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박현재] 디지털 시대에 ‘One Person, One Vote(일인일표)’ 원칙은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온라인 설문과 투표는 가짜 계정이나 자동화된 봇의 개입으로 쉽게 조작될 수 있고, 이는 전통적인 민주주의의 신뢰 기반을 흔든다. 이런 가운데 탈중앙화 신원(Decentralized ID) 시스템인 휴머니티 프로토콜(Humanity Protocol)이 그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휴머니티 프로토콜은 생체 인식과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ZKP)을 기반으로 한 ‘PoH(Proof of Humanity, 인간 증명)’을 통해 사용자가 유일한 실존 인물임을 증명하고, 그 인증을 바탕으로 다양한 온라인 환경에서 한 사람 당 하나의 신원만을 행사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특히 손바닥 정맥 패턴을 활용한 비침습적 생체 인증은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 ‘Proof of Humanity’란 무엇인가
휴머니티 프로토콜의 핵심은 PoH(Proof of Humanity) 개념이다. 이는 사용자 생체 정보를 기반으로 한 영지식 증명을 통해 사용자가 실존 인물임을 인증하고, 이를 통해 디지털 ID의 중복 생성이나 봇 계정 생성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손바닥의 정맥 패턴은 사람마다 중복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신뢰도 높은 생체 인증 수단으로 꼽힌다.
이 과정은 탈중앙화 신원증명(DID) 구조에 기반하고 있어, 중앙기관이 개인정보를 보관하지 않는다. 사용자는 자신의 디지털 지갑에 신원 정보를 저장하고, 서비스 이용 시에는 필요한 범위만 암호학적으로 증명한다. 이처럼 개인정보는 보호되고, 신원은 보증되는 ‘자기주권 신원(Self-Sovereign Identity, SSI)’ 체계를 구현한다.
현재 휴머니티 프로토콜은 Web3 전반에서 봇 계정 차단, DAO 거버넌스 투표, 공정한 에어드랍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초에는 주요 벤처캐피털들로부터 약 20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시빌 공격 방지(Sybil Resistance) 기반의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 온라인 투표 시스템의 혁신, 무엇이 가능한가
이러한 디지털 ID 시스템은 온라인 투표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 기존 종이투표나 공인인증서는 중앙 선거관리기관이 신원 확인을 담당하지만, PoH 기반 DID를 활용하면 유권자 본인이 온라인 투표 플랫폼에서 스스로 신원을 증명할 수 있다.
PoH 인증을 거친 DID는 ‘이 사용자가 한 사람’임을 블록체인에서 증명하고, 동시에 ZKP 기술을 통해 누구인지, 어떤 표를 행사했는지는 숨길 수 있다. 투표자는 “등록된 실존 유권자”임을 증명하지만, 투표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이는 투표자 익명성과 무결성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DID로 생성된 자격 증명(VC: Verifiable Credential)은 ZK 기술과 결합돼, 시스템은 투표자가 유효한 사람인지 검증하면서도 해당 유권자의 신상은 알 수 없게 한다. 결과적으로 ‘본인만 투표하고, 단 하나의 표만 행사한다’는 일인일표 원칙이 기술적으로 구현된다.
다만 실사용을 위해선 해결 과제도 있다. 시민권, 거주지 등 유권자 자격 검증 수단과 기존 선거 시스템과의 연계, DID 분실 대비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머니티 프로토콜은 향후 전자정부 시스템과 연동과 공공 서비스 전반에 응용될 잠재력을 지닌다.
# 선진 사례로 본 디지털 투표의 현실
디지털 투표를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국가는 에스토니아다. 에스토니아는 2005년부터 전국 단위 온라인 투표(i-Voting)를 시작했고, 2023년 총선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51%가 온라인으로 투표했다. 유권자는 전자 신분증(ID 카드) 또는 모바일 ID를 통해 본인 인증을 마친 후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며, 투표 내용은 이중 암호화된 전자 봉투 구조로 보호된다.
에스토니아의 성공 배경에는 △전국민 대상 디지털 ID 발급 △법률·행정 인프라 정비 △지속적인 기술 검증과 투명한 보안 감사가 있었다. 개표는 수 시간 내 완료돼 신속성과 효율성도 입증됐다.
반면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온라인 투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주별로 제한적 실험은 있었지만, 보안 우려가 크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2018년과 2020년 사이 해외 주둔 군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투표 앱을 시험했다. 그러나 MIT 연구진은 해당 앱(Voatz)에 보안 취약점을 발견했고, 결국 앱 사용은 중단됐다. 이후 미국 내에서는 종이기록이 남는 감사 가능한 투표 방식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 온라인 투표의 장점과 과제
디지털 투표는 △투표 접근성 향상 △투표율 증가 △개표 효율성 △비용 절감 등에서 장점이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PC로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고, 고령자나 해외 거주자도 쉽게 투표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는 이를 통해 투표율 상승과 행정 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하지만 우려도 존재한다. △해킹 위험 △투표자 익명성 침해 △검증 불가능성 △기술 격차에 따른 참여 불균형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미국 전문가들은 “완전히 안전한 온라인 투표 시스템은 현재 없다”고 경고한다.
또한 기술 이해도가 낮은 유권자는 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갖기 어렵고, 이로 인해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기술은 가능성을, 제도는 현실을 만든다
휴머니티 프로토콜은 PoH 기술을 통해 ‘한 사람에게 하나의 디지털 신원’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시스템은 다중 계정 생성이나 봇 개입을 차단하며, 영지식 증명을 통해 익명성과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완전한 온라인 선거의 도입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영지식증명과 인간 증명을 활용한 탈중앙화 신원 시스템은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 수준의 신뢰도를 제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