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중앙화(CEX)와 탈중앙화(DEX)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유동성과 접근성을 강점으로 하는 CEX와, 자율성과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DEX의 경쟁은 이제 단순한 기술적 선택을 넘어, 투자자의 금융 철학과 성향을 반영하는 결정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장을 장악한 CEX…그러나 DEX의 추격도 거세다
전통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은 중앙화 거래소(Centralized Exchange, CEX)가 지배해왔다. 바이낸스(Binance), 코인베이스(Coinbase), 크라켄(Kraken) 등 대표적인 CEX는 풍부한 유동성과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다양한 법정화폐 지원 기능을 통해 막대한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상위 10개 CEX는 월간 거래량이 2조5천억~3조 달러에 달한다. 이용자 신원 인증(KYC) 절차, 거래소 내 자산 보관, 빠른 주문 체결 기능 등은 전통 금융 환경에 익숙한 투자자들에게 신뢰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탈중앙화 거래소(DEX)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팬케이크스왑(PancakeSwap)이나 유니스왑(Uniswap) 같은 DEX는 스마트 계약 기반으로 운영되며, 사용자가 자신의 지갑과 자산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을 제공한다. 특히 개인정보를 제출할 필요가 없고, 거래가 블록체인 상에서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점은 프라이버시와 투명성을 중시하는 투자자에게 큰 매력이다.
시장조사 기관 디파이라마(DeFiLlama)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5년 5월 한 달간 DEX 전체 거래량은 약 6687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체 시장 거래 중 52.77%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과거에 비해 현저히 상승한 점유율은 DEX에 대한 신뢰 회복과 함께, 자산 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을 반영한다. 특히 팬케이크스왑이 유니스왑을 넘어서는 거래량을 기록하는 등, BNB체인 기반 플랫폼의 부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무엇이 다른가? CEX vs DEX 핵심 비교
CEX는 초보자에게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반면, DEX는 블록체인의 자율성과 보안 철학을 실현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각 플랫폼은 각각의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DEX는 낮은 유동성과 상대적으로 복잡한 사용자 환경이 단점이다. 반대로 CEX는 사용 편의성과 유동성 면에서는 강점을 가지나, 최근 FTX 사태처럼 중앙 집중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잠재되어 있다.
대표 플랫폼: 어떤 거래소가 있나
각 거래소는 저마다의 특화된 기능과 사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CEX와 DEX 플랫폼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중앙화 거래소(CEX)
- 바이낸스(Binance)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로, 월간 거래량은 수조 달러에 이른다. 수백 개의 암호화폐와 다양한 파생상품, 스테이킹, NFT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법정화폐 온·오프램프 지원도 폭넓고, 글로벌 사용자 기반이 탄탄하다. 다만, 규제 환경에 따라 국가별 서비스 제한이 있을 수 있다.
- 업비트(Upbit) & 빗썸(Bithumb)
한국 시장을 대표하는 거래소로는 업비트와 빗썸이 있다. 원화 입출금과 높은 보안성, 국내 사용자에 최적화된 UI가 강점이다. 특히 업비트는 투자자 보호 체계와 자산 건전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빗썸은 오랜 업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상장 토큰 수는 해외 대형 거래소에 비해 제한적이다.
탈중앙화 거래소(DEX)
- 유니스왑(Uniswap)
이더리움 기반의 대표적인 DEX로, 누구나 토큰을 상장하고 거래할 수 있는 자유도가 가장 높다. 오픈소스 코드 기반이며, 전 세계 디파이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유동성 공급자에게 수수료를 분배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유지한다. 다만, 초보자에게는 가스비와 지갑 연동 방식이 다소 복잡할 수 있다.
-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최근 급성장 중인 탈중앙화 선물 거래소로, 고성능 체인에서 운영되며 빠른 거래 속도와 낮은 수수료로 주목받고 있다. 자체 레이어1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돼 확장성과 성능에서 강점을 가진다. 거래량도 빠르게 증가 중이며, DEX의 전문화된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 팬케이크스왑(PancakeSwap)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BSC) 위에 구축된 DEX로, 낮은 거래 수수료와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 최근 거래량 기준으로 유니스왑을 앞지르며 DEX 분야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바이낸스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동되며, 간편한 UI로 초보 사용자에게도 접근성이 높다. 다만, BSC 기반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탈중앙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용자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최적의 선택’
하이브리드 전략: 둘 다 사용하는 투자자들
많은 사용자들은 중앙화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구매한 뒤, 이를 개인 지갑으로 전송해 DEX에서 활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업비트에서 이더리움을 매수한 후 메타마스크(MetaMask) 지갑으로 옮기고, 유니스왑에서 디파이 토큰을 교환하거나 팬케이크스왑에서 수익형 파밍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CEX의 편의성과 DEX의 자율성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투자자의 성향과 사용 목적에 따라 적합한 거래소는 달라질 수 있다. 다음은 사용자 유형별로 어울리는 거래소 유형을 정리한 것이다.
① 암호화폐 초보 투자자
초보 투자자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친숙하고 법정화폐 입출금이 가능한 CEX가 적합하다. 고객 지원과 앱 기반의 간편한 거래는 처음 암호화폐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요소다.
② 보안과 자율성 중시 투자자
자산의 완전한 통제권을 원하고,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는 사용자라면 DEX가 더 적합하다. “Not your keys, not your coins(당신의 키가 없으면, 당신의 코인이 아니다)”는 말처럼, 개인 지갑을 통해 직접 자산을 보관하는 방식은 보안성과 자율성을 우선시하는 투자 철학과 일치한다.
③ 기관 투자자 및 규제 준수를 선호하는 사용자
엄격한 규제 준수와 명확한 고객 보호 체계를 중시하는 기관 투자자는 법적 안정성이 확보된 CEX를 선호한다. 특히 대규모 거래, 파생 상품, 스테이킹 등의 고급 기능은 대부분 CEX를 통해 이용 가능하다.
④ 익명성과 탈규제를 지향하는 거래자
정부의 규제를 회피하고 싶은 거래자, 프라이버시가 최우선인 경우 DEX가 유리하다. DEX에서는 신원 인증 없이 거래할 수 있으며, 일부 플랫폼은 토큰 교환 외에도 대출, 파밍 등 다양한 디파이(DeFi) 기능을 제공한다.
리스크와 한계
- FTX 사태가 남긴 교훈
2022년 FTX의 파산은 중앙화 거래소(CEX)가 안고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고객 자금과 회사 운영 자금을 분리하지 않은 부실한 내부 통제는 결국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으며, 수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다. 이 사건 이후 주요 거래소는 자산 증명(PoR) 공개, 외부 감사 확대 등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용자는 거래소 선택 시 이러한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 DEX의 성장 가능성과 과제
2025년 기준, 탈중앙화 거래소(DEX)는 전체 암호화폐 거래량의 35-40%를 차지하며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ZK 롤업, 고속 레이어2 블록체인 등 기술 발전은 거래 속도와 수수료 측면에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있으며, 유동성 부족 문제도 크로스체인 브리징, 유동성 집계 프로토콜을 통해 점차 해결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구조적 한계는 존재한다. DEX는 일반적으로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가 부족하고, 실수로 인한 자산 손실을 되돌릴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거래 실패, 슬리피지 발생, 프런트런(front-run) 가능성과 같이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또한, 일부 플랫폼은 스마트 계약의 보안 취약점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특성은 DEX가 추구하는 자율성과 탈중앙성의 이면에 존재하는 리스크로, 사용자 스스로 이에 대한 이해와 대비가 필요하다.
나에게 맞는 거래소는?
암호화폐 거래소 선택은 단순한 플랫폼 비교를 넘어, 사용자의 금융 철학과 기술 수용성, 개인정보 보호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 빠르고 간편한 거래, 고객 지원, 규제 안정성을 중시한다면 CEX
- 프라이버시, 자산 주권, 탈중앙화 철학에 동의한다면 DEX
- 두 가지의 장점을 혼용하고 싶다면 혼합 전략(CEX → DEX) 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2025년은 어느 한쪽의 독주보다, 사용자 요구에 맞는 맞춤형 플랫폼이 부상하고 있다”며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거래소의 구조보다, 각자 ‘어떤 거래 경험’을 원하는가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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