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미국 국가신용등급 AAA에서 Aa1로 강등
블룸버그, 재정적자 우려에 미국 국채·달러 가치 하락 가능성 커져
[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 한 번 출렁일 전망이다. 월가 일각에서는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 대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디스(Moody’s)는 지난 16일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이던 AAA에서 Aa1로 한 단계 낮췄다. 이번 조치는 연방 재정적자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19일 아시아 시장 개장과 함께 투자자들은 또 한 번의 ‘월요일 충격(Monday Jolt)’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디스 발표 직후 지난 금요일 저녁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49%까지 상승했고,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시간외 거래에서 0.6% 하락했다.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 자산운용의 맥스 고크만(Max Gokhman) 차석 CIO는 “무책임한 재정 지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용등급 강등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이는 미국채 수요를 위축시키고, 달러 가치 하락과 증시 매력을 감소시키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추가 금리 상승 가능성 높아” …달러 약세 심화 전망도
웰스파고(Wells Fargo) 전략가들은 “10년물과 30년물 미국채 수익률이 무디스 강등 이후 5~10bp(1bp=0.01%)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30년물 수익률이 5%를 넘을 경우, 이는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채권 수익률이 오르면 통화 가치도 오르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달러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는 4월 저점에 근접해 있으며, 외환 옵션 시장에서는 달러에 대한 부정적 심리가 최근 5년 중 최악 수준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한 인터뷰에서 “최근 유로 대비 달러의 약세는 미국 정책에 대한 신뢰 부족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베센트 미 재무, “무디스는 후행 지표” 주장…중국은 미국채 보유 축소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는 NBC 인터뷰에서 “무디스는 후행 지표일 뿐”이라며 강등 결정의 파급력을 축소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지출 감축과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 재무부는 같은 날 중국이 3월 미국채 보유량을 줄였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무디스는 이번 등급 강등의 근거로 △재정적자 확대 △국채 이자지출 증가 △복지비용 증가 △세수 둔화 등을 제시했다. 미국 의회는 현재 10년간 3.8조 달러 규모의 감세·지출 법안을 추진 중이며, 이 법안은 향후 연방 부채를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바클레이즈(Barclays)는 “신용등급 강등이 과거처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2011년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에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었다는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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