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1분기 실적 희비 엇갈린 업빗썸…공통된 약점은 ‘수수료 의존’
비용 전략은 달랐지만, 거래량 민감한 수익 구조는 그대로
규제 강화·운영비 증가 속 수익 모델 다변화 ‘생존 조건’으로 부상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1분기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주요 거래소들의 실적도 급속히 식었다. 업비트는 비용 절감으로 이익률을 방어했고, 빗썸은 마케팅 확대로 외형을 키웠지만 수익성은 후퇴했다. 전략은 달랐지만 거래 수수료에 집중된 수익 구조라는 공통된 약점은 그대로 드러났다. 강화되는 규제와 고정비 압박 속에서, 거래량에 민감한 사업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수익 모델 다변화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업비트는 절감, 빗썸은 확대…엇갈린 비용 전략
16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와 빗썸이 지난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각각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를 공시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올해 1분기 매출 5162억원, 영업이익 3963억원, 당기순이익 320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8.1%, 19.9% 증가한 수치다.
다만, 미국 대선 효과로 디지털자산 시장이 급등했던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는 비교하면 실적 흐름은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매출은 7538억원에서 5162억원으로 31.5%, 영업이익은 6082억원에서 3963억원으로 34.8% 줄었으며 당기순이익도 5263억원에서 3205억원으로 39.1% 감소했다.
빗썸은 외형 확대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매출 1947억원, 영업이익 67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9%, 9.3% 증가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3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19억원에서 64.1% 급감해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결과적으로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은 줄어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두 거래소는 수익 구조는 유사하지만 비용 전략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두나무는 올해 1분기 영업비용을 약 1199억원으로 집계, 직전 분기(약 1955억원) 대비 38.7% 줄이며 이익률을 방어했다. 거래량 둔화로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도 비용 통제를 통해 수익성 하락폭을 최소화한 모습이다.
반면 빗썸은 외형 확대를 위해 마케팅과 시스템 투자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집행했다. 1분기 영업비용은 1269억원으로, 전년 동기 761억원 대비 66.6% 급증했다. 이 가운데 판매촉진비 669억원, 광고선전비 96억원, 지급수수료 236억원 등 마케팅 중심의 지출이 전체 비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이로 인해 매출은 증가했음에도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량 줄면 매출도 흔들…수수료 의존 구조의 민낯
실적 흐름은 엇갈렸지만 양사 모두 거래소 수수료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수익 구조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두나무는 전체 매출의 98.8%, 빗썸은 100%를 거래 수수료에서 올렸다. 이처럼 편중된 수익 구조는 거래량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한다.
실제 두나무 관계자는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영향이 컸다”면서 “비트코인이 장세를 주도하면서 알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줄었고, 이에 따라 다양한 종목의 거래량이 감소한 것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는 수수료 중심의 수익 모델이 시장 흐름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수수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두나무는 비수수료 기반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당장의 실적 기여도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다. 업비트 외에도 △루니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람다256, △투자 및 자산운용 사업을 전개하는 두나무앤파트너스, △디지털 악보 플랫폼 엠피에이지 등을 통해 콘텐츠, 핀테크, 투자, 부동산 펀드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선임 연구원은 “디지털자산 기반 대출 서비스처럼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 중심의 새로운 수익 모델 구축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시장 민감도가 낮은 수익 구조로의 전환이 이익 안정성 확보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덜 타는 수익 모델 찾아야…‘이익 안정성’이 생존의 열쇠
양사 모두 수익성 둔화의 근본 배경에는 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 부담도 자리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 등 당국은 불공정 거래 억제와 시장 투명성 강화를 목표로 거래소들에 보안 체계 강화, 컴플라이언스 인력 확충, 시스템 고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지난 15일 금융위원회 주재로 열린 금융보안 강화 간담회에서는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금융결제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 기관들이 참석해 사고 대응 체계, 공급망 보안, AI 기반 위협 대응 등 디지털 환경에 맞는 보안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비트와 빗썸 모두 내부통제 관련 지출과 급여 등의 운영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빗썸은 외형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비용 구조가 크게 불어나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 부담을 겪고 있다.
국내 디지털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 환경이 정비되면서 거래소 입장에서는 단순 수수료 수익만으로는 예전처럼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당국이 요구하는 보안 시스템, 이상거래 탐지 체계, 자산 분리 보관 등의 구축 비용이 고정화되는 가운데 비용 효율과 수익 구조 다변화 없이 외형 확대나 단기 유입에만 집중할 경우 이익 방어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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