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정다훈 법률사무소 애셋 대표 변호사]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국내 가상자산업계의 오랜 염원이었던 법인의 가상자산 보유 및 투자 허용의 물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간 국내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보유 및 투자가 사실상 금지되어 왔다. 2017년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과 2018년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통해 규제 당국은 법인 명의 실명계좌 개설을 제한해 왔다. 이러한 규제에 대해 업계는 지속적으로 완화를 요구해왔고, 이번 로드맵은 그러한 요구에 대한 정부의 점진적 수용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단계적 허용 로드맵의 골자
로드맵의 골자는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및 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해 △단계적·점진적으로 법인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함에 있는바, 여기에서의 “우선순위”는 금융위의 판단에 따라 가상자산 처분필요성이 높으면서 자금세탁 및 투기 가능성은 낮은 순서로 법집행기관·비영리기관·가상자산거래소(1단계), 일부 전문투자자(2단계), 일반 법인(3단계)으로 분류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2025년 하반기 이후 시행될 2단계 일부 전문투자자 대상 시범 허용이다. 이들은 △주권 상장법인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 중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100억원 이상이거나 외부감사법인으로서 잔고가 50억원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고객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금융회사 등은 제외된다. 금융위는 일반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여부는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예상되는 법률 리스크는?
먼저 투자자 공시에 대한 확대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는 전문투자자가 이미 파생상품과 같은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들을 시범 허용 대상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 공시 기준은 파생상품 거래에 준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래 상대방이 아닌 ‘자체 투자’ 목적의 법인에게는 공시 의무가 직접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다.
제3의 커스터디 기관(가상자산 보관·관리 기관) 활용 권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금융위가 비공식적·간접적 규제를 선호해왔다는 점에서 은행이나 거래소의 내부 심사 기준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커스터디 서비스는 신탁과 유사한 기능을 하며 자산의 안전한 분리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다.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구축은 가장 핵심적인 요건이 될 수 있다. 금융위가 직접적으로 이를 언급한 만큼, 특정금융정보법상 규제가 일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법은 △의심거래 보고 △거액현금거래 보고 △업무지침 마련 △고객확인 의무 △전신송금 정보 제공 등을 포함한다.
이 중 ‘의심거래 및 거액현금 보고 의무’는 일부 전문투자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고, 업무지침 등 내부체계 구축 의무는 거래 유형과 규모에 따라 일부 완화될 수 있다. 다만 고객을 유치하지 않는 법인의 경우, 고객확인 및 전신송금 관련 의무는 적용 가능성이 낮다.
2단계 허용에 관해 구체적인 법적 요건이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나, 로드맵만으로도 향후 규제 방향성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시장은 선점과 도태가 동시에 벌어지는 구조다. 법률 리스크에 대한 이해와 선제적 대응이야말로 시장 참여를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이 기회를 선제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변화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제11회 변호사시험 합격
· (주)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사내변호사
· 법무법인 명인 소속변호사
· 법률사무소 애셋 대표 변호사
정다훈 변호사는 미국과 한국 등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법률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다. 디지털자산 투자상품 개발, 역외 금융투자업자 라이선스 취득, 해외 사모펀드 설립 등 글로벌 금융 실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문을 수행해왔다.또한 스타트업 대상 계약·약관 검토,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 등 핀테크 및 기업 금융 분야 전반에 걸친 실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애셋법률사무소에서 관련 자문을 전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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