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Takeaways
- 바이백 & 소각(Buyback & Burn)은 토큰 가치를 상승시키면서, 소액 홀더까지 균등하게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민주적인 모델이다.
- 프로토콜 수익을 바로 토큰에 재투자함으로써, 배당이 유출시키는 가치가 내부에서 재활용되고 자동으로 희소성이 강화된다.
- 하이퍼리퀴드 사례에서 확인되듯, 바이백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 수요와 견고한 커뮤니티 기반, 시장 적합성 등을 고루 갖춰야 성공적으로 작동한다.
[블록미디어 김재원] 수수료를 분배하는 방식(이른바 “리얼 일드” 모델)은 언뜻 보기에 매력적이지만, 재단이나 초기 투자자들에게 유동성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재단은 굳이 보유 중인 토큰을 직접 매도(온체인상 흔적이 남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행동)를 하지 않고도, 이더리움(ETH)이나 유에스디코인(USDC) 형태로 배당을 받아 안정적으로 현금화할 수 있다. 한편, 커뮤니티 입장에서는 프로토콜에 재투자되어야 할 자금이 빠져나가고, 소액 토큰 홀더들에게 분배되는 배당금은 한 줌에 불과하다. 얼핏 보면 공평해 보이는 이 수익 모델은 사실상 인사이더들이 프로토콜의 가치를 손쉽게 착취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1. 바이백 & 소각(Buyback & Burn) = 소규모 홀더에게 보다 유리한 민주적인 모델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HYPE)는 이러한 역학 구도를 뒤집기 위해 바이백·소각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프로토콜이 발생시키는 수수료를 배당처럼 나누어 주는 대신, 해당 수익으로 공개 시장에서 $HYPE를 매수하고 이를 영구적으로 소각한다. (바이백·소각 메커니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본문 말미 참고)
이 방식은 이른바 민주적인 이익 분배를 구현한다. 하이퍼리퀴드가 $HYPE를 매수·소각할 때마다 토큰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게 되므로, 소규모 보유자를 포함한 모든 홀더가 시세차익을 노려 원하는 시점에 매도할 수 있다.
반면 재단 입장에서는 대규모 매도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대량 매도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경우 온체인에서 즉각 확인 가능해 투자자 신뢰에 큰 손상을 입히고, 프로젝트 평판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부 비판자들은 “바이백으로 가격을 올린 뒤 재단이 그 물량을 되팔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지만, 이는 진지한 프로젝트라면 자멸 행위에 가깝다. 바이백 직후 토큰을 매도한다면,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고 재단이 보유한 토큰 가치 역시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 크립토 시장이 비교적 규제 환경이 느슨하다고 해도, 과거 이더리움 재단이 ETH를 소량만 매도해도 거센 비판이 일어났던 사례를 보면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더 나아가, 재단이 대규모로 덤핑하는 행위는 바이백·소각이라는 핵심 가치 제고 수단을 근본적으로 무력화한다는 점에서도 자기파괴적이다. 반면 바이백은 팀이 직접 토큰을 사들이는 방식이므로, 시장에 강력한 신뢰 신호를 제공한다. 팀이 자사 토큰을 매수한다는 사실 자체가 “프로토콜을 계속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이른바 ‘리더를 따라가는 효과(follow-the-leader effect)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프로토콜의 실질적 성과가 $HYPE 가격에 반영되므로, 장기적으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구조가 확립된다.
결과적으로 재단 역시 $HYPE 가격이 오르면 이득을 얻지만, 소규모 홀더들은 대규모 매도에 따르는 평판 리스크 없이 자유롭게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이는 지분 규모(스테이킹 비중)에 비례해 수익을 독식하기 쉬운 배당 모델과 달리, 폭넓은 참여자에게 더욱 공정하게 이익이 분배되는 셈이다.
2. 가치 유출 X, 재활용 O
토큰 가치의 기본 요소는 공급-수요와 미래 가치 기대감이다. 배당형 토큰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프로토콜 내부에서 생성된 가치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배당이 ETH나 USDC로 지급되면, 대규모 보유자들은 토큰을 팔지 않고도 현금을 확보하는 반면, 프로토콜의 성장 자금은 그만큼 줄어든다.
하이퍼리퀴드 사례를 살펴보면, 현재 약 4억2,260만 $HYPE가 스테이킹되어 있고, 이 중 약 2억7,270만(64%)를 재단이 스테이킹 중이다. 만약 하이퍼리퀴드가 바이백을 하지 않고 배당을 택했다면, 재단은 이론적으로 1,400만 $HYPE(약 3억5,200만 달러 상당)에 달하는 배당금을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다(2025년 5월 9일 기준, AF 바이백 물량의 64%를 적용). 물론 일부는 투명하게 재투자될 수도 있지만, 제도적 보장 없이 이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소액 투자자나 커뮤니티로서는 알기 어렵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가치가 네트워크에서 유출될 위험이 크다.
반면 바이백 & 소각 모델은 수익을 토큰 자체에 다시 투자한다. 프로토콜이 시장에서 $HYPE를 매수해 소각할 때마다 공급량이 감소해 각 홀더의 상대적 지분 가치가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향후 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도 타이밍을 늦추게 되고, 이는 토큰 가격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더한다.
하이퍼리퀴드에서는 현물 거래와 신규 리스팅 수수료가 결국 $HYPE 소각으로 이어지는 구조이므로,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공급이 꾸준히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배당 모델이 홀더 개개인이 받은 배당을 다시 토큰에 투자해야 희소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반면, 하이퍼리퀴드의 자동 소각은 지속적이면서도 즉각적으로 희소성을 부각해 네트워크 활동과 토큰 가치를 긴밀히 연결한다.
3. 하이퍼리퀴드의 커뮤니티 우선 철학(Community-First Principles)
하이퍼리퀴드가 배당보다는 바이백·소각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프로젝트의 커뮤니티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철학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VC에 별도 물량을 할당하지 않은 채 시작했으며, 출시 시점에서 약 3억1,000만 $HYPE(당시 약 16억 달러 상당)을 9만여 명의 사용자에게 대규모 에어드롭했다. 이 폭넓은 분배는 초기부터 내부자 매도를 막고, 커뮤니티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했으며, 동시에 생태계 전체에 상당한 유동성을 빠르게 공급했다.
이후에도 전체 $HYPE 물량 중 70% 이상이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에어드롭이나 다양한 인센티브로 배분되었으며, 재단은 보유 지분 중 상당 부분을 네트워크 보안 목적으로 스테이킹해 갑작스러운 매도를 사실상 어렵게 만들었다. 거버넌스를 통해 향후 선물 거래 수수료를 추가 바이백 재원으로 활용할지 여부도 결정될 예정인데, 이는 프로젝트가 ‘착취를 지양(avoiding extractive models)’한다는 기조를 고수함을 잘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프로토콜 수익은 온전히 토큰 가치 상승에 투입되고, 소규모 투자자도 바이백으로 인해 상승한 시세에서 자유롭게 매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4. 맺으며
2022년 ‘리얼 일드(real yield)’ 트렌드가 한풀 꺾인 뒤, 2024~2025년에는 “프로토콜이 스스로 최고의 매수 주체가 된다(Protocol as its own best buyer)”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dYdX 등 여러 프로젝트가 바이백 모델을 채택해 자사 토큰에 대한 수익 흡수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이를 방증한다. 시장에서는 프로토콜이 적극적으로 바이백을 실시함으로써, 해당 토큰이 단순 장난감 화폐(monopoly money)가 아니라는 확신을 얻는다고 본다.
하이퍼리퀴드는 초기부터 이러한 접근법을 취했다. 프로토콜 수익을 바이백에 투입함으로써, 재단 및 내부자들의 이익 불균형을 방지하고 배당이 초래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피하는 동시에, 프로토콜 수익이 $HYPE 가격에 곧바로 반영되어 누구나 공평하게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바이백만 도입한다고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바이백을 시행하고도 토큰 가치 방어에 실패한 사례들은, 실질적 수요(utility), 안정적인 수익 구조,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 등 필수 요소가 부족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즉, 바이백·소각 모델만으로는 취약한 프로토콜을 살려낼 수 없으며, 확실한 사용처와 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 그리고 이를 신뢰하는 커뮤니티가 뒷받침되어야 바이백이 제 기능을 발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백 & 소각은 기본기가 탄탄한 토큰 경제 모델을 구현하는데 있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 재단이나 대규모 보유자가 다른 참여자들보다 먼저 수익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트레이더들 역시 중앙화 거래소 수준의 매끄러운 거래 경험을 누리면서도 수수료가 “소각 루프”를 통해 본인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에 대한 열성적인 지지가 형성되고, 토큰 가격 역시 자기강화(reflexivity) 작용으로 추가 상승이 가능하며, 네트워크 활동에 비례하여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가 완성된다.
5. 부록: $HYPE 바이백 & 소각 메커니즘 개요
하이퍼리퀴드의 바이백 루프는 이미 상당한 규모로 활성화되어 있다. 어시스턴스 펀드(Assistance Fund, AF)는 2025년 5월 10일 기준으로 2,200만 $HYPE(약 5억5,600만 달러 규모)를 매수했으며, 트레이딩 수수료를 통해서만 추가로 22만6,000 $HYPE가 소각되었다.
(출처: assistancefund.top)
아래는 하이퍼리퀴드의 바이백&소각 모델 개요다:
Listing Auctions & Fee Burn (HIP-1)
- 31시간 단위로 열리는 현물 상장(listing) 경매에서 USDC를 모금해, 이 자금을 활용해 시장에서 $HYPE를 매수 후 바로 소각한다.
- 상장 수요가 증가할수록 $HYPE를 꾸준히 매수·소각해, 토큰 공급을 안정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AF(Assistance Fund) 바이백
- 현물 거래 수수료 일부가 온체인 AF로 유입되고, 커뮤니티 투표를 통해 이 펀드의 일부를 $HYPE 매수·소각에 사용한다.
-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펀드 규모도 커져 더 큰 규모의 소각 주문이 가능해지며, 이는 다시 거래량 증가를 부추기는 선순환을 만든다.
Builder-Staked Perpetuals (HIP-3)
- 신규 선물 시장을 열려면 100만 $HYPE를 담보로 예치해야 하며, 이는 유통량에서 제외된다.
- 오라클 조작 등 규정을 위반할 경우, 예치금(본드)의 일부 혹은 전부가 소각되는 슬래싱(slashing) 제도가 적용된다.
- 선물 거래 수수료 중 최대 50%는 빌더(시장 개설자)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프로토콜이 확보할 수 있다. 이 수익을 바이백이나 스테이킹 보상 등에 활용할지 여부는 거버넌스 결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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