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블록체인 상에서 신뢰 가능한 계산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5월 17일 공개된 스탠퍼드 블록체인 리뷰(Stanford Blockchain Review) 인터뷰에서는 리스크제로(RISC Zero)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제레미 브루스틀(Jeremy Bruestle)이 자사의 ZKVM(Zero Knowledge Virtual Machine) 구조와 철학, 실사용 사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리스크제로는 RISC-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고성능 영지식 컴퓨터를 구현한 프로젝트다. 핵심은 누구나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실행 결과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ZK 기술은 개인정보 보호, 고속 롤업, AI 통합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ZKVM, 무엇이 다른가…코드 실행을 증명하는 ‘가상 영수증’ 시스템
영지식 증명(ZKP)은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사실을 증명하는 기술이다. 리스크제로의 ZKVM은 이 개념을 확장해 “특정 코드를 실행했다는 사실” 자체를 증명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나이가 21세 이상’이라는 조건을 증명할 때 실제 나이는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리스크제로는 사용자가 작성한 코드를 실행하고, 그 실행이 정확했다는 ‘증명서’를 발급한다. 이 과정을 위해 프로그램은 다항식(polynomial)으로 변환되고, 이 다항식에 기반해 복잡한 증명이 생성된다.
개발자는 Rust 언어로 프로그램을 작성하면 LLVM을 통해 RISC-V 바이너리로 컴파일되고, RISC Zero의 증명 시스템을 통해 영수증(Proof Receipt)을 생성할 수 있다.
RISC-V 아키텍처 채택…개발자 친화성과 수학적 정합성 모두 확보
리스크제로는 자체 도메인 특화 언어(DSL)를 만들기보다, 오픈소스 명령어 집합인 RISC-V를 ZKVM 기반으로 채택했다. 이는 세 가지 측면에서 큰 이점을 갖는다.
△개발자는 Rust, Go 등 기존 언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고 △RISC-V는 단순하면서도 수학적 구조화가 용이해 다항식 변환이 효율적이며 △공식 테스트와 사양이 존재해 보안성도 높다.
리스크제로는 이 RISC-V 기반 ZKVM의 정확성을 수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Veridise와 협업 중이며, 완전한 공식 검증(formal verification)을 목표로 하고 있다.
0STARK 프로버 구조…성능과 경량 증명 사이에서 균형 추구
ZKVM의 핵심 증명 엔진은 리스크제로가 자체 개발한 ‘0STARK 프로버’다. 이는 다음 네 단계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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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실행 및 세그먼트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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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그먼트별 STARK 증명 생성(FRI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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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그먼트 증명 통합 및 최종 STARK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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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th16 기반 SNARK로 압축해 온체인 사용 최적화
STARK는 SNARK보다 신뢰 설정이 필요 없고 양자 저항성(양자 컴퓨터에 안전함)을 제공하지만, 증명 크기가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리스크제로는 STARK를 메인 증명에 사용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SNARK로 압축함으로써 속도와 온체인 효율을 동시에 확보한다.
AIR 기반 아키텍처 설계…FRI 병합·제약 일괄 처리로 성능 향상
리스크제로의 0STARK는 AIR(Arithmetic Intermediate Representation) 기반으로 설계됐다. 이는 반복적인 연산 구조를 갖는 CPU 실행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각각의 연산은 저차 다항식으로 표현돼 FFT·FRI 알고리즘과의 궁합도 뛰어나다.
또한 RISC Zero는 프로그램을 세그먼트로 분할해 부분 증명을 생성하고, 이를 최종적으로 병합하는 구조를 통해 대용량 프로그램에 대한 증명 가능성과 보안성을 함께 확보했다. 증명 과정에서 단일 랜덤 시드를 이용한 ‘제약 다항식 병합’ 기술을 적용해 연산 효율도 극대화했다.
현실 속 응용 사례…디파이, 거래소 엔진, 프라이버시 인증까지
리스크제로의 ZKVM은 이미 다양한 실사용 사례로 확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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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ZK 롤업: 옵티미즘(OP)과의 협력을 통해 영지식 사기 증명(ZK fraud proof)를 도입, 롤업 파이널리티 시간과 수수료 부담을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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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체인 증명 거래소: 해시플로우(Hashflow)의 xOS 엔진에 리스크제로 도입, 매칭·리스크 계산 결과를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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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기 서비스: ‘Bonsai Pay’를 통해 이메일 주소만으로 이더리움 전송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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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인증·JSON 필드 검증: 사진 메타데이터 중 특정 항목만 증명하는 등 프라이버시 인증 사례 구현 가능
이 모든 기능은 개발자가 Rust로 작성할 수 있으며, 기존 툴체인, 문서, AI 코딩 보조 도구도 그대로 활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cargo risc0
명령으로 곧바로 증명 가능한 바이너리를 만들 수 있다.
향후 계획…재귀 증명·하드웨어 가속·FHE 연동까지
향후 리스크제로는 증명을 재귀적으로 내포할 수 있는 구조, 즉 하나의 증명이 또 다른 증명의 검증에 사용될 수 있는 ‘재귀 증명’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 기능은 온체인에서 롤업을 더욱 작고 빠르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하드웨어 수준에서 ZK 연산을 가속화하는 ASIC 설계도 논의되고 있으며, 완전동형암호(FHE)와의 연계, 다자간 계산(MPC) 프로토콜 연동도 가능하다. 이는 향후 프라이버시 보장 협업 컴퓨팅의 핵심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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