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 기자] 블록체인의 핵심은 벗어나겠다는 ‘탈(脫)’이다. 영어로 하면 반대를 의미하는 접두사 ‘De’다. 블록체인은 중앙화된 시스템에서 탈피하겠다며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를 외쳤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 영역을 넓혀감에 따라 다양한 산업에 탈중앙화가 붙고 있고, 금융 산업도 이 물결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그래서 금융에도 탈중앙화가 붙었다. 탈중앙화된 금융을 줄여 ‘디파이(Decentralized Finance, De-Fi)’라 부른다. 초코파이는 알겠는데 디파이는 뭔지 아리송하다.

우리에게 친숙한 초코파이는 정(情)으로 대표된다. ‘초코로 덮인 빵과 빵 사이에 마시멜로가 들어간 파이’가 초코파이를 적절하게 설명하지만 초코파이는 ‘정’이다. 한 브랜드의 광고에서 비롯됐다 해도 이젠 초코파이를 말하면 누구나 쉽게 정을 떠올린다. 정이 초코파이의 맛과 모양을 설명해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이다. 그럼 같은 파이인 ‘디파이’는 무엇일까. 탈중앙화된 금융(De-Fi). 한 단어나 글자로 디파이를 설명하긴 쉽지 않다. 초코파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아니, 디파이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크다. 그러나 사람들이 알지 못해도 디파이의 미래는 어느새 우리에게 성큼 다가와 있다.

앞서 말했듯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영역에 들어오면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디파이다. 디파이는 기존 금융기관이 했던 역할을 블록체인을 통해 암호화폐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송금부터 결제, 금융상품 등 기존 금융 산업의 전유물이었던 것들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로 이뤄지는 생태계가 디파이다. 따라서 디파이에는 암호화폐로 행하는 거의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ICO와 IEO, STO, 암호화폐 지갑, 자산의 토큰화 등도 디파이에 해당한다. 디파이는 모든 금융 서비스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개자가 필요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에는 이미 디파이를 통한 금융서비스가 한창이다. 덴마크에서 시작한 디파이 전문 업체 메이커다오는 이미 디파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암호화폐 대출 서비스를 지원하는 해외의 많은 플랫폼에서는 메이커다오의 스테이블 코인 ‘메이커’와 ‘다이’를 통해 암호화폐 예치 및 대출이 가능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로도 대출이 가능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장점 때문에 메이커다오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다.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도 디파이 생태계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최근 두나무의 자회사 DXM, 벨릭, 델리오 등이 암호화폐를 이용한 예금 및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티몬을 주도했던 신현성 대표가 이끄는 테라는 이미 국내 결제 플랫폼으로 티몬,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을 확보했다. 또한 동남아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어 글로벌 결제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올 상반기 티몬에 처음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가 적용될 예정이며, 이후 순차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날의 페이프로토콜도 암호화폐 결제 대열에 합류했다. 다날은 달콤커피에서 이미 페이프로토콜 토큰을 통한 결제 환경을 구축했다. 달콤커피 이외에도 다날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온라인 가맹점 중 약 500여개에서 페이프로토콜 토큰 결제가 가능하다.

국내에서 결제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디파이 생태계는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됐다. 기존 금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원확인부터 은행방문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과 달리 디파이 생태계에서는 인터넷만으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결제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국 보다 상대적으로 금융 인프라가 열악한 동남아나 아프리카 시장에 디파이 생태계가 빠르게 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암호화폐 대출 서비스도 트레이더를 제외한 일반사람들은 이용하지 않으며 높은 수수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또한 실제 결제를 암호화폐로 하는 사람도 드물고 토큰화된 자산의 사례도 나오지 않았다. 중개인이 없어 참여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블록체인 기반 신원인증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파이에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업계는 2019년이 블록체인 실사용의 원년이 될 것이라 말한다. 블록체인이 디파이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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