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박현재] 최근 미국에서 디파이(DeFi)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시장에 긍정적인 흐름이 관찰되고 있다. 수년간 규제 불확실성 속에 머물던 디파이 업계는 새로운 행정부의 출범과 규제 당국의 기조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며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디파이 관련 세금 보고 의무를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한 데 이어, 6월 10일 폴 앳킨스(SEC 위원장)의 “디파이는 미국의 가치 기반”이라는 발언이 이어지며, 디파이에 대한 규제 기조 변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미국 규제 당국이 디지털 자산 산업, 특히 디파이 분야에 대해 보다 유연한 접근을 검토할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 같은 변화 조짐은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주요 디파이 프로젝트들의 토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디파이 시장의 전체 시가총액도 하루 만에 약 8% 증가하는 등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규제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 심리에 일정 수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디파이 세금 보고 의무 폐지…업계 부담 경감
2025년 4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IRS(국세청)가 발표한 디파이 관련 브로커 규제를 무효화하는 H.J.Res. 25 법안에 서명했다. 이 규정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마련된 것으로, 브로커 정의를 확대해 디파이 프로토콜 운영자에게도 사용자 거래정보 보고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규정은 2024년 12월 30일 최종 발표됐으며, 비수탁형 브로커로 운영되는 디파이 플랫폼을 대상으로 IRS 보고 요건을 적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규정이 디파이의 탈중앙성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며, 기술 혁신에 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의회는 의회검토법(CRA)을 활용해 규제 폐지를 추진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해당 규정은 공식 폐기됐다. CRA는 규제 발표 60일 이내 의회의 단순 과반수로 폐지가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절차로, 이번 규정은 해당 요건을 충족했다. 다만, 커스터디형 디지털 자산 브로커에 대한 규정은 이번 폐지 조치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폐지 법안은 초당적 지지를 바탕으로 통과되었으며, IRS는 향후 유사 규제를 재도입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조치로 인해 디파이 플랫폼은 사용자 정보 수집 및 보고 의무에서 벗어나 운영 부담을 경감하게 되었으며, 사용자 입장에서도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다소 완화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개별 참여자들은 여전히 디파이 거래에서 발생한 소득 및 손실을 자체적으로 보고해야 할 의무가 존재한다.
# ‘CLARITY Act’…디파이 규제 체계 정비 시도
현재 미 의회에서 논의 중인 ‘CLARITY Act’는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체계를 수립하고자 하는 법안으로, 디파이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법안은 2023년 처음 발의됐으며, 2024년에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초안이 공개되었다. 지난 11일에는 최신 개정안이 제출되며 본격적인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 주요 입법 목표와 배경
CLARITY 법안은 프렌치 힐, 더스티 존슨, 톰 에머 등 공화당 소속 하원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디지털 자산 관련 명확한 규제 틀 마련, 규제기관 간 역할 조정, 소비자 보호와 혁신 촉진 간 균형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프렌치 힐 의원은 암호화폐 산업이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명확한 기준 제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핵심 조항 1: ‘디지털 상품’ 정의 및 CFTC 관할권 강화
법안은 대부분의 디지털 자산을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ies)’으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규제 권한을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부여하고자 한다. 해당 자산은 블록체인 시스템의 기능 및 활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
단, 은행 예금, 증권으로 간주되는 채무증서, 이익 공유 계약 등은 예외로 분류되어, 기존 금융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CFTC와 SEC 간 관할권 충돌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 핵심 조항 2: SEC-CFTC 간 역할 정립
토큰 자체는 CFTC가 감독하지만, 투자 계약 형식으로 판매되는 경우 SEC의 관할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는 토큰의 법적 성격과 판매 방식 간의 구분을 통해 보다 세분화된 규제 적용을 가능하게 한다.
– 핵심 조항 3: 비지배적 개발자 보호
비수탁형 지갑 제공자, 오픈소스 코드 작성자, 블록체인 인프라 제공자 등 ‘비지배적(non-controlling)’ 주체는 단지 기술을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자금 송금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는 최근 토네이도 캐시, 사무라이 월렛 사건 등으로 불거진 개발자 법적 책임 문제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핵심 조항 4: ‘성숙한 블록체인 시스템’ 개념 도입
새롭게 도입된 ‘성숙한 블록체인 시스템(mature blockchain systems)’ 개념은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는 블록체인을 뜻하며, 이에 대해서는 SEC의 관여를 줄이는 방식으로 제도적 접근이 제안되고 있다. 이더리움이 그 예로 언급된 바 있다.
이 개념은 과거 FIT21 법안에서 논의된 ‘탈중앙화’ 기준을 정교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 소비자 보호 및 시장 안정성 조항
법안은 사기 및 조작 방지를 위한 조치, 준법 감시 시스템 강화 등 소비자 보호 조항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규제 완화와 동시에 투자자 보호를 도모하려는 정책 방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SEC 내부 변화…폴 앳킨스 위원장의 방향성
SEC 역시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2025년 4월 21일 새롭게 임명된 폴 앳킨스 위원장은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새 정부의 디지털 자산 정책 전환을 상징하는 인사로 주목받고 있다.
6월 9일 열린 SEC 원탁회의에서 앳킨스 위원장은 ‘디파이와 미국 정신’을 주제로 발표하며, 디파이 기업들이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하에 일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셀프 커스터디(사용자 자산 직접 보관)를 기본권으로 언급하며, 이를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개발자를 브로커로 간주하는 기존 규제 접근에 대해서도 재검토 의지를 드러냈다.
# 규제 기조 변화가 디파이 프로젝트에 미치는 영향
이와 같은 규제 변화는 디파이 프로젝트의 운영과 생태계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운영 안정성 제고: 규제 명확성이 향후 프로젝트 설계 및 운영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다.
△ 기관 투자자 접근성 확대: 명확한 규제가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한 기관 투자자들의 접근 장벽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 개발자 보호 강화: 개발자들의 법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기술 실험과 프로토콜 개발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규제 준수 기능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디파이 프로젝트의 성장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변화하는 규제 환경 속 디파이의 과제
미국 내 디파이 규제 변화는 새로운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세금 보고 의무 폐지, 개발자 보호 조항, 관할권 명확화 등은 디파이 생태계에 일정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 제도 시행 여부, 구체적 규정 마련 과정, 기관 간 협의 진전 여부 등이 디파이 업계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중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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