 변화에 따라 수익성, 사업 구조, 시장 내 입지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주요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발송하고, 이달 중 IPO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단순한 상장 절차로 보이지만 실상은 ‘시간 제한이 있는 의무’에 가깝다. 케이뱅크는 내년 7월 전까지 IPO를 완료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계약상 중대한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IPO 시한 압박에 ‘1거래소-1은행’ 변수 겹쳐
해당 조건은 2021년 케이뱅크가 약 72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유치하면서 설정됐다. 당시 FI들은 동반매각청구권(Drag Along)과 콜옵션을 보유했고 상장이 무산될 경우 이를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FI가 권리를 행사할 경우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비씨카드는 FI가 보유한 약 1조원 규모의 지분을 약정된 가격에 매입해야 한다.
이로 인해 IPO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케이뱅크는 투자자 구조와 자본 안정성 면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법상 최대주주 지분 한도가 34%로 제한돼 있어, FI 지분 인수에도 실질적인 제약이 따른다. 실제로 비씨카드는 케이뱅크 지분 33.72%를 보유하고 있어 추가 인수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 계약은 오는 10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1거래소 1은행’ 구조에 대한 개선 요구가 한층 거세지고 있으며 여야 모두 ‘1거래소-다은행’ 체제 전환을 대선 공약에 포함한 바 있다. 특히 업비트를 비롯해 일부 시중은행들도 복수 제휴 가능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기존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제도 변화 가능성은 IPO를 앞둔 케이뱅크에 또 다른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7일 ‘1은행-1거래소 규제 관련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해 2월 법인의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가 허용되자 법인 고객 비중이 비교적 낮은 케이뱅크와 제휴 중인 업비트가 이용자의 선택권 확대를 근거로 ‘1거래소 1은행’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업비트가 복수 은행과의 제휴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수신 기여도가 높은 업비트를 원하는 케이뱅크와 과거 기업은행과의 계약 종료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던 업비트를 당시 케이뱅크가 수용한 이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비트 의존 흔들…케이뱅크 생존 전략 시험대에
실제 업비트는 하나은행과의 기술 협업 및 공동행사 개최 등 다양한 접점을 넓히고 있어 제휴 다변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되면 케이뱅크는 업비트를 통한 대규모 예치금 유입과 수수료 수익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거래 기반에 의존한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수익원 다각화와 법인 고객 유치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케이뱅크로서는 디지털자산 시장 내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층 능동적인 전략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디지털자산 업계의 주요 파트너로서 향후 커스터디(수탁) 등 다양한 연계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수익원 다변화 역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1거래소 1은행’ 규제가 실제로 완화될지는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규제를 풀 경우 오히려 대형 거래소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부작용 가능성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7일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1거래소 1은행’ 제도 폐지에 대해 “해당 제도는 디지털자산 시장이 과열되고 사회적 문제가 불거졌을 때 도입된 일종의 규제”라며 “제도 완화가 자칫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그 부분을 들여다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윤성 타이거리서치 연구원도 “정책이 폐지되면 1강 다약 구조가 더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들이 수익성과 안정성을 고려해 대형 거래소와만 제휴하려 할 수 있어, 자금과 이용자가 더욱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 연구원은 독과점 심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거래소의 독과점을 막기 어렵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상장 절차가 투명하면 독과점 거래소의 상장 관련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고, 각 거래소의 수수료를 공시하면 시장 지배력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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