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친 암호화폐 대통령의 자질을 갖추었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존 금융시장과 새로운 디지털자산 시장을 모두 잘 아는 혁신 인재를 등용하는지 보면 된다.
우리나라 디지털자산 시장은 2019년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말하면서 길고 긴 크립토윈터(Crypto Winter·암호화폐 시장 침체기) 속에서 동력을 상실했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나 일부 코인 거래소들과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근근이 연명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른바 ‘박상기 법란’으로 우리나라는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글로벌 탑이 될 기회를 잃었다.
2024년 7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 창일 때 기자는 당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비축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는 현장에 있었다. 트럼프에 열광하던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함성이 생생하다.
그 후 비트코인은 금에 필적하는 디지털 골드, 디지털 대체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비트코인 외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이른바 웹3 프로젝트, 탈중앙금융,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의 결합 등이 미국 디지털 이코노미 중추 산업으로 급성장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디지털 자산시장의 기반을 오롯이 해외에 빼앗겼다. 국내에서 개발된 블록체인은 글로벌 코인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았고, 한국 투자자에게만 의존하는 프로젝트들은 김치코인이라며 천대 받았다. 먹튀할 생각으로 가득한 가짜 코인들이 선량한 투자자들을 울렸다. 능력 있고, 비전 있는 블록체인 개발자들은 한국을 떠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원래 코인 시장은 투기판”이라는 고루한 생각을 하는 사이 디지털 자산은 기존 금융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월가가 지난해 내놓은 비트코인 현물 ETF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ETF 상품이 됐다. 미국 국채와 MMF 등 금융상품을 블록체인 상에 올려 코인화한 상품들도 속속 등장했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금융시장의 최신 트랜드에서도 밀려나기 시작했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기존 금융시장의 약점을 보완하는 대안이다. 이것을 간파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시장의 지지를 끌어모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기존 워싱턴 정가 문법에 연연하지 않는 파격적인 언행과 정책으로 실용을 강조한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가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비즈니스 상대’로 두 사람 사이에 강력한 케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할 때 “한국과 미국이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과감하게 협력하자”고 말한다면 트럼프의 눈빛이 달라질 것이다. 디지털 자산은 기존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꿀 비밀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 주변에 기존 금융시장과 디지털자산 시장 양쪽에서 활동한 인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뜻 떠오르는 인물로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홍성국 전 의원이 생각난다.
홍성국 전 의원은 증권사 대표 출신으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관계자들에게 강도 높은 경제 스터디를 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전 의원은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도 혁신성을 인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10년 전부터 중국의 제조업 과잉투자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경고해 왔다. 그의 경고는 사실로 입증됐다. 금융현실과 글로벌 산업에 대한 통찰력을 지닌 인물이다.
정통 경제 관료의 길을 걷다가 과감하게 디지털 자산 분야에 뛰어든 김용범 해시드 오픈 리서치 대표도 혁신 DNA를 장착한 인재다. 기재부 차관을 역임한 김용범 대표는 우리나라 경제 금융 관료로서 금융 격동기를 거쳐왔다. 기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다. 해시드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며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부르짖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두나무를 우리나라 최고의 코인 거래소로 성장시킨 이석우 대표는 업계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줄 위치에 있다. 이 대표는 카카오를 거쳐 두나무에 합류해 척박한 우리나라 디지털자산 시장을 개척한 인물이다. 두나무 대표에서 곧 물러난다고 하는데, 그의 경험과 지혜를 이대로 퇴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디지털자산 시장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에도 시장과 소통할 인물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더블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있다. 디지탈자산기본법을 리드하는 그는 “가상자산, 암호화폐라는 다소 부정적인 단어 대신 ‘디지털 자산’이라는 말을 쓰자”며 관련 법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 업계의 목소리가 민 의원을 통해 법안으로 다듬어지고, 정치권에도 전달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에서 오래 활동하며 기존 금융에 대한 이해도 높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면한 국내외 경제 현실과 해결해야 할 혁신 과제들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촌각을 다툴 정도로 시급한 것들이다. 대통령 혼자서 풀 수 없는 숙제가 대부분이다. 과거와 미래를 잇고, 기존 금융과 새로운 디지털 금융을 두루두루 아우를 수 있는 인재들에게 해법을 구해야 한다. 대통령 주변에 분명 그러한 인재들이 있을 것이다.
크립토 코리아(Krypto Korea), 디지털 자산 분야의 ‘K이니셔티브’를 회복할 대통령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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