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을 앞둔 가운데 한국판 스트래티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스트래티지는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비트코인 매입 전략으로 유명해진 미국 나스닥 상장사이자 소프트웨어업체다. 미국 단일 기업 중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설립자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비트코인 추가 매수를 암시하는 세일러 트래커 차트를 게시했다. 그간 세일러는 해당 차트를 게시한 후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미 이달 초 한 차례 추가 매수에 나선 바 있다. 스트래티지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비트코인 1만3990개를 매입했다. 총 1조8900억원 규모다. 이번 매입으로 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총 56만8840개로 늘어났다.
스트래티지 매입 전략은 사실상 주가 부양을 견인했다. 지난해 10월 스트래티지가 신고점을 경신할 당시에는 엔비디아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이는 독보적인 비트코인 매수 전략이 유효했다는 의미다. 스트래티지는 전환사채 등 금융 상품을 통해 비트코인 보유량을 늘려왔다. 이를 통해 낸 연평균 수익(지난해 기준)은 50%가 넘는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기준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 매수를 통해 거둔 수익률은 55%로 집계됐다. 83억달러(11조3859억원)로 매입한 비트코인의 시장 가치가 150억달러(20조5770억원)에 달하면서다. 여기에 회사채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부담하는 이자는 1.569%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당시 기준 스트래티지는 연평균 53.4%의 수익이 발생하는 비트코인 레버리지 펀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스트래티지 전략을 따라 하는 일본 회사도 등장했다. 일본 메타플래닛은 전날 비트코인 1004개를 추가 매입하며 보유량을 총 7800개로 늘렸다.
메타플래닛은 과거 호텔·관광 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상장사였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비트코인 매집을 본격화했다. 사실상 스트래티지와 마찬가지로 기존 사업 모델과 무관한 비트코인 투자를 주력 사업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현재 메타플래닛은 ‘일본판 스트래티지’로 불리고 있다. 비트코인 보유 전략이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구조로 바뀐 만큼 주가 흐름 역시 비트코인 가격과 커플링(동조) 현상을 띠고 있다. 이는 스트래티지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오는 7월부터 한국판 스트래티지가 나올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와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등 3500여 곳이 투자·재무 목적으로 가상자산 계좌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를 겨냥하고 법인 투자자 영입에 미리 나선 상태다.
현재 한국판 스트래티지 후보군으로는 위메이드와 비트맥스 등이 꼽힌다. K-코인 위믹스를 발행한 위메이드는 현재 국내 상장사 중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223개)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상장사 비트맥스는 전날 비트코인 28개를 추가 매입하며 보유량을 총 165개로 늘렸다. 보유량 1위 위메이드와 격차를 58개로 좁힌 상태다. 비트맥스는 가상자산을 핵심 전략 자산으로 삼으며 보유량을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