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예윤 인턴기자] 대선 과정에서 주요 공약으로 언급됐던 토큰증권(STO) 제도화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얼마나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법무법인 세종은 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어 새 정부 출범 이후 관련 STO 법제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실물자산 토큰화(RWA·Real World Asset)가 100억 달러 규모를 돌파하며 빠르게 부상 중이다. 국내에서도 STO 제도 정비 이후 실물자산 토큰화(RWA)로의 논의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멈췄던 STO 시계, 다시 움직일까
토큰증권(STO)은 고가 자산을 소액 단위로 나눠 다수가 공동 투자하는 ‘조각투자’ 모델이 주목 받으면서 함께 부상했다. 이 가운데 증권성을 지닌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디지털화해 발행한 것이 STO다. STO가 본격 도입되면 금융권은 물론 지역 공동 개발이나 △부동산 △인프라 △공공 프로젝트 등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2023년부터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통해 관련 제도 마련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도 조각투자 스타트업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며 시장 진입을 준비해왔다.
현재 STO 관련 법안은 12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추가 절차는 사실상 중단됐다.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에 가로 막혔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고, 법안 발의자들도 낙선해 동력이 약화됐다. 이어진 계엄령과 조기 대선으로 ‘3월 골든타임’도 지나쳤다. 6월 조각투자 제도화를 위한 라이선스 신설을 앞두고 있어 이에 맞춘 STO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RWA 급부상…STO를 넘어서는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RWA가 빠르게 부상했다. RWA는 STO와 유사하지만 증권 외에도 실물 기반 자산이라면 무엇이든 토큰화할 수 있어 적용 범위가 더 넓다. 웹3와 탈중앙화 금융(DeFi)과의 연계성도 높다. 지난해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제도 정비와 민간·기관 주도의 실사용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전통 금융과 디지털자산(가상자산)을 잇는 핵심 인프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성장세가 가속화됐다. 2024년 한 해 동안 RWA의 총 예치자산(TVL)은 44% 증가했고 시장 가치도 약 85% 상승했다. 트럼프의 후원을 받는 월드리버티파이낸셜과 RWA 플랫폼 온도파이낸스의 협력도 주목받았다. 온도는 채권 등 전통 금융 자산을 토큰화하는 대표적 RWA 프로젝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RWA 시장에 진입했다. 블랙록이 출시한 토큰화된 미국 국채 펀드 비들(BUIDL)은 1년 만에 운용자산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를 돌파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국내에서도 STO를 넘어 RWA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법연구센터장은 지난달 디지털자산위원회 정책토론회에서 “RWA가 토큰화 시장에 안착하려면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프라 확충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RWA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프라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은 정부 주도로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구조에 강점을 지닌다”며 “공공 인프라 위에서 다양한 민간 플레이어가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신흥 자산 RWA, 신뢰·규제는 과제
RWA 도입에는 과제가 남아 있다. RWA는 유동성이 부족해 신뢰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다수 프로젝트가 실명확인(KYC) 등 최소한의 규제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또 RWA는 토큰증권과 달리 증권성 여부가 불분명해 제도권으로 편입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RWA에 대해 명확한 규제를 마련한 국가는 없다.
강기범 하나증권 디지털신사업실장은 최근 K콘텐츠 투자 활성화를 위한 STO 활용 방안 세미나에서 “RWA는 비제도권 금융에 속해 국내 적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채나 전통 실물자산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RWA 모델을 STO에 접목하는 방식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